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오렌지의 비밀 동서 미스터리 북스 68
엘러리 퀸 지음, 김우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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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국명 시리즈는 반다인의 영향을 받아 철저하게 지적 게임이라는 구도하에 페어플레이 정신을 고수하며 쓰여진 독특한 작품들이다. XYZ4부작과 비교하면 인간성에 대한 성찰이 부족해서 좀 가벼운 느낌이지만, 작가의 추리소설을 향한 순수한 열정이 좀더 드러나기도 한다. 그런데 매번 ~의 비밀이라는 고정적 제목처럼 국명 시리즈는 하나의 틀이 작품의 한계를 설정하여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기계적인 느낌을 줄때도 있는데, 바로 이 작품이 그러한 대표적 경우가 아닌가 싶다. 사건 현장의 시체나 모든 사물들이 거꾸로 되어있다는 설정은 미스터리적 흥미를 자극하기도 하지만 너무 작위적인 느낌이 들어 현실감을 떨어뜨린다. 게다가 그 기괴한 발단에 비해 해명은 그다지 놀랍지 않으니 더욱 그러하다. 퀸의 작품으로는 중간 이하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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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4-08-03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엘러리퀸이 이런 추리물을 썼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실망이었슴다 =.=
너무 작위적인 구성이었죠...앞뒤도 안 맞구...요.
 
그리스 관의 비밀 동서 미스터리 북스 95
엘러리 퀸 지음, 윤종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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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아들 사이에서 국명 시리즈 가운데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네덜란드 구두의 비밀>과 더불어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지만 생각만큼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여느 국명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추리소설은 작가와 독자와의 지적게임이라는 정의에 충실한 작품이지만, 플롯은 너무 복잡하고 해명의 명료함은 다른 시리즈에 비해 부족한듯하다. <중국 오렌지의 비밀>보다는 약간 나아보이지만,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이나 <로마 모자의 비밀>에는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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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징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83
요꼬미조 세이시요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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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리소설을 볼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일본추리작가들의 추리소설에 대한 특히 본격물에 대한 애정은 각별한 데가 있다. 이 작품 역시 작가의 본격추리소설에 대한 열정이 배어있는 작품이다. <혼징 살인사건>의 고전적 구성이나 <나비부인 살인사건>에서 일본인들의 부족한 합리성을 보완하기 위해 좀더 생각하고 이치를 따지는 소설형태인 추리소설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출판사 사장의 대사에서는 영미의 황금시대 그것도 제일황금기에 가까운 추리소설의 낭만과 논리에 대한 순진할 정도의 절대적 믿음이 느껴진다.

수록된 두 작품에서는 영미의 고전 작가들의 향기가 느껴지는데, <혼징 살인사건>은 그 기괴하고 불가능한 설정이 딕슨카와 유사하고 <나비부인 살인사건>은 알리바이를 중점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크로프츠의 영향이 보인다. 그리고 두 작품의 전반적인 구성의 특징은 추리소설을 작가와 독자의 지적 게임으로 인식한 엘러리 퀸의 작풍과 유사하다.

<혼징 살인사건>은 처녀작답게 패기와 도전정신이 엿보이는데, 트릭에서 너무 기교가 지나치고 범인의 동기나 인물묘사에서는 다소 현실감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작가의 두번째 작품이라는 <나비부인 살인사건>은 <혼징 살인사건>에 비해서는 모든 면에서 안정적이고 견실한 모습을 보이는데, 역시 영미 고전의 향수를 자극하는 작풍은 여전하다. 두 작품 모두 걸작이기는 하나 아무래도 <나비부인 살인사건>이 조금 더 낫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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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데 - 고양이 추리소설
아키프 피린치 지음, 이지영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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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고양이 추리소설 장르라지만 아카가와 지로의 홈즈 시리즈와 펠리데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다. 홈즈 시리즈가 인간의 세상에서 발생한 인간의 범죄에 대해 인간이 해결하는 과정에 고양이 한마리가 힌트를 제공한다(그나마도 확실치 않은)는 이야기라면, 펠리데는 고양이의 세상에서 발생한 고양이의 범죄에 대해 고양이가 해결하는 철저하게 고양이의 시각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이다.

홈즈 시리즈가 소프트한 고양이 추리소설이라면 펠리데는 Hard Cat Sleuths라고 할까... 일반적인 미스터리 장르로 범주화하면 아무래도 하드보일드에 가까운 것 같고, 사회파적인 요소도 좀 있고, 심리스릴러와 서스펜스적인 느낌도... 암튼 홈즈 시리즈보다는 훨씬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작품이다.

펠리데는 상당히 진지한 작품이다. 사교, 광신, 유전, 종의 본성, 생체실험, 고독, 동물학대, 진화 등 다소 묵직한 소재들이 시니컬한 유머를 동반하고 펼쳐진다. 그러나 머리가 아플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 목이 뜯겨죽은 고양이들의 끔찍한 연쇄살해사건을 논리적이고 철학적인 신랄한 비평가 고양이 프란시스가 해결한다는 기본줄거리와 그의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성찰, 그리고 미치광이 과학자의 끔찍한 고양이 생체실험 기록이나 자학적인 광신도 집단의 기괴한 종교의식 등의 여러장면을 볼 때 상당히 엽기적이고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인 것 같으나, 기본적으로 그 심각한 상황 속에서 고민하고 번뇌하는 이는 인간이 아닌 고양이이고 종종 등장하는 고양이의 습성에 관한 에피소드들은 이 작품의 음울한 분위기를 상당부분 완화시켜준다.

특히 논리적인 고양이 프란시스가 사건 수사에 관한 조언을 얻기위해 파스칼이라는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천재 고양이를 찾아가려는데 집의 문이 닫혀있자 어쩔 수 없이 멍청한 인간 주인에게 문열어달라고 야옹거리는 장면의 아이러니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심오한 철학이 담긴 우화같기도 하고, 단순한 블랙유머 같기도 하고... 요컨데 펠리데는 진지함속에 위트와 유머가 살아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이 고양이여서인지 대사보다는 묘사중심의 서술이지만 지루함과는 거리가 멀다. 진행은 상당히 스피디하고 흥미진진하게 이루어져 읽는 재미가 좋고,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의 치밀한 짜임새는 감탄할 만하다. 프란시스의 꿈이 사건해결의 암시로 밝혀지는 장면이나 인간 과학자의 잔혹한 동물실험을 작품의 결말로 연결시키는 교묘한 수법은 아주 인상적이다. 작가의 고양이에 대한 전문지식 만큼이나 현대적 추리소설에 대한 이해도 높은듯하다.

펠리데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범인의 동기인데(정말 쑈킹!) 이렇게 스케일이 큰 동기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다. 애써 비슷한 예를 찾는다면 추리소설보다는 에스에프에 가까운 아시모프의 로봇시리즈 정도... 이런 동기를 인간이 가지는 추리소설이 있다면 그 유치하고 허무맹랑함에 책을 던져버릴테지만 범인이 고양이이니 왠지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의 메시지와도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고... 그러나 역시 심각하다는 느낌은 별로...

참으로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현대 추리소설을 만났다. 개인적으로 케드펠 시리즈보다 마음에 든다. 작가 아키프 피린치는 미스터리 애호가들이 주목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2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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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4-08-03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한번 읽어봐야겠네요..좋은 리뷰 감솨함다~^^
 
로마 모자의 비밀 동서 미스터리 북스 66
엘러리 퀸 지음, 강영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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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다인의 보수주의와 크리스티의 자유분방함의 중간쯤에 위치한 퀸작풍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건의 발단과 전개는 반다인을 따르고 결말에서는 크리스티나 딕슨카처럼 의외성을 노리고 있다.

교양있는 상류계급의 탐정이 등장하고 지적게임이라는 의미에 충실하며 중간중간 리처드와 퀸의 대화를 통해 추론과정을 명확히 제시하고 경찰의 수사기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애석하게도 이것은 반다인이 먼저 시작한 것이다. 뭐 이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많은 퀸 팬들이 반다인의 퀸에 대한 영향을 경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된다. 반다인이 없으면 퀸도 없다고 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반다인이라는 훌륭한 모델이 없었다면 퀸이 초반부터 명작들을 대량생산할 수 없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생각된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탐정으로서 리차드의 비중이 엘러리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이다. 로마모자의 비밀은 주인공 탐정의 개성창조에 실패한 작품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퀸의 작품중 탐정이 가장 흥미롭게 표현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서 탐정은 엘러리 혼자가 아니라 퀸부자이다. 베테랑 경감과 괴벽을 지닌 제법 신비스러워 보이는 그의 아들이 콤비를 이루는 형태는 매우 재미있는 착상이라고 생각된다.

처음에 퀸은 와트슨의 비중이 대폭 상승된 새로운 형태의 홈즈-와트슨관계를 생각한 것 같다. 와트슨이 홈즈와 더불어 사건을 해결하는 주체가 되고, 기존 와트슨의 역할을 레스트레이드가 떠맡는... 어떠한 이유에서 이후의 작품에서는 리차드가 엘러리의 들러리로 전락해버렸는지는 알 수 없으나, 콤비형태의 탐정을 계속 유지하였더라면 퀸부자가 좀더 매력적이고 독특한 캐릭터가 되었을 것이다. 어차피 작가도 둘이니 맨프레드와 프레드릭이 한명씩 전담하면 될것을...

트릭이나 모든 면에서 별로 흠잡을 데가 없는 이작품은 첫작품인라는 것을 감안하지 않아도 상당히 우수한 작품이라 생각되며, 명작들이 우글우글한 퀸의 작품계열속에서도 충분히 상위권에 들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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