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에 물들지 않는 사람으로 살되, 불의한 사람을 바꾸려고 하지 마라.

 

다만 불의한 사람을 긍휼히 여겨라. - [前 부산대학교 국어교육과 이대규 교수]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  / 손을 얹고 되돌아 본다. / ...... 서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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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1 00: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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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모님, 안녕하셨습니까?

 

   지난번에 보내드린 5월의 편지 이후로 벌써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동안 가정도 평안하시고, 가족 모두 건강하게 지내셨는지요? 위쪽 지방은 연일 폭염이라더니 우리 동네는 요 며칠 내내 선선했고 최근에는 비까지 왔습니다. 아무래도 더운 것보다는 분위기가 차분해지기 때문에 공부하기에는 조금 더 나은 날씨입니다. 지난 5월 말에 저희 반에 아픈 학생들이 여럿이었지만 최근에는 거의 다 회복해서 지금은 학생들 모두 특별하게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은 중요한 기말고사(7월 4일~9일(4일간))를 코앞에 둔 시점이라 학생들은 마음이 졸아들고 긴장감과 불안감이 높아져서 공부에만 집중하기가 오히려 힘든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곧 시험이니 어쩔 수 없이 책은 들여다봐야 하는데 보면 볼수록 준비해야 할 건 많아지는 게 시험 준비인가 봅니다. 이번 기말고사는 대학의 수시접수(주로 9월 초에 접수를 받습니다.)에 반영되는 마지막 학교 시험입니다. 아울러 시험의 수시 반영비율도 꽤 높은 편입니다. 그러니 너무도 당연한 말씀이지만, 부모님께서도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지난 5월 이후에 저희 반에 자잘한 사건 사고가 많았습니다. 5월의 여러 많은 행사들이 끝날 때쯤에 저는 우리 반이 앞으로는 좀 안정된 상태가 되기를, 그래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혈기는 넘치고, 생각은 아직 덜 여문 마흔 명의 남학생들이 하루에 열 몇 시간씩을 살고 있는 좁은 교실이니 제가 학부모님들께 일일이 말씀드리기에도 구차한 여러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문제가 터지고 나서 불려 와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무엇이 잘못인지를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니,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기에 하는 제 얘기가 학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이제 이 친구들을 만난 지 넉 달! 아직은 함께 한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저는 어떻게 하면 우리 반 몇몇 학생들의 메마른 마음에 물꼬를 터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가득합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하지만, 녀석들을 놓치는 일 없이 끝까지 함께 가도록 애쓰겠습니다.

 

   지난달에는 학교에 결핵환자가 생겨서 전교생이 결핵 검사를 받았습니다. 다행히도 모두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 6월 초에 모의수능 시험을 쳤고 시험 결과도 나왔습니다. 조금씩 진보한 학생들도 있고, 제자리걸음인 학생들도 있고, 오히려 뒤로 밀려난 학생도 있습니다. 모두에게 조금씩은 기쁨과 좌절을 안겨준 시험이었지만, 이제는 그 결과에 연연하기 보다는 자신의 실력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그 자리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앞으로 넉 달! 결과를 확 바꾸기는 남은 시간이 부족한 듯 보이지만, 먼 훗날 학창시절을 돌이켜보았을 때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자기 열정을 다 쏟아 부어야 할 때라고 집에서도 말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결과를 미리 예상하지 말고, 그저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쳐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이제 7월은 앞에서 말씀드린 1학기 기말고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11일에는 7월 모의고사가 있습니다. 이후 여름방학은 7월 20일(금)부터 8월 19일(일)까지입니다. 여름 방학 중 보충수업은 7월 23일(월)부터 8월 14일(화)까지, 하루 5시간씩 20일간(토요일 포함)합니다. 방학 중 하루 일과는 아침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보충수업을 하고, 오후 2시까지 점심시간, 이후 5시까지 교실에서 자율학습을 합니다. 5시 이후에는 자율독서실을 개방해서 추가로 자율학습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더 공부할 수 있습니다. 대학 수시모집 기간은 사관학교의 경우 이미 진행 중이고, 빠른 곳은 8월 중순이후부터 대부분의 대학은 9월 초입니다. 그 전에 다시 학부모님들께 안내를 드리겠습니다. 방학 중에 꼭 학부모님 상담기간을 설정해서 필요하신 부모님들께서는 방문하시거나 통화하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3-4반 담임교사 OOO(010-OOOO-OOOO)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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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을 게으름부리다가 이제야 이 숙제글을 쓰고 있다. 어제까지 시험문제를 출제하느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게 사실! 기말고사 문제를 미리미리 만들었어야 했는데, 나한테는 그게 참 쉽지가 않아. 이맘때가 되면 늘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건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걸 절실하게 느끼며 자기 위안으로 삼는다(난, 참, 창작에 재능이 없어, 하고 말이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꼭 문제를 만드는 일이 아니더라도 모든 일에 늘 이런 식으로 마무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쉬운 일이든 어려운 일이든 상관없이 늘 마감일까지 미루고 미루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허겁지겁 해내는 나쁜 습관.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게 나다.

 

   우리가 읽은 건투를 빈다, 에 나와 있는 것처럼 지금의 나는 이제껏 내 앞에 놓였던 수많은 선택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존재다. 이 말이 참으로 무서운 게 오늘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내일의 우리 모습이 다르게 결정된다는데 있는 것이지. 늘 선택의 순간 앞에 놓인 우리에게는 엄중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 우리는 오늘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앞으로 너희 앞에 놓인 선택의 순간에 조금 더 신중함이 더해지길 바란다.

 

   지난 모임은 (읽은 책은 별로라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재미있는’ 퀴즈쇼였지? 나에게는 재미도 있었지만, 그 퀴즈쇼를 통해 우리가 서로를 조금 더 깊이 알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퀴즈쇼이기도 했다. 다만 언제나처럼 시간이 부족해서 두 명(연X, X하?)은 발표를 못 한 게 무척 아쉬웠다. 다음부터 이런 발표는 시간 배분을 잘 해서 모두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 언제나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과제를 준비해 오는 너희들의 자세는 정말 크게 칭찬해도 모자랄 정도다.(퀴즈쇼 상품들도 대박이었지!) 대부분이 책을 열심히 읽어 오는 것-책이 재미있든 말든-도 훌륭한 자세다.

 

   다만, 모임 첫날에 얘기했던, 듣기! 사실, 우리 모임의 주목적은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다. 말로 표현되는 생각은 이미 내 것이니까 내 생각의 폭과 깊이를 확대, 심화시키지는 못한다. 반면 다른 사람의 말-그 말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을 듣는 것은 내 사고 체계를 점검하고 자극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이 내 생각을 더욱 성숙하게 만들 수 있다. (쓰다 보니 잔소리가 또 길었다, 미안!) 잘 생각해 보시라.

 

 

  그럼, 이번 모임에 읽을 책 얘기를 해 볼까? 너희들이 잔뜩 기대하고 있었던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는 벌써 다 읽어버렸을까? 아님, 얌전하게 학교 사물함 한 자리를 차지하고 먼지만 쌓이고 있을까? 만약 몇 페이지라도 읽기 시작했다면 중간에 멈추기가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아닌가? 시험기간이면 더욱 더 다른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들지는 않은지? 나는 이 책에 나타난 김어준의 일관된 자세가 맘에 들어서 고른 책이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기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것. 이론으로는 이것만큼 단순하고 쉬운 진리가 없지만, 실제로 세상을 살다보면 이런 단순한 진리일수록 오히려 지켜내기가 쉽지 않더라. 이것저것 걸리는 게 뭐가 그리도 많은 지……

 

   이번 모임은 7월 12일 목요일이다. 아직 한참이나 남았지? 근데 시험치고 이러면 또 금방이다. 시간은 여전히 저녁 먹고 자율학습 시작할 때다. 장소는 도서실! 그럼 그 때까지 이 책을 읽고 해 올 과제는 무엇이냐? 첫째, 이 책을 비판적으로 읽고 생각을 써 올 것. 이 책, 여러 사람이 좋은 책이라고 칭찬하니까 우리는 이 책의 약점이나 한계에 대해서 네 생각을 정리해 주면 좋겠어.(여러 각도에서 다른 생각이 나올 수 있으니까 얘기해 보고 토론하자구!) 둘째, 친구들-가족이나 친지 누구라도 괜찮아-의 고민을 소개하는 글을 써오는 거지. 물론 고민의 내용과 함께 너희들이 쓴 해결책(?)까지 소개해 주는 거지. 또래들의 고민은 무엇인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너희들의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모두모두 궁금하다.

 

   그럼 지금 이 순간 네 선택의 무게를 생각하며 기말고사 준비에 집중하시라. 기말고사 이후에 나올 안타까운 네 얘기는, 안타깝지만, 사실, 냉정하게 얘기하면 다 핑계일 뿐!(곰곰이 생각하면 지금껏 망친 모든 시험에는 다 할 말이 많았을테니까……)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위해선 여름 땡볕을 묵묵히 참고 견뎌야 한다고 믿는 느티나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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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1 00: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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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6 18: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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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번 <4천원 인생>을 읽고 난 모임은 어땠나? 모의고사를 친 날에도 모임을 하겠다니 너희들은 정말 대단한 녀석들인 거 같아. 나로서는 저번 모임이 너희들의 열정이 헛되지 않은 모임으로 기억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너희들에게는 <4천원 인생>에 소개된 사람들의 삶은 무척 힘들고 고단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겠지? 그래서, 당연히 이 이야기가 미래의 내 이야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우리들(?) 중 누군가는 이런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지 않겠나? 누구나 창창한 미래를 꿈꾸지만 모두가 창창한 삶을 살 수는 없다는 거……. 아프게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나만 아니면 된다, 가 아니라, 그들-우리들이기도 하다니까-의 삶을 내 문제로 여기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거듭 말하지만 미래는 누구도 모르는 것!). 당연히, 종업원(피고용인)의 입장만이 아니라, ‘사장’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자는 얘기도 존중해야 할 것이고. 우린 종업원도 될 수 있고 사장도 될 수 있으니까 그 양자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잖아? 아, 노동 이야기 뒤에 자연스럽게 대학등록금 문제와 청소년 아르바이트까지! 이어진 이야기도 좋았다. 내 바람은 세월이 꽤 흘러서 너희들이 이런 노동 일기를 쓸 때쯤에는 <울면서 읽었다>는 카피가 붙지 않았으면 한다는 거다.

 

   잔소리가 길었다. 이제 이번에 읽을 책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인터넷에 올라온 책 소개는 “현대 인도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과 비참한 삶 속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이루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자무식 가난한 하층민이 하루아침에 일확천금을 손에 넣게 된 '행운'을 그린 소설이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탄탄한 구성의 휴먼 드라마이다.” 라고 소개되어 있네. 하지만 난 좀 다른 각도로 너희들에게 이 소설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을 ‘과연 우리가 알아야 할 지식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어야 하고, 무엇이 우리에게 더 중요한 지식인가?’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책으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활동할 과제도 이 책의 주인공처럼 자신의 삶과 관련된 퀴즈를 내 보는 거다. 먼저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단어를 5개 정도를 떠올린다. 그리고 이 단어를 맞힐 수 있도록 문제를 만든다. 그리고 이 문제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나중에 이 단어와 연관된 자신의 경험을 소개해 보는 거지.

 

   예를 들면, 먼저 떠오른 단어는 “안나푸르나” 그리고 이 단어로 만든 질문은 “네팔의 히말라야 중부에 줄지어선 고봉(高峰). 길이가 무려 55km에 달하고, 높이가 8,091m로 전 세계 8,000m이상의 고산을 의미하는 14좌의 하나이다. 산스크리트어로 '수확의 여신'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 산의 이름은?” 이다.

 

   이 단어와 나의 삶과의 관련성은, “지금껏 나는 제법 여행을 많이 다닌 편이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내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왔다. 짧게는 하루 만에 다녀온 여행도 있고, 길게는 이십일도 넘게 떠난 여행도 있었다. 그 어느 여행이든지 여행은 항상 내 마음에 작은 파문을 남기고 오래도록 작은 흔적을 남겼다. 그 중에서도 이번 겨울에 다녀온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로 트레킹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히말라야의 설산(雪山)은 내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앞으로도 계속 나를 부를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하 생략)” 이렇게 쓰면 된단다. 멋진 퀴즈쇼를 기대하고 있을게. 다음 주 목요일에 보자!(퀴즈쇼 당첨자를 위해 간단한 먹거리 선물을 준비해 오면 재미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고 영화가 궁금하다면 영화를 구해서 봐도 좋다. 워낙 원작의 구성이 탄탄한 것도 있지만, 인도 영화-발리우드라고 한다지?-특유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분위기 덕분에 무척 재미있을 거야.(물론 영화 보고나면 소설이 훨씬 좋다고 말하겠지만…….)

 

   아, 맞다. 책을 읽고 간단한 소감문 정도와 50자 평은 기본으로 해 오는 거, 알고 있지?

 

2011년 6월 9일 토요일 학교에서, 느티나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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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4 21: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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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6 12: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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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5 21: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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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6 18: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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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밭 나래, 우주인, 친구들 안녕! 주말 연휴 잘 보내고 있으려나? 요즘이 책 읽기 딱 좋은 시간이지만, 정작 책 읽을 시간은 별로 없지? 책을 읽으려고 하면 다른 해야 할 일들이 뭐가 그래 많은지…… 항상 책 읽기는 뒤로 밀리는 거 아닌 가 몰라.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고!)

 

   지난 모임도 역시 준비 많이 해 왔더라. 준비하고 발표할 때 보여 준 솔직하고 진지한 태도가 무척 감동적이었어. 뭔가 전체적으로는 밝고 씩씩한 분위기인데, 마냥 가볍지 않고 차분하면서도 열심히 하려는 게 느껴지더군. 한 가지로 콕 찝어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기운이 우리 모임에 흐르는 거 같아. 나는 너희들이 만들어 내는 이런 묘한 분위기가 무척 마음에 드는데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해? (그래서 나도 더 열심히 고민하고 준비하고 애정을 쏟을 거야.)

 

   원래 동아리 모임에서는 생활나누기라는 활동을 쭉 해 왔는데 말야. 특별한 주제 없이 2주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되돌아보고 발표하는 시간이었지. 처음엔 다들 맨날 똑같은 날이라면서 마땅한 내용을 찾는 것도 어려워하더니 시간이 지나니까 1시간으론 생활나누기 발표하는 것도 부족하더라. 근데 이런 활동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도 매번 발표를 통해 자기 생활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점에서 무척 힘이 센 거 같아. 늘 똑같은 하루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또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늘 다른 날이기도 한 거잖아. 그러니 ‘일상’이 중요한 거지. 어때? 빛나는 일상을 사는 사람, 멋있지 않아? 그런데, 우리가 그런 중요한 활동을 시간이 부족해서 못 하고 있는 것이 정말 아쉽고 안타깝다. 어떻게 하면 이런 좋을 기회를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뭐 좋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이제 책 이야기를 해 보자구. 이번에 읽을 책은 <4천원 인생>이라는 책이다. 이번 책까지만 도서관에 있는 책을 읽고 다음부터는 책을 사서 읽도록 하자. 작년에 내가 도서관에 주문해서 넣은 책인데, 쉽게 읽을 수 있고 재미있기도 하다. 제목을 보고, 어? 또 <인생>이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은 위화의 인생보다는 조금 더 가까이, 그래서 더 구체적으로 우리의 미래와 부모님의 현재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책이다. 읽고 나면 이들의 삶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힘들고 괴로워서 ‘나는 절대로 이런 일은 하지 않을 거야’라는 결심을 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와는 상관없는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세상의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예전보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더 줄었을 리도 없는데, 점점 우리 사회에서 이런 사람들의 존재는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런지, 생각해 볼래?

 

   이제 동아리 숙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차례지. 이번 모임의 중심 활동은 토론이다. 토론을 잘 하기 위해서는 일단, 같이 나눠주는 학습지를 꼼꼼하게 정리해 와야 해. 해 보면 알겠지만, 나름대로 고민해 볼 여지가 많을 거야. 이 자료를 꼼꼼하게 써 온 것을 바탕으로 토론할 생각이야. (이 학습지를 써 보면 현실감각이 좀 생기려나?)

 

   두 번째로는 아는 사람을 찾지 못하면 할 수 없지만, 해 오면 좋을 숙제인데, 내가 알고 있는 블루칼라 이야기, 라는 주제로 글을 한 편 써 오는 거지. 블루칼라 -작업 현장에서 일하는 육체 노동자를 이르는 말. 주로 청색 작업복을 입고 일을 한 데서 유래하였다. 어떤 일을 어떻게, 얼마나 하는지에 대해서 들은 이야기가 있으면 그런 사연을 자세하게 소개해 주면 다른 친구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게 진짜, 리얼, 아닌가?

 

   우리 모임은 언제더라 6월 7일인데…… 괜찮을까? 너희들 생각은 어때? 그날 1,2,3학년 학력평가가 있는데 어떡하지? 안 된다면 다른 날로 옮겨야 하니까 얼른 의견을 모아주면 좋겠다. 적당한 날이 있으면 골라줘!

 

   와, 정말 여름인가 봐. 여름 땡볕을 피하지 말고 묵묵히 견디며 제 속살을 채우려고 노력해야 가을에 알차고 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거 아닐까? 지금이야 땡볕을 요리조리 피해다니는 게 멋있고 편해보여도 이제 곧 네가 얼마나 준비해 왔는지를 드러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무섭다.

 

- 2012년 5월 29일, 여름 앞에서, 느티나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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