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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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동남아에서 아홉 살에서부터 열서너 살까지의 아동을 상대로 성관계를 했던 소아성애자들에 대한 기사가 있었다. 이에 따라 동남아에서 어린 소녀들을 사고 파는 일이 있을 수 밖에 없었고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아마 이 소설은 그때쯤 쓰여진 소설이 아닐까 싶다.

 

불편한 진실이다. 어른들이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성관계를 한다는 사실은 몹시 불편하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과거에도 있어왔다.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에서도 나오지 않았는가. 사랑이라 일컬었지만 결국에는 소아성애자였음을 우리는 알수 있었다. 소아성애자들의 많은 이들이 과거에 강간을 당했던 사람이라는 것은 더욱 불편한 진실이다. 자신이 받은 상처을 잊지 못하고 똑같이 되돌린다는 것이다. 영원히 잊지 못할 상처이며 고통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것으로부터 탈피를 할수 있어야 자신을 이기는 방법일텐데 안타까울 뿐이다.

 

요 네스뵈의 『바퀴벌레』는 해리 홀레 시리즈를 알린 『박쥐』의 다음 소설로 『레드브레스트』의 전편이라고 보면 된다. 그만큼 젊은 삼십대 중반의 해리 홀레를 만날 수 있다. 젊은 해리 임에도 이질감을 전혀 느낄수 없을 정도로 전혀 새로운 해리 홀레의 이야기이다. 역시나 술에 절어 살고 있는 해리에게 사건이 주어졌다. 방콕 대사가 사창가의 한 모텔에서 칼에 찔려 사망했고 그가 가진 가방에는 소아성애를 나타내는 사진들이 들어 있었다. 대사를 죽인 사람은 누구일까. 어떤 이유로 그가 죽은걸까. 노르웨이 총리와 절친한 친구였던 아틀레 몰네스의 죽음이 그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 이에 대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해리는 방콕으로 가야 했다. 그것도 혼자서 방콕의 경찰들과 함께 사건의 배후를 조사해야 했다.

 

해리의 장점은 어떤 사건을 맡게 되면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알코올의존증에 가까울 정도로 짐빔을 마셔대던 그가 사건이 시작되면 아무리 알코올의 유혹이 있어도 마시지 않는다는 것. 그런 그를 무시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는 사건에서만큼은 치밀하다. 어떻게보면 알코올에 의존하고 있어 그를 선택했겠지만, 그들의 생각과 달리 사건에서만큼은 정확하게 수사한다는 것이다. 그는 형사로서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그가 사건의 현장에 도착했을때도 물건 하나 허투루 보지 않는다. 아주 작은 물건이라도 살펴보고 단서가 되지 않을까 챙겨놓는 치밀함을 보인다. 사건의 방향을 자신이 원하는대로 교묘히 틀지만 그는 마음속에서부터 어떤 사람을 의심하고 있었다. 다만 그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을 뿐. 요 네스뵈의 추리소설의 백미는 결말 부분의 반전이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흐르게 마련이고, 혹시 의심했던 사람이라도 우리가 잘못 생각했나 할 정도로 단서들을 숨겨두고 있다. 독자를 마음을 놓게 해놓고 본격적으로 진정한 사건 추리를 들려주게 된다. 아마 그렇기에 독자들은 요 네스뵈에 열광을 할 것이다.

 

요 네스뵈의 후기작들을 먼저 읽고 그의 초기작들을 읽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다. 초기작에서의 젊은 해리는 다소 순수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운증후군인 여동생 쇠스에 대한 걱정, 홀로 사는 아버지에 대한 연민을 엿볼 수도 있다. 쇠스를 성폭행했던 남자의 행동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남자를 잊으면 안된다. 그리고 후기작들에서 해리와 숙적인 볼레르의 등장도 어쩐지 반갑다. 해리로 인해 그의 이름을 알고 있으므로. 우리는 해리 홀레 편이기에 볼레르의 등장에 날을 세울 수밖에 없다.

 

소아성애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가난 때문에 아이들을 사창가에 내몰았던 태국의 사정에 많이 안타까웠다. 지금도 여전히 소아성애자들은 태국 등을 방문할 것이고 그들의 요구에 맞춰 어린 소녀들은 사창가로 내몰릴 것이다. 그들은 아주 교묘하게, 비밀리에 움직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이 안타까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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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인 소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6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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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 료하면 생각나는 게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이다. 몇 편의 사와자키 시리즈를 보고는 그에 매료되었다. 얼마전에 본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탐정사무소에서 일하는데 일본은 탐정사무소가 합법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심부름센터 혹은 흥신소로 불리는데 주로 하는 일들이 바람피운 배우자 뒷조사를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은 뒷조사 뿐만 아니라 대신 경비를 서주는 일등 아주 잡다한 일도 하는 반면에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일도 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개인의 의뢰가 있어야하겠지만, 경찰과 공조하게 개인적으로 조사하게 되는데, 하라 료의 추리소설 속 주인공 사와자키가 하는 일이 탐정이다.

 

그는 늘 살인사건에 희말린다. 무엇을 조사하다가 누군가를 죽인 사람을 찾는다던가 해서 탐정식 수사법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데 물론 독자적으로 움직인다. 어느 때보면 경찰관보다 오히려 한발 빠르게 움직이고 사건을 더 깊게 바라보는 일이 많다. 그렇기에 주로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탐정을 하는 거겠지만 말이다. 

 

제목부터 의미심장한 『내가 죽인 소녀』라는 작품에서 사와자키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바이올린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한 소녀의 유괴사건이다. 전화를 받고 그곳에 도착했지만 사건 의뢰를 한 사람이 아니었다. 다른 누군가가 사와자키에 전화를 걸었고, 유괴된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돈 6천만엔이 든 가방을 주며 제발 딸을 돌려달라고 하는 것이다. 이 사건때문에 사와자키는 인질범으로 몰려 경찰에게 잡히고 유괴범은 다시 전화를 걸어 와 사와자키에게 돈을 운반하게 한다. 경찰은 사와자키를 유괴범들과 한패로 보고 그를 의심하고 사와자키는 답답할 뿐이었다. 유괴된 아이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쳤던 외삼촌이 사와자키에게 이 사건에 대한 다른 의뢰를 맡기게 되면서 새롭게 조사를 시작한다. 

 

늘 유괴사건에 대한 의심은 주변 사람부터 하게 된다. 무슨 원한을 산 적은 없는지. 아니면 돈이 필요한 누군가가 없는지. 만약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거나 할때 그 사람은 유력한 용의자가 될 수도 있다. 가이 마사요시의 자녀들에게 맨처음 눈을 돌렸던 것처럼.

 

 

 

그런데 소설속에서 보면 전혀 다른 이유 때문에 유괴를 하기도 하고, 순간적인 잘못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아주 작은 이유때문에. 순간의 실수를 무시하고 더 큰 죄를 저지르기도 하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고보면 사람들은 참 비정하다. 조금만 더 대처가 빨랐더라면 살릴 수도 있는데 그걸 무시한다. 어차피 죽을거라며 목을 조르기도 한다는게 더 큰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사라진 소녀의 오빠인 요시히코가 하라 료의 작품에 나와 사와자키의 조수로 나오던데, 이 사건이 요시히코와의 인연이었나 보다. 탐정사무소를 함께 시작했던 와타나베의 안부글이 적힌 종이비행기. 휴대폰이 없어 전화사무소 안내 서비스를 받는 등 지금과는 다른 아날로그적 감정이 물씬 풍겨났다. 

 

결말 부분이 씁쓸하다. 사건을 감추기 위해 탐정과 다른 사람들을 끌여들여 새로운 사건을 계획했던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충격적이다. 어쩌면 이렇게 행동할 수 있다는 말인가. 비정하다 못해 잔인하다. 우리 인간들의 다른 한 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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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레드 에디션, 양장) - 아직 너무 늦지 않았을 우리에게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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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을 보았던 사람들은 알 것이다. 앤의 재잘재잘거리는 목소리를. 상상속의 아이에게 하는 말들을. 앤이 하는 말들은 그 상황에서 비관적인 말이 아니었다. 상상속의 아이에게 말을 건네면서 자신을 위로했다. 괜찮아, 괜찮아, 하고. 고아원을 떠돌던 앤이 그린게이블의 집으로 오게 되었을때, 그린 게이블에서 사실은 일을 도와줄 남자아이를 원했다는 말을 했을 때도, 앤은 자신을 위로했다. 울고 싶은 상황이지만 울지 않았다. 오늘 보다는 더 나은 내일이 있을 거라고 희망적인 생각을 했다.

 

많은 소녀들의 애니메이션이었던  『빨강머리 앤』을 나이가 들어서 정작 빨강머리 앤의 나이 만한 딸이 있음에도 앤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 이렇듯 앤을 좋아하는 이는 나를 비롯해 수많은 여자들의 추억의 애니메이션이다. 백영옥 작가 또한  『빨강머리 앤』과  『키다리 아저씨』의 팬이라고 했다. 그녀가 우울할 때나 슬플때 힘들때 친구가 되어 주었던 게 바로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이었다고 했다. 전편 애니메이션을 열번 이상은 보았다고 했다. 나도 파일로 된 애니메이션을 가지고 있는데 몹시도 보고싶어졌다.

 

 

 나는 백영옥이라는 작가가  『빨강머리 앤』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할까 내심 궁금했었다. 페이스북에서 빨강머리 앤 그림과 인형과 함께 찍은 사진에서 반가움이 앞섰고,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꼽았다. 왜냐면 책 속의 삽화도 온통 빨강머리 앤으로 가득차 있었으니까. 작가가 하는 말 보다도 오히려 빨강머리 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반가웠다면 빨강머리 앤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리라. 작가가 힘들었던 시기에 보았던 애니메이션의 위로의 글들 이었다.

 

아이들은 자기를 더 많이 사랑하는 쪽보다 덜 사랑하는 쪽 부모의 마음에 들기 위해 더 많이 애쓴다. 그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마뜩지 않아 하는 쪽이 자신을 버리면, 미숙한 그들로선 생존이 어려워진다. 아직 너무나 약하기 때문에 본능이 발달한 아이들은 그것을 직관적으로 안다. (118페이지)

 

 

얼마전에 이웃분의 리뷰에서 나이가 들어 다시 본  『빨강머리 앤』에서 마릴라가 더 눈에 들어온다는 글을 보았다. 나 또한 최근에 읽은  『빨강머리 앤』에게서 마치 나를 발견하듯 마릴라를 보았었다. 아무래도 아이를 키우고 있기 때문일까. 아이가 없었던 그녀가 갑자기 자신의 인생에 들어온 여자아이를 키워야 했던 마음이 어느새 스며들었던 까닭이었을 것이다.

 

마냥 여리게만 보였던 작가도  『빨강머리 앤』에서 마릴라를 보았다고 하며, 앤의 성장기이며 마릴라의 육아기라고 표현한 점에 공감했다. 아이를 키우며 수많은 실패를 겪는 건 어쩔수 없다. 그럼에 마릴라의 성장담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업을 정할때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한다. 싫어하는 일을 하기에는 인생이 너무도 짧기에 그런 말을 할 것이다. 반면 작가는 살짝 다른 말을 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어느 것을 직업으로 선택해야 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제 조심스럽게 '잘하는 일'을 하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시간은 많은 것을 바꾸기 때문이다. 잘하는 것을 왜 반복하면 점점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에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다. 일이 점점 많아진다는 건,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되는 것 이외에 자신의 일에 대한 특정한 태도가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태도'란 그 일을 좋아하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185페이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특별히 잘하는 게 없기 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좋아하다보면 더 잘할 수도 있기에. 소설을 쓰고 싶어 신춘문예에 원고를 보냈지만 계속된 낙방으로 힘들었을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도 작가에게는  『빨강머리 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처럼 '나를 견딜 수 있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 어리지만 늘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던 앤이 하는 말들에서 우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했다. 작가 또한 빨강머리 앤이 건네는 말로 삶을 견뎌왔고 그녀는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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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떠돌이 소의 꿈 - 이중섭의 삶과 예술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예술기행
허나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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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주로 그렸던 화가, 이중섭의 이름은 그림 「흰소」와  「황소」로 알고 있었다. 정작 작가의 삶을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외국의 화가인 고흐나 베르메르 혹은 클림트의 그림과 그들의 삶은 책으로 만나 알고 있으면서 우리나라 화가의 삶은 알지 못하다는 사실이 못내 부끄러웠다.

'이중섭 탄생 100주년에 떠나는 특별한 예술기행' 이란 소개글도 있고, 우리나라 화가에 대해 좀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이중섭의 소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가 이중섭이 머물렀던 지역과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을 직접 여행하며 쓴 글이라 더욱 의미있는 책이 되었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을 겪으면서도 예술의 혼을 놓지 않았던 화가 이중섭의 삶을 따라가 본다. 평안남도 평원에서 태어난 이중섭은 부잣집의 막내 아들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랐다. 그가 그림을 그리게 되었던 것도 어쩌면 그게 한몫 했을지 모른다. 오산학교에 입학했던 이중섭은 외국에서 유학한 임용련, 백남순 부부 만남의 영향이 컸다. 그로 인해 일본의 분카가쿠인에서 미술을 공부하며 그의 평생의 연인이자 뮤즈인 야마모토 마사코, 즉 만덕을 만났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치달을때였다. 한국으로 들어온 마사코와 결혼식을 올린 이중섭은 그녀에게 만덕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이후 한국전쟁이 발발해 아이들을 이끌고 부산으로 피난을 갔던 이중섭. 그는 피난지에서 하루하루 날일을 하면서도 그림을 손에 놓지 않았다.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제주에 있을 때 그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그림에서 가족에 대한 사랑이 보였다. 꽃게와 아들들을 함께 그린 그림들에서 행복한 그의 내면을 엿볼 수 있었다.

 

 「흰소」

 

생활고와 아버지의 죽음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일본으로 건너간 만덕. 이중섭은 가족을 일본으로 보내놓고 그리움에 울었다. 엽서에 그려 보냈던 그림에서 아내와 아들들에 대한 강한 그리움이 묻어 나왔다.

 

부산에서 피난 생활을 할 때도 그림을 그려 전시회를 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끼리 다방에 모여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함께 모여 전시회를 열어 그림을 알리고 그림을 팔았다는 것이다. 그저 다방 벽에 붙여놓은 그림들이었지만 말이다. 생활고에 찌들어도, 전쟁속이어도 그림에 대한 열망과 예술혼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천도복숭아와 아이들」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림을 그렸던 이중섭의 생애. 가족을 곧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렸을 그림들의 표정은 밝았다. 일본과 제주, 통영과 부산 그가 머물렀던 곳을 따라가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그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이중섭의 여러 그림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그가 거의 소만 그린줄 알았었다. 이중섭의 혼이 담겨 있는 그림들을 보면서 나의 무지를 깨달았다. 그가 머물렀던 공간을 사진으로 담았고, 그가 그렸던 많은 그림들이 수록되어 있어 소장하기에 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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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차일드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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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이라면 거의 백인 남성들의 소유물이라 여겨왔다. 최근에 읽은 『킨』을 읽고서 옥타비아 버틀러라는 작가의 이름을 새겼다. 전작에서의 감동을 다시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읽은 작품이 『블러드차일드』인데 이 작품은 옥타비아 버틀러의 유일한 작품집으로 7편의 단편과 두편의 에세이가 들어있다.

 

단편은 모두 미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래를 다룬 영화중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라는 영화가 있었다. 미래에서는 인간들이 피해자이며 인조인간들에 의해 지배를 당한다. 인간의 새로운 피를 원하는 이들에게 인간은 수혈을 해주는 피주머니에 지나지 않는다. 액션이 끝내주고 스토리도 흥미로워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작품인데, 영화에서도 보면 미래의 인간들은 불행해 보인다. 제대로 된 인간의 삶을 살 수 없어서일까. 이처럼 옥타비아 버틀러의 단편들에서의 인간들도 그다지 행복하지만은 않다. 

 

모든 것들을 컴퓨터가 지배할 것이라는 우리의 상상과는 달리 소설 속 인간을 제외한 생명체들은 제대로 된 인간이 없다. 인간에게 기생해 인간을 숙주로 키워 자신의 알을 낳게하는 생명체가 있는 반면에, 그들의 침입으로 말과 소리를 잃은 사람들이 대부분인, 그래서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갈 수 없는 비참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럼에도 인간들은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한 아이를 숙주로 내어주어 죽을 날 만을 기다리는 「블러드차일드」에서의 엄마처럼. 그런 아이를 바라보아야 하는 엄마의 절망적인 심정을 말했다. 여기에서 작가는 남성 임신을 다루었다. 여성의 전유물로만 되어있는 임신과 출산을 미래에서는 남성도 임신을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비록 알 껍데기를 먹고 나오는 벌레일지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말의 희망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건  「말과 소리」에서이다. 질병으로 인해 글을 읽는 것을 잃어버린 말할 수 있는 여자. 먹을 수 있는 것을 찾아 쓰레기통을 뒤져야 하는 미래가 막막한 시대에 경찰복과 배지를 가지고 있는 한 남자를 만나 그 남자와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한터에 목격한 한 여자와 남자, 배지를 가지고 있는 남자까지 죽은 광경. 그 광경을 바라본 아이들에게 내밀었던 손짓. 질병이 만연하는 시대에 말할 수 있는 아이들을 보며 그 아이들을 가르치겠다는 여자의 희망적인 메시지가 있는 소설이었다.

 

 

 

작가가 바라보는 미래는 절망과 고통의 악순환이었다. 그럼에도 절망속에서 희망을 내비치고 있었다. 인간에게 중요한, 없어서는 안될 희망의 빛이 조금씩 비치고 있었다는 건,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긍정적인 메시지가 내포되어 있었다. 

 

많은 것이 자유롭지 못했을 흑인으로 살아가는 여성의 입장에서 어쩌면 SF소설은 작가의 피난처가 아니었을까 싶다. 상상의 나래를 펴고 좀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일, 그가 끊임없이 읽고 썼던 결과가 아닐까.

 

단편집의 마지막 부분에 두 편의 짧은 에세이가 들어있는데, 그 중 두번째 에세이에서는 출판을 위해 글을 쓰는 미래의 작가들에게 하는 말이 나와 있다. 아울러 서평을 쓰든 글을 쓰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지 않을까 해서 간단하게 옮겨본다.

 

1. 읽어라. 글쓰기의 기술, 요령, 실무에 대해 읽어라. 당신이 쓰고 싶은 종류의 작품을 읽어라. 훌륭한 문학과 형편없는 문학, 소설과 논픽션을 읽어라. 매일 읽고 당신이 읽는 내용에서 배워라.

2. 글쓰기 수업을 듣고 작가 워크숍에 가라. 글쓰기간 의사소통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최대한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는지 알려줄 다른 사람들이 필요하다.

3. 써라. 매일 써라. 쓰고 싶은 기분이 들 때도, 들지 않을 때도 써라. 하루 중 일정 시간을 골라라.

4. 최대한 좋아질 때까지 글을 고쳐라. 당신이 한 모든 읽기와 쓰기, 당신이 받은 모든 수업들이 수정작업을 도와줄 것이다.

5. 출간을 위해 작품을 내밀어라. 우선 당신의 흥미를 끄는 시장을 조사하라. 당신의 작품을 팔고 싶은 출판사와 단행본이나 잡지를 찾아서 연구하라. 작품을 보내라.

6. 당신이 잊으면 좋을 장애물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우선 영감에 대해서는 잊어라. 습관이 더 믿을 만하다. 습관은 영감을 받든, 받지 못하든 당신을 지탱해줄 것이다.

 

매 작품 뒷편엔 작가의 후기가 실려 있다. 단편을 쓰게 된 배경, 자신의 생각들을 말한 글이 실려 있어 작가가 어떤 마음을 글을 쓰게 되었는지,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작품이 더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SF소설도 상당히 감동적인 작품이라는 걸 옥타비아 버틀로로 인해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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