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포도밭
허은순 지음, 박은지 그림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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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성경에 나오는 나봇의 포도밭’(열왕기상 211~6)을 동화로 꾸민 것이다.

"이스르엘 사람 나봇에게 이스르엘에 포도원이 있어 사마리아의 왕 아합의 왕궁에서 가깝더니,

  아합이 나봇에게 말하여 이르되 네 포도원이 내 왕궁 곁에 가까이 있으니 내게 주어 채소 밭을 삼게 하라. 내가 그 대신에 그보다 더 아름다운 포도원을 네게 줄 것이요, 만일 네가 좋게 여기면 그 값을 돈으로 네게 주리라.

  나봇이 아합에게 말하되 내 조상의 유산을 왕에게 주기를 여호와께서 금하실지로다 하니,
이스르엘 사람 나봇이 아합에게 대답하여 이르기를 내 조상의 유산을 왕께 줄 수 없다 하므로 아합이 근심하고 답답하여 왕국으로 돌아와 침상에 누워 얼굴을 돌리고 식사를 아니하니,
  왕이 그에게 이르되 내가 이스르엘 사람 나봇에게 말하여 이르기를 네 포도원을 내게 주되 돈으로 바꾸거나 만일 네가 좋아하면 내가 그 대신에 포도원을 네게 주리라 한즉, 그가 대답하기를 내가 내 포도원을 네게 주지 아니하겠노라 하기 때문이로다."

 

나는 우선 표지에서 압도되었다. 그림이 여느 동화책 못지 않게 고풍스러우면서도 고급스럽다. 포도 넝쿨이 앙증맞은 집과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마을은 모두 세 곳인데, 이는 동화에 등장하는 세 아들처럼 성부(聖父), 성자(聖子), 성령(聖靈) 등 삼위일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표지를 열면 마치 향그런 포도밭이 펼쳐진 마을로 들어설 것만 같다. 실제로도 그랬다.

 

줄거리는 나봇의 포도밭과 거의 같다. 이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외 될 듯 하여 간략하게 요약해 본다.

 

아주 탐스러운 포도밭을 가꾸는 농부가 있었다. 사람들이 그 비법을 물으니, "내게는 아들이 셋 있는데, 이 아이들이 포도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내게는 가장 큰 기쁨입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맛좋은 포도를 주기 위해 그저 열심히 땀 흘려 일할 뿐, 다른 비법은 없습니다. 우리 아버지가 어려서부터 내게 다디단 포도를 먹게 해 주셨으니 나도 아버지처럼 하는 것 뿐입니다."

 

 

소문을 들은 왕은 농부의 포도밭이 무척 궁금한 나머지 몸소 찾아가 보기로 하였다. 포도 맛을 본 왕은 듣던 대로 달기는 꿀보다도 달고, 향기롭기는 그 어떤 꽃보다도 향기로웠다. 그런데 달콤한 포도를 먹으면서 왕비는 은근히 욕심이 생겼다. 사실 농부의 포도밭이 탐나기는 왕도 마찬가지였다. 왕이 그 포도밭을 취하려고 농부에게 비싼 값과 높은 벼슬을 준다고 하여도 농부는 한사코 이를 마다하였다.

 

 

세 아들은 그런 아버지가 탐탁치 않았다. 첫째 아들은 농사짓는 대신 왕이 되고자 했고, 둘째 아들은 큰 부자가, 막내 아들은 학자가 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농부가 말했다. "다 좋은 일이나, 포도밭을 가꾸는 것만은 못하다. 세상 이치를 깨닫고 나면 알 일이다."

 

마침내 왕은 군사들을 농부의 밭으로 보냈다. 말을 몰고 온 군사들은 농부의 목을 베고, 포도밭을 강제로 빼앗았다. 그러자 몇 해가 지나도 포도밭에 포도가 한 송이도 열리지 않게 되었다. 화가 치밀어 오른 왕은 포도밭을 당장 불태우라고 명령한다. 왕은 세 아들을 찾아내어 분풀이를 하고자 하였으나, 이미 흩어져 도망간 아들을 찾을 길이 없었다. 왕은 대신에 애꿎은 백성들에게 화풀이를 해 댔다.

 

 

세월이 흘러 마침내 소원을 이룬 첫째와 둘째 아들이 아버지가 운영하던 포도밭에 들른다. 아버지의 포도밭에는 여전히 포도가 주렁주렁, 참으로 탐스럽게 열려 있지 않은가. 그 포도밭은 이제 셋째 아들의 아들이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포도밭은 그 뒤로 젊은이의 자손에게 물려졌다. 그리고 이 포도밭에 대한 이야기는 꿀보다도 더 달고, 그 어떤 꽃보다도 더 향기로운 포도 향기와 함께 십 리, 아니 백 리 밖까지 멀리멀리 퍼져 나가 온 나라 백성을 기쁘게 하였다.

"그들이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들의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시고 그들을 위하여 한 성을 예비하셨느니라." (히브리서 11:16)


나는 짠한 감동이 밀려 왔다. 아들 녀석도 몰두해서 읽더니 너무 재밌다고 좋아한다. 허은순이 글을 쓰고, 박은지가 그림을 그렸다.그림도 성경의 가르침에 맞게 정갈하고 이국적이다. 포도밭의 주제를 잘 살려 참 운치있게 그렸다.

 

 

글쓴이 허은순은 2000년에 월간〈어린이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7년간 그림책 전문사이트인 애기똥풀의 집을 운영하다가, 지금은 맑은물어린이전문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 책을 항상 접하다 보니 더 좋은 책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린이 박은지는 1991년〈르네상스〉에〈나는 깍두기를 발표하며 데뷔했다. 예명 '이빈'으로〈안녕 자두야,엄마는 단짝 친구〉등의 작업을 거쳤다. 이제 그녀의 노하우가 멋지게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

'나봇의 포도밭'은 곧 하나님의 말씀이다
. 하나님의 말씀은 비싼 값과 높은 벼슬, 아니 그 무엇으로도 맞바꿀 수 없는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과 율법에 충실히 따르고 성령이 충만한 삶을 살진대, 그 향기는 온 천하에 퍼진다. 이는 "꿀보다도 더 달고, 그 어떤 꽃보다도 더 향기"롭다.

 

앞으로 이런 류의 동화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것이 이처럼 종교의 가르침이어도 좋고, 선인의 지혜이거나 우리 고전(古典)의 옛 이야기여도 좋다. 왜냐하면 향기로운 말과 글은 우리의 삶을 향기롭게 하고, 온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작은 이야기 큰 교훈, 너무 감사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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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한 그들이 절대 하지 않는 것들
나쓰가와 가오 지음, 고정아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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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나 책을 통해서나 스터디를 통해서 얻는 모든 비즈니스 노하우는 개인의 생각을 무시하고 이렇게 하면 다 잘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이야기한다. 이것이 말머리에서 언급한 '~하는 일의 기술'의 특징이다. 그러나 분명히 말해서 모든 사람에게 효과적인 기술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그 많은 '~하는 일의 기술'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골라내어 독자적인 업무기술을 세워나가야 한다. 무엇을 배우든 각자가 지닌 생각을 중심으로 이뤄지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211쪽)

 

저자 나쓰가와 가오는 직접 회사를 경영하면서 다수의 비즈니스 책을 집필했다. 그는 수많은 경영자를 취재하면서 유능한 CEO는 뜻밖에도 비즈니스 책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런 책들이 왜 실제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지 고민했다고 한다.

사방에 널려 있는 비즈니스 책들은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며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람들이 다양한 가르침을 펼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하라'는 말로 가득 찬 자기 계발서 한 권 읽지 않고도 번듯한 성과물을 내놓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해야 하는 것'을 전하는 책이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말하는 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착안이 떠올라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각자가 스스로 그 방법을 이해하며 자신에게 더욱 맞는 업무기술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1장 스마트한 사람은 서두르지 않는다
2장 스마트한 사람은 정보를 모으지 않는다
3장 스마트한 사람은 혼자 짊어지지 않는다
4장 스마트한 사람은 화를 내지 않는다
5장 스마트한 사람은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6장 스마트한 사람은 일일이 말하지 않는다

 

위에서 정리한 여섯 가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은 정말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 거꾸로 해석해서 '서둘러야 한다'느니 '정보를 모아야 한다'느니라고 왜곡(?)하지 말자! 말 그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경험하는 시간을 아까워 하지 마라'(1장)였다. 저자는 남과 다른 경험을 더 많이 쌓고, 남과 다른 생각을 더 키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때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아까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판에 박힌 일만 계속하다가는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없다.

남과의 차별화, 그 사람만의 개성,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화법 등이 지금 어느 기업에서나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시간을 아무리 효율적으로 사용해도 지금과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한다면 새로운 것을 창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독서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새로운 업무에도 매달려 봐야하지 않을까?

두 번째로 좋았던 것은 '누군가의 뜻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라'(5장)는 것이다. 타인의 생각에 얽매이면 나를 잃게 되고, 시키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는 수동적인 인간이 되고 말 것이다. 강단 있고 소신 있게 자신의 생각을 쫓아 나만의 답을 찾는 것! 이것이 진정한 승자의 길이 아닐 수 없겠다.

또한 저자는 너무 목표를 쫓느라 일의 즐거움을 놓치지 말라고 조언한다. 가령 성과를 내는 사람일수록 한번 결정한 말이나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방침을 바꾼다고 한다. 잇달아 방침을 바꾸더라도 자신들만의 고유한 자산을 활용해 유연하게 시대를 극복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레고' 기업을 살펴보자. ‘레고’는 블록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로 다양한 방면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회사다. 회사의 기원은 덴마크에서 목재를 가공하던 목공소인데 불황 탓에 목재가 부족해지면서, 남은 목재를 이용해 조립식 모형을 만드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그런데 그 모형이 뜻밖의 인기를 끌면서 부족한 목재 대신 플라스틱을 사용해 현재의 레고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디지털 시대가 되며 레고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이번에는 '스타워즈'나 '해리포터' 등의 캐릭터 상품 제작을 주력 사업으로 바꿨다. 또 저출산으로 수요가 적어지자 레고를 이용한 교육 비즈니스를 전면적으로 밀어내고 어른을 상대로 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처럼 '레고' 기업은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맞게 주력 상품이나 아이디어를 유연하게 바꾸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시대의 부름에 제대로 호응하지 못해 하루 아침에 부침한 거대 기업들과 비교해 보면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저자의 조언을 한 마디로 요약해 보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라! 그래서 그는 독창적이게도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다양한 사례를 중심으로 제시한다.

나는 이 책을 재밌게 읽었다. 술술 익히면서도 무릎을 치게 한 대목들이 많았다. 가끔은 이렇게 뒤집어 생각해 보면 그간 놓치고 있던 많은 것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바로 거기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玉石이 숨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너무나 고마운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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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3-09-26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홈메이드 라이프 - 행복한 삶은 맛있는 한 그릇에서 시작된다
몰리 와이젠버그 지음, 박찬원 옮김 / 앨리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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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조부모는 폴란드 이민자 출신이었다. 그녀 아버지는 1930년대 토론토에서 청소년기를 보냈고,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이민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오클라호마에 이주하고 나서 성공적인 개업, 교외의 커다란 집, 쉰 살이 되기 직전 아버지의 네 번째 자식으로 태아났다.

그녀는 자신이 요리를 배우게 된 것은 모든 일이 부엌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아무도 내게 부엌에 있으라고 말한 적은 없었지만, 나는 부엌에 있었고, 부엌이 편했다. 나는 칼을 어떻게 다루는지 배웠고, 깍지콩을 요리할 때는, 콩이 밝은 초록색이 될 때까지 익혀야 한다는 것을 눈으로 배웠다. 그건 대단한 게 아니었다. 의식적인 생각을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니었다. 일종의 삼투압처럼 나는 서서히 부엌의 안락함에, 그리고 아침, 점심, 저녁을 먹고도 오래 지속되는 시장함에 물들어갔다.(11~12쪽)

 

그녀는 인간생물학과 프랑스어, 인류학을 복수전공했다. 공부를 하는 동안에도 무언가가 계속 나를 식탁 앞으로 불렀다. 내가 입을 열 때마다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2004년 7월 마침내 그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오랑제트(Orangette)'라는 이름의 블르그였다. 오랑제트는 설탕에 졸인 오렌지 껍집을 다크 초콜릿에 담근 것으로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초콜릿 과자라고 한다. 그녀는 블로그에 자신의 모든 레시피와 그 레시피에 얽힌 길고 긴 이야기를 쓰고 저장해 나갔다. 가장 좋아하는 사람, 장소, 음식 들로 그 공간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여 마침내 홈메이드 라이프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왜 홈메이드 라이프일까?

 

왜냐면,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이 우리-당신과 나, 섞고 젓고 하기를 좋아하는 우리 모두-가 부엌에서, 식탁에서, 만들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리를 먹고 음식을 먹고 하는 그 단순한 행위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삶인 이야기를 만들고 게속 이어나간다.(14쪽)

 

은 제법 두툼하다. 글도 빼곡히 들어차 있다. 그런데 글쓰기가 보통이 아니다. 읽는 맛이 너무 감칠맛난다. 술술 읽어 간다. 요리와 관련된 그녀 가족, 친구들과 이웃간에 얽힌 이야기가 너무 솔찬히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항상 부엌과 함께 했고 자신에게 영감을 주었던 아버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버지는 집에서 쉴 때 조차 부엌, 냉장고와 스토브 사이였다고 한다. 아버지가 해 준 감자 샐러드, 프렌치 토스트가 맛있게 묘사되어 있다. 물론 레시피도 함께.

 

그녀 어머니는 제빵사였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연례행사처럼 많은 빵과 과자를 구웠고, 그 이벤트는 오랫동안 오클라호마시티의 크리스마스 하이라이트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직전 토요일이면 어머니와 그녀는 차 뒷좌석에 쿠키 깡통들을 가득 싣고 이 동네 저 동네 돌며 지인들의 집으로 그 쿠키들을 배달했다고 한다. 이 얼마나 멋진 추억인가!

그녀가 '여름의 맛'으로 추천한 블루베리 라스베리 파운드케이크. 7월이면 어김없이 그녀 가족은 피크닉을 갈 때나 바비큐를 할때 그 케이크와 함께 했다고 한다.

이런, 나는 잠시 생각해 본다. 우리 가족은 여름의 맛으로 무엇을 떠올릴까? 백숙이나 삼계탕이 아닐까 싶다. 알맞게 자란 닭에 속에 찹쌀과 대추, 인삼을 넣고 푹푹 끓여  온 가족이 둘어 앉아 한여름의 무더위를 이겨내던 그 맛. 혹은 고향에 갈 적이면 어머니가 으레 해 주시던 장어국. 짱아 넣고 산초 넣어 땀방울 송송 맺히며 한그릇 뚝딱 비웠던 그 얼큰한 맛!

그녀가 왜 자신의 블로그를 '오랑제트'라고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도 나온다. 그녀는 어머니가 매일 저녁식사 때마다 우유를 하이볼글라스에 가득 담아 마시게 했다고 한다. 우유 맛을 참 싫어했던 그녀는 차가울 때 숨도 쉬지 않고 얼른 들이키기도 했단다. 그러던 차에 초콜릿을 넎으면 맛이 더 좋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나.

친구 케이트에게서 바나나 빵을 더 맛있게 만드는 법을 배웠다면 소개한다. 초콜릿칩 한 주먹 넣으면 훨씬 훌륭한 맛이 된다는 것이다. 가벼운 생크림과 함께 내면 더욱 좋단다. 방과 후 간식을 넘어서 최고의 디저트가 된다고 하니 나도 한번 배워볼 욕심이 난다. 그녀가 소개하는 레시피에 따라서 말이다. ^^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요리에 관해 이렇게 맛깔스럽게 쓸 수 있는 그녀의 재능이 참 부러웠다. 몇 년 전 영국에 있을 때, 헤이스팅스로 여행을 갔었다. 1066년 10월 정복왕 윌리엄이 상륙했던 바로 그곳. 거기 펍에서 우리 가족-아내와 아들-이 함께 했던 재킷 포테이토 맛이 떠오른다. 커다란 감자 속에 샐러드, 참치, 콩 등을 꽉 채운 다음, 한 입 한 입 먹는 맛은 일품이었다. 흔히 영국 요리는 맛이 없고 별다른 특징이 없다고들 하지만, 내게는 피쉬앤칩스와 함께 재킷 포테이토 맛이 이국적인 향취와 함께 언제나 은은하게 되살아 난다.

 

아, 잠시 슈팅스타 알갱이가 팍팍 씹히는 알싸한 느낌같은 그녀의 감각을 하나 소개하고 마치겠다.

 

옛날 옛적 아주 오래전에 (마치 몇 세기 전처럼 느껴진다) 나는 파리의 한 원룸에서 혼자 살았다. 문은 쾅 하고 세게 밀어야만 닫혔고, 손바닥만 한 테라스엔 도자기 땅속 요정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복도에는 마치 벽을 파고 부엌 대용 장소를 꾸며놓은 것처럼 화구 두 개짜리 전기 스토브와 꼬마 냉장고, 까치발을 해야 닿을 수 있는 전자레인지가 놓여 있었다. 초라했지만 달콤한 집이었다. 게다가 프랑스에 있는 집 아닌가. 그곳은 신발상자나 다름없는 곳일 수도 있있지만 나는 마술에 걸린 듯 매력을 느꼈다. 그곳은 낙원의 아주 작은 (44사이즈, 혹은 파리 여성들의 사이즈라 불러도 좋을) 한 조각이었다. 나는 스물두 살이었고, 갓 대학을 졸업했고, 그것은 나의 첫 집이었다.(157쪽)

 

작고 초라한(?) 자신의 집을 이렇게 위트하게 묘사하다니, 난 그녀에게서 요리 말고도 '감각'이라는 악동을 함께 만났다. 넘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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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팔리는가 - 뇌과학이 들려주는 소비자 행동의 3가지 비밀
조현준 지음 / 아템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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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햇볕 따뜻한 오후, 할리스 커피점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과 함께 이 책을 정신없이 읽었다. 오랜만에 어찌나 끌리던지! 클로테르 라파이유의《컬처 코드》 이후 이렇게 흥미를 느낀 책도 드물었다.

저자 조현준은 마케팅 특히 소비자 행동 패턴을 진화의 법칙으로 파악한다. 그 진화의 법칙은 우리가 소비를 통해 행복하기를 원한다는 것.
그렇기에 마케팅의 핵심은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행복할까, 무엇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까'에 있다고 한다.

1995년 이후 뇌과학은 기존 마케팅 법칙들이 설명하지 못했던 소비자 행동의 '왜(Why)'라는 질문에 새로운 과학적 답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또 최근 놀라운 발전을 보여주고 있는 신경경제학, 행동경제학, 진화심리학 등이 뇌과학과 함께 소비자 행동, 나아가 인간 행동에 대한 진지한 대답들을 내놓고 있다. 그 결과 한스 게오르크 호이젤 박사의《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이모션》, 레이 허버트의《위험한 생각습관 20》, 월리엄 파운드스톤의《가격은 없다》, 댄 애리얼리의《상식 밖의 경제학》 등의 주옥같은 결과물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은 소비자는 매우 제한적인 인지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빠른 판단을 위해 판단의 지름길을 사용해 무의식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소비자 행동을 지배하는 것은 무의식이며, 이러한 무의식이 존재하는 '감정의 뇌(변연계)'가 소비자 행동을 지배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는 진짜 이유는 감정의 뇌가 더 많은 자극을 받아 행복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결국 감정의 뇌를 즐겁게 하는 상품이 소비자의 무의식적인 선택을 받는 것이다.(13쪽)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여섯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 1: 마케터를 속이는 두 얼굴의 소비자
파트 2: 소비자는 항상 판단의 지름길을 사용한다.
파트 3: 우리는 왜 비합리적 판단을 계속하는가
파트 4: 인간 행동을 지배하는 진화의 법칙
파트 5: 3에지 임팩트, ‘진짜 나’를 깨워라
파트 6: 감정의 뇌를 유혹하는 10가지 전략

파트 1은 기업에서 마케팅을 할 때 부딪히는 소비자의 두 얼굴에 관한 이야기다. 이는 기업이 마케팅을 하면서 부딪히는 소비자 행동의 이중성에 관한 이야기로, 착각하게 하는 소비자의 모습에 관해 정리했다.

파트 2
는 소비자가 착각하고 비합리적인 판단을 하게 되는 판단의 지름길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판단의 지름길은 무의식 중에 일어나는 사고 체계로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휴리스틱(heuristic)'이라고 말한다. 여기서는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앵커링', '직관', '고정관념', '프레이밍', '자기중심성'에 대해서 설명하며 이러한 판단의 지름길이 어떻게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지를 사례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파트 3은 우리가 착각하고, 비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네 가지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빠른 판단을 위해 뇌는 감정의 뇌(변연계)가 이성의 뇌(대뇌피질)보다 더 빠르게 작동하도록 설계되었으며, 판단의 지름길을 사용하는 사고체계를 만들었다. 따라서 뇌의 판단 체계는 덜 정확하고, 비합리적이다.

파트 4
에서는 우리 행동을 결정하는 진화의 법칙에 관해 이야기한다. 가장 중요한 진화의 법칙은 빠른 판단이다. 즉, 우리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감정의 뇌라는 것이다. 이 감정의 뇌에는 우리 행동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세 가지 절대동기가 코딩되어 있다. '경쟁 승리', '새로움 추구', '위험 회피' 등 절대동기 유형에 따라 우리의 행동이 결정된다.

파트 5와 6은 기업이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파트 5에서는 소비자 행동을 결정하는 '진짜 나(감정의뇌)'를 깨우는 세 가지 에지(edge)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어 파트 6은 감정의 뇌에 3에지를 전달하는 방법에 관해 설명한다. 감정의 뇌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상품의 3에지를 느끼지 않으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3에지 임팩트를 판단한다. 이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브랜드', '시각적 자극', '사람의 말'이며 감정의 뇌가 판단하는 방식으로 전달해야만 마케팅이 성공할 수 있다.

 

내가 특히 감탄한 것은 저자가 풍부한 사례와 다양한 그림을 사용하여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많은 부분을 새롭게 알게 되었거나 막연히 알고 있었던 것들을 재인식할 수 있었다.

우선 무엇보다 내용이 재미있고, 흔히 접해 왔던 마케팅 또는 광고 기법이었기에 '오호 이런 것도 있었네!'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사진이나 그림도 컬러를 사용해서 훨씬 입체적이었다!

몇 가지 흥미로왔던 사례를 소개해 보자.
미국 펜실베니아대 잉그리드 올슨 교수는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판단하는가에 관한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남성과 여성의 사진들을 미처 '볼 수 없는' 속도인 0.001초에 보여 주었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매력적인 얼굴이 제시된 후에 '멋있다'는 느낌을, 추한 얼굴이 제시된 후에는 '추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놀랍게도 이런 답변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0.013초에 불과했다.  




야구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투수가 시속 150km의 공을 던지는 경우 투수 플레이트에서 타자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0.4초에 불과하다. 그런데 투수들은 단순한 직구만이 아니라 커브, 슬라이드, 포심 패스트볼 등 다양한 구질의 볼을 던진다. 이때 타자는 0.3초라는 순간적인 시간안에 투수가 던지는 볼의 구질을 파악하고, 궤적을 판단해 스윙해야 한다.

우리가 상품을 선택하는 판단 과정도 이렇게 빨리 일어난다고 한다. 미국 스탠포드대 심리학과 로버트 자이언스 교수는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이러한 판단은 '인지과정'과 무관하며 그보다 앞서 자동으로 일어나는 '심리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 소비자는 빠른 판단을 위해 '브랜드'에 크게 의존한다고 한다.

이러한 빠른 판단체계는 착각과 비합리적 판단을 부르는 중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가령 우리가 첫인상만으로 사람을 잘못 판단한다든가, 사용해 보지 않은 특정 제품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는 것들 모두가 이러한 빠른 판단이 부르는 오류들이다.


저자는 한스 게오르크 호이젤 박사의 '림빅 시스템(limbic system)'에 대해 소개한다. 이 시스템에는 '균형', '자극', '지배'라는 시스템이 있으며, 이 세 가지 시스템이 우리의 소비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지배'와 '자극' 시스템은 인간의 머릿속에서 낙관적이고 활동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반면에, '균형' 시스템은 다소 억압적이고 비관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처럼 우리의 소비 행동 하나하나에도 뇌과학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뇌를 이해하면 우리의 소비 패턴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호이젤 박사는 이에 따라 일곱 가지 고객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즉 전통주의자 24%, 조화론자 32%, 향유자 13%, 향락주의자 11%, 모험가 3%, 실행가 6%, 규율숭배자 10%. 과연 나는 어디에 속하는 것일까?


또한 남자와 여자의 뇌구조는 아래 그림과 같이 다르다. 남자의 뇌 한가운데는 섹스가 자리 잡고 있는 반면, 여자의 뇌에는 약속 중시, 쇼핑, 질투, 수다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차이를 증명한 것이 미국에서 실행한 '남녀의 차이'라는 실험이었다. 남자와 여자에게 특정지역 쇼핑몰에 있는 'GAP'에 가서 바지 한 벌을 사오라는 미션을 주고 행동을 추적했다. 그 결과, 남자는 미션을 받자마자 곧장 GAP 매장으로 가서 바지 한 벌을 샀다. 걸린 시간은 6분, 33달러를 지출했다. 반면, 여자는 모든 상점을 이 잡듯이 돌아보며 GAP 바지 한 벌 이외의 여러 물건도 쇼핑했는데, 3시간 25분에 876달러어치를 샀다.

소비 행동에서도 남성과 여성은 전혀 다른 유형을 보여준다. 여성들은 건강제품이나 소설, 예술품 등 절대동기 '새로움 추구', '위험 회피'를 깨우는 상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남성들은 스포츠, 스포츠카, 컴퓨터와 같이 절대동기 '경쟁 승리'를 자극하는 제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저자는 뒷부분에서 감정의 뇌 절대동기 코딩에 따른 리더의 6가지 유형-성과형, 선구형, 창조형, 개방형, 보존형, 감독형-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성과형은 '경쟁 승리'가 높은 유형이며, 창조형은 '새로움 추구'가 높은 유형이다. 그리고 '경쟁 승리'와 '새로움 추구' 코딩 모두가 높은 유형이 선구형이다. 보존형은 절대동기 '위험 회피'가 높은 유형이며, 비슷한 유형으로 개방형과 감독형이 있다.

저자는 뒷부분에서 감정의 뇌 절대동기 코딩에 따른 리더의 6가지 유형-성과형, 선구형, 창조형, 개방형, 보존형, 감독형-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성과형은 '경쟁 승리'가 높은 유형이며, 창조형은 '새로움 추구'가 높은 유형이다. 그리고 '경쟁 승리'와 '새로움 추구' 코딩 모두가 높은 유형이 선구형이다. 보존형은 절대동기 '위험 회피'가 높은 유형이며, 비슷한 유형으로 개방형과 감독형이 있다.

 

선구형은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등이 대표적이고, 창조형은 리처드 브랜슨이 대표적이며, 성과형은 잭 웰치가 그렇다. 여러분은 어디에 해당되는가?
 

나는 잠시 되짚어 본다. 앞서 잠시 언급했듯이 내가 이 책에서 받았던 강렬한 인상의 정체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요약해 보자면 '다르게 보기'이지 싶다. 지젝 식의 '삐딱하게 보기'라고 할까?

우리는 흔히 익숙한 것들에 대해 슬쩍 보고 섣불리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등이 '고릴라 실험'에서 지적했듯이 우리 뇌의 판단은 보고 싶은 것만 볼 뿐이다. 결국 우리가 판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뇌가 그렇게 판단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따라서 뇌의 성향을 이해한다면 보다 합리적이고 오류가 적은 판단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이는 비단 소비 행동 뿐만 아니라 소통이나, 리더십 등 사회 생활이나 조직 활동에서도 마찬가지이리라.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은 내게 많은 생각거리들을 던져 주었다. 좀더 나은 뇌를 위하여, 나를 위하여!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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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3-09-26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보았습니다. 한편의 보고서 같은데요 ^^
 

 

 

지난 이벤트에 당첨된 "마스다 미리 여자공감만화 시즌2 100인의 여자 공감단" 책과 카드가 왔기에 인증샷을 올린다. 내가 받은 책은 《아무래도 싫은 사람》!

 

여자 공감단 미션은 총 3단계이며, 서바이벌 형식으로 구성 돼 3단계 모두 우수한 성적으로 참여한 분들에게는 특별한 선물을 준다고. 헐~

 

첫 번째 미션: 내가 받은 공감단 카드 자랑 & 공감단 번호(No. 001-100)에 의미 부여하기

 

내가 받은 카드 번호는 013. 허걱~ 그러고 보니 이번 주가 바로 '13일의 금요일밤' ㅋ

 

 

왠지 '13일의 금요일밤'에 서평을 올리지 않으면 누가 마중나올 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누가?

 

일단 부적하나 준비해야겠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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