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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드레스 백 벌이 있어 ㅣ 일공일삼 11
엘레노어 에스테스 지음, 루이스 슬로보드킨 그림,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완다 페트론스키'라는 이름의 소녀가 있어요. 완다는 여느 소녀들과는 조금 다른 아이예요. 일단 이름부터가 특이해요. 친구들이 쉽게 부를 수 있는 이름이 아니죠. 그리고 완다는 항상 구겨진 파란 드레스를 입고 다녀요. 집에서 학교로 오는 길은 시골길이라 신발에는 항상 진흙이 묻어 있어요. 그래서 선생님은 완다가 교실을 더럽히지 않게 구석 자리에 앉도록 했어요. 그런데 완다가 학교에 오질 않았네요. 원래 구석 자리에 있던 완다라서, 그리고 아무도 완다를 좋아하지 않아서 완다가 오지 않았다는 것을 처음에는 아무도 몰랐어요. 그러다가 여느 때처럼 완다를 놀리려고 기다리던 페기와 매디가 완다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됐죠.
페기와 매디는 왜 완다를 놀리려 하는 걸까요?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예요. 어느날 여자 아이들이 드레스 이야기로 즐거워할 때 완다도 아이들 사이에 있었어요. 순간 자신도 뭔가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완다가 페기에게 아주 조그맣게 말했어요. "우리 집에는 드레스 백 벌이 있어."라고요. 항상 똑같은 옷만 입고 다니는 완다였기에 아무도 믿지 않았고 이내 잊어 버렸어요. 그런데 페기가 매일 완다에게 드레스 백 벌에 대해 묻는거예요. 그렇게 드레스 백 벌 놀이는 시작되었던거죠.
매디는 페기의 단짝이에요. 사실 매디도 남의 옷을 얻어 입는 처지라 페기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올까봐 차마 말할 수가 없었어요. 페기가 스스로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으면 좋으련만.
완다가 오지 않은 다음 다음날은 그림 그리기 대회 우승자를 발표하는 날이었어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한두 점의 그림만 냈는데, 한 아이가 그림 백 장을 그려내서 우승을 했다고 하네요. 게다가 그 그림 하나하나가 모두 다르고 아름답다고 하네요. 그 우승자는 놀랍게도 완다였어요. 완다가 낸 그림은 백 벌의 드레스 그림이었어요. 그리고 선생님께서 편지를 읽어주셨어요. 이름이 왜 그렇게 이상하냐고 묻지 않는 곳으로 이사를 갈거라는 완다 아버지의 편지였어요.
아이쿠, 이걸 어쩌죠? 완다는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었어요. 비록 입을 수는 없지만 완다는 자신만의 멋진 드레스 백 벌을 가지고 있었던 거예요. 아마 친구들이 자신들의 멋진 드레스를 자랑할 때마다 완다는 상상 속에 있는 드레스를 한 벌씩 그렸겠죠. 완다에게 사과해야 하는데, 그리고 우승자가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알려줘야 하는데 너무 늦은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래요. 완다는 이상한 아이가 아니라 조금 다를 뿐이었어요. 다르다는 건 틀린게 아니라 똑같지 않다는 거잖아요. 생각해 보세요. 모두가 하나같이 똑같다면 세상은 얼마나 심심하고 지루할까요? 서로 다르니까, 나와는 다른 친구와 이야기하며 알아가는게 그렇게 재미있는 거예요.
앗! 그렇다고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어요. 아직은 늦지 않았어요. 매디는 자신의 잘못을 알았을 때 바로 용기있게 말하지 못했지만, 여러분은 지금 바로 그렇게 하면 되잖아요.
2008/06/10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