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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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팀만 받는 식당이 있다. 예약한 손님을 위해 신선한 재료를 준비하고 손님에게 맞는 음식을 준비하는 식당 주인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다. 정성을 다해 준비한 음식은 그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일까. 맛이 다르다.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는 음식이 된다.

 


십여 년 전에 읽었던 소설을 다시 읽었더니 기억에 없는 내용이었다. 마치 처음 읽은 것처럼 감동했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다. 요리에 집중하는 모습은 경건해 보이기까지 하다. 주로 따뜻한 소설을 쓰는 오가와 이토의 첫 소설을 다시 읽으며 음식과 요리, 사람의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볼 수 있었다.




 


링고로 불리는 린코가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도착했을 때 집이 텅 비어 있었다. 현관 매트도, 냉장고도, 요리 도구도. 인도인 남자 친구까지 사라져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링고는 할머니가 만들어 준 겨된장만을 겨우 찾아 엄마가 사는 집으로 돌아왔다. 중학교 졸업식을 한 날에 도망쳐 온 그곳으로 말이다. 충격으로 말을 잃은 링고는 단어 카드를 사용해 대화하기 시작하고, 엄마 집의 나무 위에 올라가 있다가 구마 씨를 다시 만났다. 구마 씨의 도움을 받아 자기가 가장 잘하는 음식을 만드는 일을 하기로 했다. 창고를 개조해 하루에 한 팀만 받는 식당을 열었다. 음식 재료는 마을에서 구할 수 있는 신선한 제품을 사용했고, 예약자와 이야기를 나누어 그에 맞는 음식을 만들고자 했다.

 


링고의 진심이 통했을까. 링고의 달팽이 식당을 찾은 사람을 통해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짝사랑에 빠진 소녀, 특별한 날의 게이 커플, 일 년 내내 상복으로 지내는 할머니, 엄마의 애인이라 여겼던 네오콘, 구마 씨 모두 링고에게 음식을 먹었던 사람이었다. 그 후 놀라운 일이 생겼다. 아이를 데리고 떠났던 구마 씨의 시뇨리타가 찾아온 것이다. 또한 짝사랑했던 상대와 함께 음식을 먹었던 사람들은 커플이 되었다. 음식을 먹은 사람들은 행복을 느끼기 시작했고 기적 같은 일이 생겼다.

 


음식이 가진 귀한 힘이다. 음식에 힘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소설이었다.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이유 또한 명확하다. 요리에 진심인 사람이 세상과 화해하는 내용 때문일 것이다. 다소 더디긴 하지만 진심이 담겨있으므로 알지 못했던 진실에 다가설 수 있었으리라.


 

나는 새로 열 식당을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한편으로는 난생처음 보는 것 같은 신비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을 되찾을 수 있는 비밀 동굴 같은 장소. (67페이지)






 

사람은 가까운 사람보다 오히려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마련이다. 링고는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서로 맞지 않다고만 여겼는데 나중에서야 엄마의 진심을 알았다. 때로는 진실을 너무 늦게야 깨닫게 된다는 게 문제다. 그렇지만 진심이란 어떠한 경로로든 전달되기 마련이다. 너무 늦지 않길 바랄 뿐이다.

 


요리를 만든다. 단지 그 사실만으로, 내 몸속 세포 하나하나가 황홀해하고 있다.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 진심으로 행복했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169페이지)


 

타인을 위해 요리하는 링고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뭉클해졌다. 링고의 음식을 먹은 사람은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정성을 다해 요리하는 사람의 마음이 전해져서일까. 달팽이처럼 느릴지라도 한번 방문하게 되면 또다시 찾게 되는 곳이다. 음식이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달팽이 식당의 링고처럼. 따뜻한 밥 한 끼가 그리워졌다.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 세심한 손길,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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