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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차일드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평점 :
SF소설이라면 거의 백인 남성들의 소유물이라 여겨왔다. 최근에 읽은 『킨』을 읽고서 옥타비아 버틀러라는 작가의 이름을 새겼다. 전작에서의 감동을 다시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읽은 작품이 『블러드차일드』인데 이 작품은 옥타비아 버틀러의 유일한 작품집으로 7편의 단편과 두편의 에세이가 들어있다.
단편은 모두 미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래를 다룬 영화중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라는 영화가 있었다. 미래에서는 인간들이 피해자이며 인조인간들에 의해 지배를 당한다. 인간의 새로운 피를 원하는 이들에게 인간은 수혈을 해주는 피주머니에 지나지 않는다. 액션이 끝내주고 스토리도 흥미로워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작품인데, 영화에서도 보면 미래의 인간들은 불행해 보인다. 제대로 된 인간의 삶을 살 수 없어서일까. 이처럼 옥타비아 버틀러의 단편들에서의 인간들도 그다지 행복하지만은 않다.
모든 것들을 컴퓨터가 지배할 것이라는 우리의 상상과는 달리 소설 속 인간을 제외한 생명체들은 제대로 된 인간이 없다. 인간에게 기생해 인간을 숙주로 키워 자신의 알을 낳게하는 생명체가 있는 반면에, 그들의 침입으로 말과 소리를 잃은 사람들이 대부분인, 그래서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갈 수 없는 비참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럼에도 인간들은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한 아이를 숙주로 내어주어 죽을 날 만을 기다리는 「블러드차일드」에서의 엄마처럼. 그런 아이를 바라보아야 하는 엄마의 절망적인 심정을 말했다. 여기에서 작가는 남성 임신을 다루었다. 여성의 전유물로만 되어있는 임신과 출산을 미래에서는 남성도 임신을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비록 알 껍데기를 먹고 나오는 벌레일지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말의 희망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건 「말과 소리」에서이다. 질병으로 인해 글을 읽는 것을 잃어버린 말할 수 있는 여자. 먹을 수 있는 것을 찾아 쓰레기통을 뒤져야 하는 미래가 막막한 시대에 경찰복과 배지를 가지고 있는 한 남자를 만나 그 남자와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한터에 목격한 한 여자와 남자, 배지를 가지고 있는 남자까지 죽은 광경. 그 광경을 바라본 아이들에게 내밀었던 손짓. 질병이 만연하는 시대에 말할 수 있는 아이들을 보며 그 아이들을 가르치겠다는 여자의 희망적인 메시지가 있는 소설이었다.
작가가 바라보는 미래는 절망과 고통의 악순환이었다. 그럼에도 절망속에서 희망을 내비치고 있었다. 인간에게 중요한, 없어서는 안될 희망의 빛이 조금씩 비치고 있었다는 건,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긍정적인 메시지가 내포되어 있었다.
많은 것이 자유롭지 못했을 흑인으로 살아가는 여성의 입장에서 어쩌면 SF소설은 작가의 피난처가 아니었을까 싶다. 상상의 나래를 펴고 좀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일, 그가 끊임없이 읽고 썼던 결과가 아닐까.
단편집의 마지막 부분에 두 편의 짧은 에세이가 들어있는데, 그 중 두번째 에세이에서는 출판을 위해 글을 쓰는 미래의 작가들에게 하는 말이 나와 있다. 아울러 서평을 쓰든 글을 쓰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지 않을까 해서 간단하게 옮겨본다.
1. 읽어라. 글쓰기의 기술, 요령, 실무에 대해 읽어라. 당신이 쓰고 싶은 종류의 작품을 읽어라. 훌륭한 문학과 형편없는 문학, 소설과 논픽션을 읽어라. 매일 읽고 당신이 읽는 내용에서 배워라.
2. 글쓰기 수업을 듣고 작가 워크숍에 가라. 글쓰기간 의사소통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최대한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는지 알려줄 다른 사람들이 필요하다.
3. 써라. 매일 써라. 쓰고 싶은 기분이 들 때도, 들지 않을 때도 써라. 하루 중 일정 시간을 골라라.
4. 최대한 좋아질 때까지 글을 고쳐라. 당신이 한 모든 읽기와 쓰기, 당신이 받은 모든 수업들이 수정작업을 도와줄 것이다.
5. 출간을 위해 작품을 내밀어라. 우선 당신의 흥미를 끄는 시장을 조사하라. 당신의 작품을 팔고 싶은 출판사와 단행본이나 잡지를 찾아서 연구하라. 작품을 보내라.
6. 당신이 잊으면 좋을 장애물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우선 영감에 대해서는 잊어라. 습관이 더 믿을 만하다. 습관은 영감을 받든, 받지 못하든 당신을 지탱해줄 것이다.
매 작품 뒷편엔 작가의 후기가 실려 있다. 단편을 쓰게 된 배경, 자신의 생각들을 말한 글이 실려 있어 작가가 어떤 마음을 글을 쓰게 되었는지,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작품이 더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SF소설도 상당히 감동적인 작품이라는 걸 옥타비아 버틀로로 인해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