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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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고도 나름대로 혼자 생활을 즐기는 서른 네 살의 남자 

그리고 친구를 삼풍백화점 붕괴로 잃고도 그 친구가 살아있을거라 믿고 찾지 않는 무심한 어떤 여자 

또 아들이 교통사고로 어떤 중학생을 죽게 하고도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한 부모 

등등 정이현의 글에는 객관화된 우리들의 이기적인 모습들이 나온다. 

따뜻하게 정을 나누고 배려하는 아름다운 이웃의 모습은 없다. 도시화된 이기적인 획일화된 안타까운 모습들만 나온다. 

너무나 객관화 되어 웃음이 난다. 옆에 누가 죽어도, 무엇이 사라져도 아무도 슬퍼하지않고 형식적인 절차만이 있을 뿐이다.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풍속을 혹독하게 꼬집고 있다.

특히 가장 감명깊었던 작품이 <삼풍백화점>이었다. 

1995년 6월 29일 갑자기 무너져버린 건물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가족을 잃고 힘들어 했을까? 

9.11.테러로 아버지를 잃은 오스카의 아빠 찾기를 그린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잃은 적이 있다. 8살 오스카가 아빠의 흔적을 찾아 열쇠에 적힌 블랙씨를 찾아 헤매는 모습에서 큰 슬픔을 느꼈다. 

<삼풍백화점>도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일을 겪고 나서 한 개인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를 그린다.  

한 때 가까웠던 누군가와 멀어지게 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어른이 된 다음에는 특히 그렇다. 

R에게서는 한 번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R과 나의 삐삐번호는 이미 지상에서 사라졌다. 사람들은호출기에서 핸드폰으로, 아이러브 스쿨에서 미니홈피로 자주 장난감을 바꾸었다. 

짤막하게 읽을 수 있는 좋은 단편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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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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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양손에 힘을 빼고 저 밑바닥을 향해 녀석을 내던진다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철퍼덕 소리와 함께 녀석의 몸이 바닥에 닿아 으스러진다해도 아무도 나를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시체 처리의 비용을 청구하기 위해 혹여 아파트 관리실 직원이 초인종을 누른다면 나느 ㄴ애절하고 비통한 목소리로 녀석의 실족사를 위장하리라. 군청색 점퍼를 입은 그 남자가 내 어깨를 짚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면 못 이기는 척 쿨쩍쿨쩍 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관대한 용서를 그리워하면서 나는 지상의 저 먼 바닥을 오래도록 응시하였다.-35쪽

1989년 12월 개장한 삼풍백화점은 지상 5층, 지하 4층의 초현대식 건물이었다.1995년 6월 29일. 그날, 에어컨디셔너는 작동되지 않았고 실내는 무척 더웠다.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언제 여름이 되어버린 거지. 5시 40분, 1층 로비를 걸으면서 나는 중얼거렸다. 5시 43분, 정문을 빠져나왔다. 5시 48분, 집에 도착했다. 5시 53분, 얼룩말무늬 일기장을 펼쳤다. 나는 오늘, 이라고 썼을 때, 콩, 소리가 들렸다.5시 55분이었다.삼풍백화점이 붕괴되었다.한 층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1초에 지나지 않았다.-64쪽

많은 것이 변했고 또 변하지 않았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자리는 한동안 공동으로 남아 있었으나, 1004년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섰다. 그 아파트가 완공되기 몇 해전에 나는 멀리 이사를 했다. 지금도 가끔 그 앞을 지나간다. 가슴 한쪽이 뻐근하게 저릴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고향이 꼭, 간절히 그리운 장소만은 아닐 것이다.그곳을 떠난 뒤에야 나느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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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대회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로버트 먼치 글, 안토니 루이스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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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생명이 태어나서 부모가 되는 과정이 굉장히 요약적으로 잘 나타난다.

온갖 말썽을 피워댄다. 책장의 책을 전부 꺼내 마구 흐트러뜨리기도 하고, 냉장고 안을 뒤져 음식을 다 쏟아버리기도 하고 어머니의 시계를 변기에 넣기고 하고....
어머니는 "이 아이때문에 내가 미쳐버릴 것만 같아." 생각한다.
그래도 밤이 되면 자는 아이의 머리 맡에서 사랑의 자장가를 불러준다

아이는 또 자라고 자란다. 목욕을 제일 싫어하고, 할머니가 오시면 언제가 버릇없는 말만하고...
그러면 엄마는 "이 녀석, 동물원에라도 팔아버리고 싶어."생각한다. 하지만 밤이 되면 엄마는 자는 아이의 머리 맡에서 사랑의 자장가를 부른다.

아이는 또 자라서 십대 소년이 되고 이상한 친구들을 사귀고, 이상한 옷을 입고, 이상한 음악을 듣고... 그래도 엄마는 아이에게 자장노래를 불러준다.변함없는 그 노래를

또 자라서 어른이 되어 독립을 한다.그러면 엄마는 버스를 타고 그 집에 가서 자는 아이?어른이 된 아들에게 노래를 불러준다.변함없는 사랑을 고백한다.

그 사이 엄마는 늙고 늙어서 더이상 그 자장 노래를 불러줄 수 없을때 아들이 엄마에게 그 노래를 불러준다.

그리고 아들이 또 아이를 낳아 그 아이에게 그 노래를 전한다.그 어떤 세상의 노래보다가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런 노래이다. 엄마가 불러준 그 노래...사랑의 이어짐을 배우게 된다.사랑을 받고 사랑을 이어주는 아름다운 마음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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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대회
조수미 - 피터와 늑대 - 조수미가 들려주는 음악동화
조수미 (Sumi Jo) 노래 / 워너뮤직(WEA) / 2003년 10월
품절


음반으로 등록되어 있어서 한참을 검색했다.물론 조수미가 들려주는 동화라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만 그림이나 내용도 정말 멋지다.

동화책은 이미 여러 출판사에서 출판이 되었다. 하지만 특히 이 책이 마음에 드는 것은 책과 음반과 워크북이 함께 구성되어 있기 떄문이다. 이 책은 동화 내용만 읽으면 그냥 평범한 책에 불과하다. 그러나 조수미의 동화 구연을 들으며 악기에 대해 알게 되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음악이 나오는지 알 수 있어서 환상적이다.

드라마 ost에서 보면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에 맞는 음악이 있듯이 이 음반에서도 각 인물들의 악기와 연주가 존재한다. 새는 플루트, 오리는 오보에, 고양이는 클라리넷, 할아버지는 바순으로 늑대는 세 대의 호른,피너는 현악사중주로, 총소리는 케틀드럼과 큰북으로 연주된다.
동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새, 오리, 고양이, 늑대 동물이 나오고 약간의 소동이 있으며

위험한 숲에서 논다고 할아버지에게 혼나고 다시 숲에서 큰 늑대가 나타나 오리를 잡아먹고, 고양이마저 잡으려 하자 피터가 조금조금 나무에 올라 늑대를 잡는다는 내용이다.

마지막에는 승리의 행진곡이 나온다.
음악적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작품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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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대회
대한민국 원주민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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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원주민
배우지 못하고 아는 것 없고 힘든 시절을 살아온 아버지, 어머니, 누나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너무 가난해서 만화도 보기 못하고 상상해서 그렸던 어릴 적 작가의 모습이 나오고 현재의 작가가 과거속으로 들어가 어린 나를 안아준다.

어머니의 첫 사랑, 그 풋풋한 느낌도 나오고

아버지의 군 생활, 그리고 첫사랑, 무뚝뚝함의 절정, 도박, 자식 교육방법들이 나온다.

그리고 누나들, 형의 아픔, 성장과정, 희생도 나온다.

특히 큰누나의 희생은 정말 눈물겹다.
내가 큰 딸인께네... 뭘하든 내가 잘해야 동생들도 따라올 거란 생각으로 살았지. 뭐든지 욕 안 먹게 열심히 하고 남자 안 꼬이게 조심하고
정말 어렵게 어렵게 중학교 졸업하고 생활한다.

제일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다.어머니의 회상장면인데 식빵을 시멘트 블록 같이 생겼다고 표현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마지막에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생각에 잠긴다. 현대의 아픈 구석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나온다. 내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하고 자신의 모습도 되짚어 본다.
작가의 가족사가 사실적으로 나타나 더욱 감동을 준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모습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다.일제 강점기에도 커피를 마신 럭셔리한 작가나 고위층이 있었고 지금도 중학교 교육을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누군가가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게 배려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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