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는 죽어야 한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51
니콜라스 블레이크 지음, 현재훈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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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리저의 <이와 손톱>을 읽고난후 지금껏 <이와 손톱>을 능가하는 범죄소설은 존재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니콜라스 블레이크의 <야수는 죽어야 한다>의 뛰어남은 거의 <이와 손톱>에 필적할 정도이다. <이와 손톱>이 범죄소설+서스펜스의 극단이라면 <야수는 죽어야 한다>는 범죄소설+본격추리소설의 극단이다. 물론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으나 내 생각엔 존 르 카레의 <죽음의 키스>보다 확실히 윗길이다.

작품은 총 4부로 구성되어있다. 1,2부는 뺑소니 사고로 아들을 잃은 미스터리 작가 필릭스 레인이 범인을 찾아내고 그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시도하는 내용인데, 특이하게도 일기의 형식을 취함으로써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블레이크의 심리묘사는 아이리시나 크리스티같은 미묘하고 섬세한 맛은 없지만 선이 굵고 시원시원하다는 느낌이다. 3,4부는 보통 고전추리소설의 형식을 가지는데 단서가 별로 없어보이는데도 논리적 완결성을 보여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세세한 물적 증거에 구애받지 않고 사건전체를 거시적으로 분석하는 탐정 나이젤의 모습은 이 작품의 독특한 도입부와 맞물려 '이작품이 본격미스터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가 과연 옳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책의 뒷표지에는 이작품을 도서물이라고 하였지만 <야수는 죽어야 한다>를 도서물로 보기엔 좀 무리가 있다. 앞서 말한대로 범죄소설+본격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왜 그런지 설명하자면 스포일러가 되므로 자세한 언급은 피한다. 이 작품과 콜롬보시리즈를 비교해보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사소한 트집을 하나 잡자면 본문에 트라팔가 해전이 넬슨이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한 사건이라고 나오는데, 트라팔가는 넬슨이 나폴레옹을 무찌른 스페인 남서안의 곶이고 소위 스페인 무적함대가 드레이크라는 영국 해적한테 박살난 때는 그보다 200년도 더 전이다. 아마도 원문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작가의 실수를 역자가 발견하지 못한 것이리라. 같이 수록된 브레머의 <브룩밴드장의 비극>도 홈즈시대 특유의 매력을 갖춘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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