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 34 | 35 | 36 | 3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화형법정 동서 미스터리 북스 19
존 딕슨 카 지음, 오정환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동안 제목으로만 존재했던 전설적 명작이라는 기대와 황제의 코담배케이스로 한무리의 절대적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는 딕슨카의 대표작이라는 평가를 생각할 때 실상은 어이없을 정도로 초라한 모습이었다.

불사의 마녀 설정은 딕슨카다운 힘찬 출발이었으나, 그 전개는 다소 힘이 부족했고, 결말은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역시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했다. 사건이 종결되고 마지막 5페이지의 에필로그 역시 놀라운 반전이라고 극찬하는 사람도 있으나 그것은 이미 완결된 작품의 일종의 덤에 불과 할 뿐 그자체가 작품의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게다가 나로선 작품자체에 실망했기 때문인지 그 대단하다는 반전에도 별 감흥이 없었다.

황제의 코담배케이스나 세개의 관에 비해 많이 뒤지고 밤에 걷다보다는 조금 나은 정도라고 판단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특별요리 동서 미스터리 북스 35
스탠리 엘린 지음, 황종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수성찬으로 가득한 DMB라는 근사한 식당에서 특별하게 맛없는 요리였다. 나는 추리동호회 싸이트의 이 작품에 대한 호평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리고 엘러리 퀸같은 본격물의 대가의 극찬은 더더욱 알 수없는 일이다. 수록된 작품들은 추리적 요소의 비중이 극히 미약하며 대개가 (나의 기준으로는)추리소설이 아니다. 란포의 음수와 비교하면 어이없을 정도로 추리적 요소를 무시하고 있다. 물론 작가의 번득이는 재치와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문장들은 어느정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추리소설이라는 이름을 달고 그 본질인 논리적 쾌감을 외면한 마당에 그런 것들이 다 뭐란 말인가?

보수적 본격물애호가의 속좁은 불평이라 비난할 사람도 있겠으나, 나는 이책을 추리소설로 사서 추리소설로 읽고 추리소설로 평가할 뿐이다. 내가 이책에서 건진 것은 벽너머의 목격자 달랑 한편 뿐이다. 책 말미에 수록된 1949년 전문가를 대상으로한 설문조사에서 미스터리 단편분야 1위를 차지했다는 토마스 버크의 오터모울씨의 손도 그다지 대단하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이 작품의 결말은 당시에는 엄청난 충격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별로 신기할 것도 없다. 마지막 한방을 노리는 작품의 특성상 추론부분도 미약하고 묘사도 정돈되지 못하고 산만하다는 느낌이다. 2,3위를 차지했다는 도난당한 편지와 붉은 머리 연맹을 이 작품과 비교할 때, 그 생명력과 현대적 관점에서의 가치의 우열은 (적어도 내 생각으로는)명백하다.

책표지의 '...본격 순수소설 형식의 이색 미스터리의 진수'라는 문구에 착각하지 마시라! '본격'이라는 형용사가 꾸며주는 명사는 '미스터리'가 아니라 '순수소설'이다. 본격순수소설이라... 차암나...ㅡㅡ;;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음울한 짐승 동서 미스터리 북스 85
에도가와 란포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놀라운 일이다. 일본에서 그것도 추리소설의 제일황금기에 해당하는 시기에 이정도의 작품이 쓰였다니...란포도 그렇고 시마다 소지, 마쓰모토 세이초, 아카가와 지로, 요꼬미조 세이시 등 여러 일본작가의 수준높은 작품들을 볼때 세계추리소설계에서 영미의 다음가는 지위는 일본의 차지가 되어야 하지 싶다.

나는 변태성욕이나 이상심리가 추리소설의 소재로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해왔다. 이성적 추론이 생명이어야할 추리소설에 미치광이가 발광하는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었고, 그러한 것들을 소재로 다룬 작품들은 대개 추리소설의 본질인 논리를 외면한 채 선정적 자극과 충격적 스토리로만 일관하면서 마치 그것이 추리소설의 주인양 하고 있다. 그것들은 심리소설, 범죄소설, 괴기소설일망정 결코 추리소설은 아니다.

그밖에도 폭력과 섹스 혹은 활극으로만 무장한 작품들이 추리소설을 자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런 쓰레기들이(그들이 추리소설을 자칭할 때 나는 감히 쓰레기라 부른다) 서점의 추리소설 코너에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는 모습은 추리소설에 대한 모독이며, 이에 나는 심한 서글픔을 느낀다.

헌데 란포의 음수는 그러한 나의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깨뜨려버렸다. 작가 스스로도 포우를 동경하여 성명을 히라이 타로에서 에도가와 란포로 개명을 하였다지만, 그의 작품에서는 추리소설의 창시자 대천재 포우의 향기가 너무도 진하게 느껴진다. 그것도 모르그가의 살인이나 도둑맞은 편지 같은 포우의 논리적 추리작품에다가 검은 고양이나 고자장이 심장 같은 이상심리를 다룬 작품군을 조화시킨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다지 어울리지 않을것 같은 두 작풍의 조화는 너무도 절묘해서 포우와 마찬가지로 란포도 천재라는 생각이 안들수가 없다.

최근 스텐리 엘린의 특별요리가 걸작이라는 소문을 듣고 읽어보았으나 추리소설적 관점에서 음수와는 비교도 않된다는 판단이다. 두단편집은 공통적으로 강박증, 집착, 신경증 등의 이상심리를 주로 다루고 있으나 특별요리가 좀 가벼워진 검은 고양이류라면 음수는 검은 고양이의 정수를 간직한채 모르그가의 살인의 논리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책의 중후반에 이르러서 읽기가 버거워지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아마도 나의 취향탓이리라. 나같이 권선징악적 해피엔딩과 탐정에 대한 절대적 믿음에 익숙한 보수적 추리독자에게 탐정이 변태성욕자라든가 어둡고 침울한 뒷맛을 남기는 결말은 계속해서 읽기가 약간의 인내를 수반하여야 했다. 사실 수록된 작품중에는 2전동화와 D언덕의 살인을 비롯한 많은 작품들이 최후의 반전에 유머를 동반하고 있지만, 그것이 작품전반의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를 많이 걷어주지는 못했다.

크리스티나 딕슨카의 이제껏 어두웠던 분위기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청량하고 유쾌한 결말과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별점이 5개가 아니고 4개다. 그러나 포우적 음울한 분위기를 장시간 참아내고 오히려 즐길 수 있는 독자에게는 최고의 작품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 개의 관 동서 미스터리 북스 90
존 딕슨 카 지음, 김민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모자수집광 사건과 화형법정에 다소 실망했던지라, 이 작품도 전반부를 읽을 때까지는 좀 불안하였다. 딕슨카답게 아주 거창한 발단이었는데, 작가가 어떻게 수습할지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혹시 비밀통로 같은 걸로 대충 때우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기우였다. 추리독자가 딕슨카라는 작가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주 잘 알고 그 기대에 충실하게 부응하는 역작이다. 완전히 불가능해 보이는 사건을 펠박사가 아주 명쾌하고 멋지게 해결해 보인 것이다. 범인이 시도했던 트릭만으로도 제법 괜찮은 작품이 되었을 텐데, 작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이 트릭을 이중삼중으로 꼬아서 더욱더 복잡하고 어려운 수수께끼를 만들어 내었다. 괴기와 불가능의 대가 딕슨카가 혼신의 힘을 다하여 작정하고 만들어낸 듯하다. 딕슨카 특유의 유머와 긴장감도 잘 조화를 이루어 중반 진행도 훌륭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작품이 철저하게 전격적인 추리소설 구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 초반에 친절하게도 아무개의 진술은 백퍼센트 진실이라고 가르쳐주고, 불가능 사건을 분석하면서 왜 미스터리 소설을 언급하느냐고 불평하는 페티스에게 펠박사는 “우리는 미스터리 소설 속에 있는 인물이며, 그렇지 않은 척하며 독자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오...”라고 대답한다.

유명한 펠박사의 밀실 강의도 아주 흥미로웠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작품의 현실성을 어느 정도 희생해서라도 작가 스스로와 많은 미스터리 애호가들이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황금기 본격추리소설의 전형적 모습을 추구한 듯 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현실성이 크게 떨어지는 탁상공론적 추리퀴즈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스스로 픽션임을 인정하는 장치들은 작가의 팬들에 대한 멋진 서비스로 추리광들을 미소 짓게 만드는 역할을 훨씬 더 크게 수행한다.

최고의 밀실 미스터리라는 칭호가 부끄럽지 않으며, 노란 방의 비밀과 능히 자웅을 겨룰 만하고, 한국에서 작가의 최상작으로 인정되는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와 비교해도 그다지 못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04-08-03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홋. 이걸 읽어야겠네..=.=
 
나인 테일러스 동서 미스터리 북스 7
도로시 L. 세이어스 지음, 허문순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딕슨카의 몇몇 작품들처럼 초반에 너무 일을 크게 벌려 놓으면 종장에 엔간한 마무리로는 용두사미를 면하기 어렵다. 이 작품은 극도의 긴장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힘 있는 발단은 아니었지만, 무리 없는 매끄러운 진행으로 서서히 흥미를 고조시켜 나가다가 마지막에 깔끔한 결말을 보여주는 구성이 아주 좋았다.

여류작가 특유의 섬세한 심리묘사를 보인 것은 크리스티와 유사한 점이나, 단편적 단서들을 하나하나 제시하다가 마지막 크라이막스에 한번에 추론을 완성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추론을 조금씩 보완해가는 모습은 분명 크리스티는 물론이고 딕슨카나 퀸과도 다른 점이다. 이러한 점은 반다인과 유사한 점이기도 하지만 세이어즈의 경우는 좀더 부드럽고 자연스럽다는 느낌이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트릭은 크리스티의 헬렌의 얼굴을 읽은 탓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는데, 크리스티의 경우나 이 작품이나 트릭 자체의 우수함보다는 작가의 구성력에 의해 빛을 발한다고 생각된다. 작중의 수로공사에 대한 이야기들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의아해했었는데, 이것이 메인 트릭을 밝혀내는 중요한 암시가 되는 장면에서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은 작품의 큰 줄거리와는 그다지 관련이 없으나 작품의 완성도를 향상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그동안 추리소설에서 문학성이라든가 고상함이 무엇을 의미하는 알지 못했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미스터리 애호가나 초심자 모두에게 권할 만한 고급추리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 34 | 35 | 36 | 3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