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형 6일전 동서 미스터리 북스 97
조너슨 라티머 지음, 문영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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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한 남자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그의 애인, 동업자, 사촌형제, 변호사, 탐정 등이 사건을 재수사한다. 그러나 사형집행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6일뿐...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을 연상시키는 줄거리를 가지는 <처형 6일전>은 읽기전에 막연히 가졌던 예상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이작품의 큰 줄기로 봐서는 강렬한 서스펜스소설일것 같은데 실제로 이작품의 서스펜스적 요소는 미약하다. 수사의 진행은 주로 사립탐정 윌리엄 크레인을 주체로 진행되며 누명을 쓰고 죽을 위기에 처한 남자와 인간적인 유대를 가지는 약혼자나 동료들의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그다지 잘 표현되지 못했다. 아이리시의 작품같은 필사적인 긴장감과는 거리가 멀다.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하드보일드에 가깝다. 사건의 수사는 탐정이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히는 장면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지며 크레인은 알카포네를 몰아냈다는 무시무시한 갱단과도 관련을 맺고 교도소장을 협박하기도 하는등 전형적 하드보일드 탐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크레인이 본격물에 등장하는 홈즈식 초인형 탐정의 특성도 꽤 많이 내포한다는 점이다. 그는 고전정통추리소설의 탐정들처럼 괴상한 행동을 하면서 묘한 웃음을 짓기도 하고 포와로처럼 최후의 순간에 용의자들을 전부 불러모은다.

이 작품은 서스펜스적 골격에 하드보일드적 요소와 본격물의 특성이 첨가된 짬뽕미스터리이며 그중에서 서스펜스적 성격이 가장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이러한 독특성은 이 작품의 매력이자 현대적 의미의 미스터리와도 일맥상통한다고도 할 수 있으나 아쉽게도 어느 쪽으로도 그다지 뛰어나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서스펜스로는 아이리시는 고사하고 크리스티에 비해서도 한참 모자라고 하드보일드로는 해미트의 아류수준이고 본격물로도 별로 신통하지는 않다. 또 한가지 6일후에 처형당하는 3명의 사형수가 모여있다는 설정을 사용하고도 이들의 절박한 심리상태에 대한 묘사가 많이 부족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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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는 죽어야 한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51
니콜라스 블레이크 지음, 현재훈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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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리저의 <이와 손톱>을 읽고난후 지금껏 <이와 손톱>을 능가하는 범죄소설은 존재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니콜라스 블레이크의 <야수는 죽어야 한다>의 뛰어남은 거의 <이와 손톱>에 필적할 정도이다. <이와 손톱>이 범죄소설+서스펜스의 극단이라면 <야수는 죽어야 한다>는 범죄소설+본격추리소설의 극단이다. 물론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으나 내 생각엔 존 르 카레의 <죽음의 키스>보다 확실히 윗길이다.

작품은 총 4부로 구성되어있다. 1,2부는 뺑소니 사고로 아들을 잃은 미스터리 작가 필릭스 레인이 범인을 찾아내고 그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시도하는 내용인데, 특이하게도 일기의 형식을 취함으로써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블레이크의 심리묘사는 아이리시나 크리스티같은 미묘하고 섬세한 맛은 없지만 선이 굵고 시원시원하다는 느낌이다. 3,4부는 보통 고전추리소설의 형식을 가지는데 단서가 별로 없어보이는데도 논리적 완결성을 보여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세세한 물적 증거에 구애받지 않고 사건전체를 거시적으로 분석하는 탐정 나이젤의 모습은 이 작품의 독특한 도입부와 맞물려 '이작품이 본격미스터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가 과연 옳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책의 뒷표지에는 이작품을 도서물이라고 하였지만 <야수는 죽어야 한다>를 도서물로 보기엔 좀 무리가 있다. 앞서 말한대로 범죄소설+본격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왜 그런지 설명하자면 스포일러가 되므로 자세한 언급은 피한다. 이 작품과 콜롬보시리즈를 비교해보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사소한 트집을 하나 잡자면 본문에 트라팔가 해전이 넬슨이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한 사건이라고 나오는데, 트라팔가는 넬슨이 나폴레옹을 무찌른 스페인 남서안의 곶이고 소위 스페인 무적함대가 드레이크라는 영국 해적한테 박살난 때는 그보다 200년도 더 전이다. 아마도 원문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작가의 실수를 역자가 발견하지 못한 것이리라. 같이 수록된 브레머의 <브룩밴드장의 비극>도 홈즈시대 특유의 매력을 갖춘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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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이별 동서 미스터리 북스 7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이경식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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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10년만에 다시 만난 레이몬드 첸들러의 <기나긴 작별>은 예전에 느꼈던 만큼의 강렬한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당시에는 추리소설의 초심자시절이라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라는 선입견을 가졌던 탓일까? 확실히 이 작품은 1인칭 주인공 시점 하드보일드의 독특한 매력과 작품전반에 흐르는 사회비판과 재치있는 대화를 갖춘 명작이기는 하지만, 추리소설적인 알멩이가 부족하고 중반진행이 너무 느슨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해미트의 <말타의 매>와 맥도날드의 <움직이는 타깃>도 다시 읽어봐야겠지만 현재로선 소위 하드보일드 3대걸작 중에서 제일 처진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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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빌 2006-06-07 0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서 등장하는 다양하고 사실적인 캐릭터만 해도 3대 추리소설중에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챈들러 특유의 독특한 문체는 압권이죠. 챈들러의 소설은 추리소설이 아닌 소설로 봐야 그 진가를 알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6
프리먼 윌스 크로프츠 지음, 오형태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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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을 실제로 읽기전에 이 작품은 3부로 구성되어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기 때문에 도일의 <주홍색 연구>나 <공포의 계곡>의 2중구조 같이 아직 장편소설로서 구조적 정립이 이루어지지못한 초기장편추리소설이리라고 막연히 추즉했었다. 그러나 통의 실제 모습은 오히려 철벽처럼 탄탄한 모습이었다. 해설에 소개된 '반다인의 <그린 살인사건>조차 구조적 견실함에서 상대할 수 없다'는 평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작가 크로프츠는 비록 크리스티나 딕슨카 같이 극도의 긴장감을 조성하거나 마지막에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재주는 없지만, 빈틈없는 전개로 작품전체를 완벽하게 구성하는 능력은 정말 탁월하다.

영국과 프랑스 경찰의 성실한 수사과정이 어떻게 해서 훼릭스를 범인으로 지목하는지를 서술하는 1,2부와 그 완벽해보이는 경찰의 결론을 어떻게 뒤엎는지를 보여주는 3부를 연결하는 그 자연스럽고 무리없는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수 없다. 알리바이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작품이라 지루하고 복잡한 진행일거라고 예상했으나 의외로 읽는 재미가 좋았다. 워낙에 치밀한 구성인데다 중간중간 형사나 탐정이 자신들의 추리과정을 숨김없이 보여주기 때문에 그들의 추리에 나의 생각을 보태 결말을 예상해가며 열중해서 읽다보니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작품을 리얼리즘 추리문학이라 하는 것은 경찰수사과정의 사실적 묘사보다는 홈즈같은 초인적 탐정이 아닌 독자가 추리의 속도를 맞춰나갈수 있는 인물을 추리의 주체로 삼음으로써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전개를 보이는 데에 있다고 생각된다. 상식적이고 자연스러운 구성으로 독자로 하여금 끝까지 추리를 포기하지 않게 하는 힘. 이것이 이작품 최고의 미덕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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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4-07-15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추리소설이죠! ^^
 
ABC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4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박순녀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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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는 대표작을 열거하기 어렵울 정도로 걸작이 넘쳐나지만, 이작품은 그 중에서도 충분히 상위권에 랭크될 수 있는 걸작이다. A지역에서 A가 살해되고 B지역에서 B가 살해되고 C... D... 편집광의 소행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러한 연쇄살인이 사실은 분명한 목적을 가진 범행이었다고 밝혀지는 결말은 정말 감탄할 만하다. 크리스티 특유의 상상력이 고도로 발휘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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