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가 딕슨카의 대표작이란 말인가? 범작이라 할 정도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반다인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는 딕슨카라는 작가의 대표작으로는 많이 부족하다.발단의 선정성과 호기심 유발이라는 측면에서 최고의 필력을 자랑하는 작가 딕슨카의 고질적 약점이랄까... 결말의 힘부족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런던탑이라는 그럴듯한 무대에 수수께끼의 모자 도둑이라는 기괴한 설정이 밤에 걷다나 죽은자는 다시 께어난다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다소 맥빠지게 풀려버린 느낌이다. 딕슨카답지 않게 중반전개도 느슨하고 긴장감조성이 미흡했다.또 한가지 불만인 것은 범인의 처리이다. 이 작품에서 펠 박사는 범인을 동정하여 체포되지 않도록 노력하는데, 펠 박사는 그렇다쳐도 경감까지 나서서 범인체포라는 자신의 직분을 망각한 채 마땅히 처벌받아야할 범죄자를 애써 모르는 척하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추리소설에서 탐정이 범인의 사정과 범죄의 동기를 참작하여 범인을 풀어주는 일은 아주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 작품의 경우는 그러기엔 많은 무리가 있어보인다. 이정도의 사정으로 범죄를 눈감아 준다면 처벌받을 살인자가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개운치 못한 결말이다.화형법정과 마찬가지로 세 개의 관이나 황제의 코담배케이스에 비해 많이 뒤지고, 굳이 양자를 비교하면 화형법정보다 약간 못하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