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 줄 꽂아놓고 - 옛사람의 사귐
이승수 지음 / 돌베개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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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말에서 조선에 이르는 옛사람들의 사귐에 대해서 12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그들의 사귐을 주고받은 한시를 통해 접근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니 타임머신을 타고 옛 시대로 가는 느낌이다. 

저자는 일반적인 우정의 관점에서 옛사람을 끌어와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우정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저자는 세 가지 기준을 세우고 그에 합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끌어오고 있다.  저자가 세운 세 가지 기준은 외적 차이가 있는 관계, 순간의 신뢰와 합일, 자유롭게 해 주는 정신이다.  여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가 말하는 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우정'이 아니다.  내 식대로 풀면 인간간의 진실한 만남, 정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  우정은 또래끼리, 비슷한 처지의 사람끼리 패거리로 다니는 그런 단순한 것이 아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나이가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는데, 그런 그가 이렇게 시대에 맞지 않는 옛사람을 소재로 선택하고 그것도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 그들의 사귐에 대해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싶었다. 

조폭에 진정한 의리나 우정이 있는 것처럼 묘사되거나 왕따가 어쩔 수 없지만 있기 마련인 현상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세태에 염증을 느끼게 된다.  우리의 정치판을 보아도 그렇고 학계도 그렇다.  이 책에 나오는, 그렇게 올곧게 서서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그런 무리도, 사귐도 점점 찾아 볼 수가 없다

뚜렷한 입장 차이 없이 그저 무리지어 서로 반대만 하고 어긋장만 놓는 몰려다니는 패거리들만 보이기에 저자는 진정한 사귐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음에 솔바람이 분다.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에서 느낄 수 없는 바람, 달리는 차 안으로 불어오는 바람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솔바람이 마음에 분다. 

대학 전공도 국문학이었고 본래 시조를 좋아했던 나는 이 책에 나오는 한시가 낯설지는 않았지만, 정말 대학 졸업하고는 처음으로 대하는 오래간만의 한시였다.  그랬기에 이 책이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하다.  지금의 시간을 잊고 누런 서책 속으로 여행을 하고 온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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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맘, 또또맘 2006-09-27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 꼭 서책처럼 생겼군요. 글자는 옛글체가 아니겠죠. 초등학생들이 보면 좋을것 같네요. 보관함에 담아두어야 겠습니다.

달콤한책 2006-09-28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또맘님...초등학생은 못 봅니다. 성인 대상 도서에요. 초등에겐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