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말하고 있잖아 ㅣ 오늘의 젊은 작가 28
정용준 지음 / 민음사 / 2020년 6월
평점 :
내가 텔레비전을 볼 때 "내가 보고 있잖아."라고 말하고 내가 말을 할 때, "내가 말하고 있잖아." 단호하게 말했던 적이 있다. 채널을 돌리지 말라고, 다른 말을 하지 말라고 선언하듯 말했었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을 읽고 엄청나게 강한 주인공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인공은 오히려 말을 제대로 못하는 인물이었다. 중학교 1학년 주인공은 학교폭력으로 무언가에 눌리고 억압받고 겁에 질려서 말을 늘 더듬는 아이이다. 진짜 이름은 뭔지 찾을 수 없고, 스프링 언어 교정원에서 부르는 이름은 계속 바뀐다.
처음에 주인공은 무연중에 다닌다고 '무연'이라고 불린다. 나중에는 '엄마', '우주', '24번'이라고 불린다. 최근 가장 말하기 어려운 단어로 이름을 짓고 한달간 그 이름으로 산다. 그러면 그 단어가 자연스럽게 극복이 된다. 자신을 놀리는 친구가 자신에게 계속 책을 읽으라고 하는 국어선생님이 너무 싫어서 늘 괴로워한다. 교정원에서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고 극복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하고 싶은 말들을 글로 쓰기도 하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 발표연습을 하기도 한다. 무서워서 도망도 가고, 미워하고 증오도 하고, 모든 일에 묵비권을 행사하기도 하지만 어느새 성장한다는 내용이다.
주인공이 청소년이고 언어와 관련된 내용, 학교에서의 상황이 나와서 청소년들에게 읽게 해도 좋겠다. 마음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추천한다. 마음을 조금 가볍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이이모, 이모는 왜 살아요? 이모는 웃었다. 그리고 나를 껴안아 줬다. 왜 사냐니. 무슨 질문이 그래. 아들. 알려 줄 테니까 잘 기억해. 왜 사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냥. 그냥 살아. 나만 그런게 아니라 다 그래. 그냥 사는 게 사는 데 있어 가장 큰 이유야. 다른 이유는 없어.돌멩이가 왜 딱딱한지 아니? 왜 나무는 말을 못 하게? 몰라. 나무도 돌도 몰라. 사람도 그래.사는 데 이유는 없어. 이유를 찾기 시작하면 사는 건 피곤해지고 슬퍼진단다. - P102
그는 어른이 됐다. 언제, 어떻게, 왜 어른이 되는지 궁금했던 그는 마침내 자신이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그동안 욕했던 모든 어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그래서 그랬구나. 그랬던 거구나.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 막연히 알 것 같았다. - P1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