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나를 깨운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90
황인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 덤으로

                          황인숙

나, 지금

덤으로 살고 있는 것 같아

그런 것만 같아

나, 삭정이 끝에

무슨 실수로 얹힌

푸르죽죽한 순만 같아

나, 자꾸 기다리네

누구, 나, 툭 꺾으면

물기 하나 없는 줄거리 보고

기겁하여 팽개칠 거야

나, 지금

삭정이인 것 같아

핏톨들은 가랑잎으로 쓸려다니고

아, 나, 기다림을

끌어당기고

싶네.

 

이 시인의 두번째 시집...92년 스물 셋에 나는 이 시에 별표를 쳤다.

그렇다면 15년이 흐른 지금의 나는....덤의 덤을 살고 있는 것일까.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슬픔이 나를 깨운다>,<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 세 권 모두 좋았다.  내가 시인을 처음 만난 것은 바로 두 번째 시집인 이 시집이었다.  지금은 책 소개도 가물가물하지만,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팝송 같은 어조라고 말하면서 소개해 주었던 것 같다.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뱉는 것 같은데 읽다 보면 슬퍼진다.  그래서 이 시집의 제목을 자꾸 슬픔이 나를 깨문다라고 읽게 되기도 한다.

가을이다. 시 읽기 참 좋은 계절이다. 또다시 예전의 그 느낌으로 읽게 될까 아닐까,  나는 얼마만큼 많이 걸어왔을까 생각하게 되는 추억의 시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목소리의 무늬
황인숙 지음 / 샘터사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90년대 초 내가 참 좋아했던 시인의 산문집이다.
책을 읽다가 내가 갖고 있는 이 시인의 시집을 찾으니 세 권이나 있었다.
한 번 읽은 책 다시 안 읽고, 소장 가치를 두는 것에 인색한 편인데...두 권 정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세 권 다 갖고 있었으니 정말 무지 좋아했나보다.

저자는 58년 개띠....90년대 초 젊은 시인의 시집으로 사랑했는데, 이제는 50이다.  이 말 쓰면서 참 슬프다. 

나랑 저자랑 똑같이 나이먹은 것이지만 그래도 이 시인이 50이라니...

이 시인의 시가 워낙에 발랄했기에 그 괴리감이 큰 것 같다.

산문집은 잔잔했다. 

옥탑방에서서 혼자 살고, 돌아다니는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시인이여, 그러나 나는 고양이는 싫다ㅜㅜ)

남이 듣는 내 목소리와 내가 듣는 내 목소리가 다르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산문집 제목...그렇게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나는 다를 것이다.  똑같은 나이건만 남이 보는 나의 목소리, 모습이 낯설기조차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 목소리가, 그 글이 삶의 무늬이니 그 무늬를 봐달라는 저자의 말이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산문집은 썩 훌륭하지는 않다.  내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별 다섯 개를 주고 싶지만 공정해야 하니깐 3개쯤 달아본다.

그러나 그녀의 시집은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다. 15년 이전의 시집들...지금 다시 읽어도 여전히 좋을까...

p.s. 저자 황인숙의 이메일 주소를 아시는 분은 알려주세요.  당신 시를 참 좋아했다고, 당신이 이렇게 나이들어서 조금은 슬펐다고 그러나 이렇게 책으로 계속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더풀
울라 카린 린드크비스트 지음, 유정화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본래 인간의 삶이란 것은 유한한 것인데...습관적으로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몸이 서서히 굳어져 가면서 말 그대로 육체가 감옥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정신만큼은 뚜렷하게 남아있다는 루게릭병에 걸린 스웨덴 뉴스 앵커의 1년 투병 기록이다.

어차피 우리의 삶이란게 이렇게 마지막이 있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 마지막이 언제가 될는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얼마나 클까.

슈퍼우먼으로 일에 있어서나 가정에 있어서나 그리고 자신의 육체 관리조차도 완벽하게 해내려던 이 50살의 여자는 갑작스런 루게릭 병 발병 이후 자신의 삶이 이 병으로서 더 완전해졌다고 고백하기에 이른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남겨두고 가야 하는 엄마 입장에서, 또 기자와 앵커라는 전문 직업인에서 1년 안에 손가락도 제대로 못 쓰고 혀까지 굳어가는 자신을 오롯이 지켜보아야 했던 저자 울라 카린 린드크비스트의 무심한 듯한 글들이 가슴을 울린다. 

그렇게 분주했던 지난날의 엄마 모습은 비둘기였고 오히려 침대에 누워 생활하는 마지막 1년 동안 엄마에게서 독수리의 모습을 본다는 딸의 고백처럼, 책을 읽는 내내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의연하게 죽음을 준비하는 저자의 입장에 수시로 '나'를 놓아본다.

잠시 멈추어 서서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듣고, 서로를 바라보라고, 사랑하라고 말하는 저자.  코로 조절하는 특별한 컴퓨터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놓고 있는 이 책은 투병기를 읽게 되면 느끼게 되는 삶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다.

루게릭 병 진전 과정이었던 1년은 저자에게 죽음을 준비하는 1년이 되었다.  저자는 말하고 싶었으리라.  매순간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라고...어차피 우리 모두는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사람들이니깐. 

이 세상을 떠나면서 저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you wonderful 이다.  그래, 세상은 놀라운 곳이다.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은 정말 놀라운 사람이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문고 줄 꽂아놓고 - 옛사람의 사귐
이승수 지음 / 돌베개 / 200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려말에서 조선에 이르는 옛사람들의 사귐에 대해서 12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그들의 사귐을 주고받은 한시를 통해 접근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니 타임머신을 타고 옛 시대로 가는 느낌이다. 

저자는 일반적인 우정의 관점에서 옛사람을 끌어와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우정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저자는 세 가지 기준을 세우고 그에 합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끌어오고 있다.  저자가 세운 세 가지 기준은 외적 차이가 있는 관계, 순간의 신뢰와 합일, 자유롭게 해 주는 정신이다.  여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가 말하는 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우정'이 아니다.  내 식대로 풀면 인간간의 진실한 만남, 정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  우정은 또래끼리, 비슷한 처지의 사람끼리 패거리로 다니는 그런 단순한 것이 아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나이가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는데, 그런 그가 이렇게 시대에 맞지 않는 옛사람을 소재로 선택하고 그것도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 그들의 사귐에 대해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싶었다. 

조폭에 진정한 의리나 우정이 있는 것처럼 묘사되거나 왕따가 어쩔 수 없지만 있기 마련인 현상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세태에 염증을 느끼게 된다.  우리의 정치판을 보아도 그렇고 학계도 그렇다.  이 책에 나오는, 그렇게 올곧게 서서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그런 무리도, 사귐도 점점 찾아 볼 수가 없다

뚜렷한 입장 차이 없이 그저 무리지어 서로 반대만 하고 어긋장만 놓는 몰려다니는 패거리들만 보이기에 저자는 진정한 사귐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음에 솔바람이 분다.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에서 느낄 수 없는 바람, 달리는 차 안으로 불어오는 바람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솔바람이 마음에 분다. 

대학 전공도 국문학이었고 본래 시조를 좋아했던 나는 이 책에 나오는 한시가 낯설지는 않았지만, 정말 대학 졸업하고는 처음으로 대하는 오래간만의 한시였다.  그랬기에 이 책이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하다.  지금의 시간을 잊고 누런 서책 속으로 여행을 하고 온 기분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똘이맘, 또또맘 2006-09-27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 꼭 서책처럼 생겼군요. 글자는 옛글체가 아니겠죠. 초등학생들이 보면 좋을것 같네요. 보관함에 담아두어야 겠습니다.

달콤한책 2006-09-28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또맘님...초등학생은 못 봅니다. 성인 대상 도서에요. 초등에겐 어려워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스펜서 존슨 지음, 이영진 옮김 / 진명출판사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미로 속에서 늘 즐겨먹던 치즈가 갑자기 사라진 후 변화에 대처하는 스니프, 스커리, 헴, 허를 보여주고 있다.  

생쥐 두 마리와 생쥐 인간이라...그러나 워낙 작기에 멀리서 보면 그냥 다 생쥐로 보인다는 설정에서 독자의 시각은 이제 미로 속의 생쥐를 내려다보는 시각으로 변한다.  관조하는 자세가 된다.   이 책은 기업이나 단체에서 교육할 때 이 책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도록 아예 도입과 이야기 그리고 토론으로 구성이 이루어져 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에서 읽게 되는 내용이 생전 처음으로 듣게 되는 이야기라든가, 왜 진작 이런 것을 몰랐을까 하면 무릎치게 되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내 인생에서 변화가 생길 때마다 나는 미로 속을 헤매는 이 책 속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이 책의 3부 토론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우리 대부분은 변화가 일어났을 때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고민하고 분석하고 화내며 아무 것도 안 하는 "헴"이면서도 "헴"처럼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따끔한 지적이 과연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현대인의 독서 능력이 떨어지고 있고 갈수록 책을 안 읽는다고 지적하게 되지만,  이러한 실용서 등이 베스트셀러라며 널리 읽히는 세태가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전에 베스트셀러였던 이 책을 지금까지 안 읽고 있었다.   요즘 그동안 베스트셀러라고 유명했던 이러한 류의 우화 책들을 쭈욱 읽어보고 있다.  그리고는 선입견과는 달리 의외로  내용이 알차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러한 책을 많은 사람이 읽었다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딧불,, 2006-09-26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영 아니었어요.
공감이 가긴 하지만요. 여하튼 이런 책은 저하고 안맞아요ㅠ.ㅠ

달콤한책 2006-09-26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그랬지요. 2000년 책을 지금 읽자나요^^ 요즘 의도적으로 베스트셀러였던 우화들을 읽고 있어요.

씩씩하니 2006-09-26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래전에 읽었는대..ㅎㅎㅎ그냥,,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던 듯...
저도 다시 읽어볼까봐요,책꽂이어디 구석쯤에 있을것도 같은데...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