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12월 개장한 삼풍백화점은 지상 5층, 지하 4층의 초현대식 건물이었다.1995년 6월 29일. 그날, 에어컨디셔너는 작동되지 않았고 실내는 무척 더웠다.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언제 여름이 되어버린 거지. 5시 40분, 1층 로비를 걸으면서 나는 중얼거렸다. 5시 43분, 정문을 빠져나왔다. 5시 48분, 집에 도착했다. 5시 53분, 얼룩말무늬 일기장을 펼쳤다. 나는 오늘, 이라고 썼을 때, 콩, 소리가 들렸다.5시 55분이었다.삼풍백화점이 붕괴되었다.한 층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1초에 지나지 않았다.-64쪽
많은 것이 변했고 또 변하지 않았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자리는 한동안 공동으로 남아 있었으나, 1004년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섰다. 그 아파트가 완공되기 몇 해전에 나는 멀리 이사를 했다. 지금도 가끔 그 앞을 지나간다. 가슴 한쪽이 뻐근하게 저릴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고향이 꼭, 간절히 그리운 장소만은 아닐 것이다.그곳을 떠난 뒤에야 나느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