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을 실제로 읽기전에 이 작품은 3부로 구성되어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기 때문에 도일의 <주홍색 연구>나 <공포의 계곡>의 2중구조 같이 아직 장편소설로서 구조적 정립이 이루어지지못한 초기장편추리소설이리라고 막연히 추즉했었다. 그러나 통의 실제 모습은 오히려 철벽처럼 탄탄한 모습이었다. 해설에 소개된 '반다인의 <그린 살인사건>조차 구조적 견실함에서 상대할 수 없다'는 평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작가 크로프츠는 비록 크리스티나 딕슨카 같이 극도의 긴장감을 조성하거나 마지막에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재주는 없지만, 빈틈없는 전개로 작품전체를 완벽하게 구성하는 능력은 정말 탁월하다. 영국과 프랑스 경찰의 성실한 수사과정이 어떻게 해서 훼릭스를 범인으로 지목하는지를 서술하는 1,2부와 그 완벽해보이는 경찰의 결론을 어떻게 뒤엎는지를 보여주는 3부를 연결하는 그 자연스럽고 무리없는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수 없다. 알리바이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작품이라 지루하고 복잡한 진행일거라고 예상했으나 의외로 읽는 재미가 좋았다. 워낙에 치밀한 구성인데다 중간중간 형사나 탐정이 자신들의 추리과정을 숨김없이 보여주기 때문에 그들의 추리에 나의 생각을 보태 결말을 예상해가며 열중해서 읽다보니 지루할 틈이 없었다.이작품을 리얼리즘 추리문학이라 하는 것은 경찰수사과정의 사실적 묘사보다는 홈즈같은 초인적 탐정이 아닌 독자가 추리의 속도를 맞춰나갈수 있는 인물을 추리의 주체로 삼음으로써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전개를 보이는 데에 있다고 생각된다. 상식적이고 자연스러운 구성으로 독자로 하여금 끝까지 추리를 포기하지 않게 하는 힘. 이것이 이작품 최고의 미덕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