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글밭 나래, 우주인들 7번째 비상을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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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투를 빈다-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15,800원 → 14,220원(10%할인) / 마일리지 790원(5% 적립)
2012년 06월 09일에 저장
품절
슬럼독 밀리어네어- 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13,500원 → 12,150원(10%할인) / 마일리지 67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2012년 06월 09일에 저장

4천원 인생-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 시대의 노동일기
안수찬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4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2년 05월 29일에 저장
구판절판
십시일反-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박재동 외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2012년 05월 23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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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모님 안녕하십니까? 어느덧 5월 중순입니다. 지난 4월에 편지로 인사를 드리고 꼬박 한 달이 지났습니다. 생각해 보니 우리 반 학생들과 저는 지난 한 달을 무척 바쁘게 보냈습니다.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서 수능이 170여일 남았습니다.

 

   우선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3일까지 3학년 들어와서 첫 시험인 중간고사가 있었습니다. 개별 학생들마다 노력한 정도에 따라 결과도 다 다르겠지만, 담임으로서는 눈앞의 성적과 함께 이런 시험을 통해 노력과 성과가 비례한다는 믿음을 확실하게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최근에 중간고사 성적표를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부모님께 꼭 보여드리도록 했습니다. 자기가 만든 결과에 숨지 말고 책임을 져야한다는 당부와 함께 말이지요.

 

   중간고사 이후에는 체육대회가 있었습니다. 여느 학교처럼 거창한 행사는 아니더라도 대회가 열린 하루만은 우리 반 학생들 모두가 무척 즐겁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 반은 운동도 무척 잘 해서 거의 모든 종목에서 우승을 했습니다. 그래서 1,2,3학년 전체 31학급에서 종합 2등을 차지했습니다. 대회도 대회지만 경기에 참가하는 자세도 바르고, 뒷정리도 깔끔하게 하고, 열심히 응원하는 모습도 좋고, 서로를 다독여가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다시 한 번 부모님들께서 이 녀석들을 참 잘 가르치셨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제는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학창시절의 마지막 소풍이라 졸업사진에 필요한 단체 사진 촬영을 하고 반별로 흩어져서 간단한 놀이를 하고 일찍 마쳤습니다. 학생들은 일찍 마치고 저희들끼리 몰려다는 것을 좋아하지요. 그게 좀 씁쓸하기도 하고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친구들 여럿이서 학교 밖을 활보할 수 있는 날이 이런 날 밖에 없으니 말이지요. 아무튼 지난 소풍을 끝으로 학교 행사는 대부분 끝났고, 이제는 다시 공부에 집중해야 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수요일인 5월 23일은 사설모의고사를 칩니다.(원래 교육청 주관으로 모의고사가 일 년에 여섯 번 있습니다. 거기에다 학교시험이 있으니 거의 매달 시험을 치는데, 5월에만 다른 시험이 없어서 거의 대부분의 학교들(3학년)이 사설모의고사를 봅니다.) 이 시험은 입시학원에서 주관하는 시험이라 응시비용이 만원입니다. 수익자부담 활동으로 개별학생들에게 응시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합니다. 앞으로 이런 사설 모의고사는 수능 직전인 10월 말에 한 번 더 칠 계획입니다. 아울러 6월 7일에는 평가원에서 주관하는 모의수능이 치러집니다. 이 시험은 수능 출제기관에서 주관하며 실제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와 내용으로 실시합니다. 내신 성적과는 상관없지만, 이 시험의 결과는 무척 중요합니다. 이 시험을 통해 자신의 실제 수능의 결과를 예상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5월 24일은 학부모 공개수업의 날입니다. 그날 3교시부터 6교시 중에 학교에 오셔서 해당 과목 선생님들께서 수업을 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학부모 수업 참관에 대해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저에게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두 달 사이에 저희 반에 아픈 학생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운동하다가 다치기도 하고,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에 감기나 두통, 복통이 생기기도 하고, 심지어 이런저런 이유로 피로를 호소하는 녀석들도 꽤 많았습니다. 그런 학생들은 대부분 보충수업 전에 조퇴를 허락했습니다. 대신, 교실에 남아서 묵묵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담임이 해 줄 수 있는 ‘보상’을 생각하다가, 한 달 동안 자율학습을 ‘개근’하면 다음 달 토요일 중 하루를 쉴 수 있도록 했습니다. 토요일 네다섯 번 중에서 하루를 쉬고 와서 평소에 더 열심히 공부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학생이 부모님께, 이번 주 토요일은 쉰다, 고 말씀드리면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교에서 공부했구나, 생각하시고 수고했다고 격려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지난 달에 저희 반에서 학급일기를 쓰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었지요? 우리 아들이 일기장엔 어떤 글을 쓸까 궁금하시지요? 그 일기장 살짝 들여다보시겠습니까? 제가 부모님들께만 살짝 보여드리겠습니다. 때로는 철없이 행동하고 가족들에게는 무뚝뚝한 아들이지만 그래도 속은 어느새 시근이 멀쩡한 어른입니다.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못하는 얘기들이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2012년 5월 8일, 화요일

 

   오늘은 어버이 날이다. 그래서 아침에 등교하기 전에 부모님 머리맡에 카네이션을 두고 왔다.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다. 평소에 효도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그런지 왠지 마음이 불편하다. 평소에는 잘 해주지 않다가 이럴 때만 챙기니 나 자신이 가식적인 사람으로 느껴진다. 요즘 따라 일어나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학교 갈 준비를 하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고 있다. 나는 부모님께 너무나도 부족한 아들인 거 같다. 평소에 그렇다고 크게 느끼지도 못하니 더 미안해진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남는 것은 후회뿐인 거 같다. 좀 더 열심히 살았더라면 지금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직은 내가 열심히 산 적이 없어서 모른다. 이제부터는 지금까지 보다 더 열심히 살아봐야겠다. 부모님에게 미안한 마음 가지지 않고 살 수 있도록, 그리고 가능하다면 후회하지 않도록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2012년 5월 10일, 목요일

 

   저번 일기를 쓴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벌써 내 차례가 왔다.

 

   시간이 정말 빠르구나 싶다. 3학년이 된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아니, 고등학교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무려 2년이나 지났다. 그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정말 많은 일들이 2년 동안 일어났다. 그 때가 그립기도 하고 왜 그랬을까 하고 후회가 될 때도 있다. 만약 내가 그 때 안 그랬다면 하고 생각한다. 그 때 그걸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러고 있지 않겠지, 라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든다. 그 만큼 그 때 내가 잘못했던 것이 많았다는 뜻이 아닐까?

 

   우리들은 늘 매순간 순간마다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지금 일어나는 일은 과거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이고 다가올 미래는 현재의 우리의 선택에 의해 나타나는 결과이다. 모든 사람들이 늘 좋은 선택만을 할 수는 없다. 누구는 바르지 못한 선택을 하고 후회한다. 후회하지 않는 선택은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 다 그만큼의 기회비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조금이라도 더 우리에게 이롭고 기회비용이 적은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덜 후회하니까……

 

   나도 이 점을 조금 더 명심해야겠다.

 

   제가 이런 속이 꽉 찬 녀석들을 데리고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든든합니다. 이런 글을 써 놓고도 가끔 엉뚱한 짓을 해서 제 속을 긁는 녀석들도 있지만, 그런 것도 다 생활의 일부라고 믿으며 지금은 자기 공부에 좀 더 집중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통신문을 쓰는 사이에 날짜가 며칠 지났습니다. 그래서 원래 드리려던 날짜보다 며칠 늦어졌습니다. 우리 반 학부모님 모두 평안하시고, 날마다 좋은 날 보내시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2012년 5월 17∼21일

 

OO고등학교 3학년 O반 담임 OOO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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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2-05-21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3학년 담임... 고생이 많으시우. ^^
요즘 내 옆자리에 순영 샘이 앉아있다는... 샘 알던데... ㅎㅎ
난 담임없으니깐, 음... 표정관리가 어려운데... ㅎㅎㅎ

암튼, 건강 조심해서 진복이랑 놀기도 많이 하시고... 잘 사시길...

느티나무 2012-05-22 00:43   좋아요 0 | URL
아, 순영샘 옆자리시군요... 제가 학교에서 만난 분 중에서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이십니다. 근데 이런 글을 자주 써 줄 만큼 올해 담임을 맡은 녀석들이 좋네요.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빕니다. 늘 고맙습니다. (순영샘께는 작년에 활동한 동아리 자료집 한 권 드렸습니다만...)
 

   두둥! 북을 울려라, 두둥! 두둥! 드디어 2012년 글밭 나래 우주인 첫 번째 모임을 했다. 뭐 다른 특강 들으러 가느라 못 온 친구도 있었고, 목요일은 도저히 시간이 안 돼서 못 하겠다는 친구도 있어서 모두 다 모이지는 못했지만, 그까짓 게 뭐 대수랴! 미약한 출발이나마 우린 이미 달리기 시작했으니 그 끝을 향해 달려갈 밖에…….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첫 번째 모임하고 다들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예상했던 분위기였을까? 아니면, 조금 실망했을까? 아님 모두들 진지하고 예리한 지적에 깜짝 놀랐을까? 음, 나부터 말한다면, 좀 놀랐다. 와, 숙제도 대충 해온 것 같은 분위기더니 다들 자기 숙제 발표할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주 엄청난 글을 써 왔더군. 전부 자기만 못한다고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모두들 개성 있는 시각과 깔끔하고 정돈된 글쓰기로 자기 생각을 잘 표현했더라. 내가 너희만 했을 땐 어땠을까, 생각해 보면 이런 발표 자리엔 정말 주눅이 들어 끼지도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 내가 처음에 요구했던 것처럼, ‘듣기’에만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다면, 그래서 발표자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자세를 갖춘다면 정말로 행복한 독서토론 모임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해 봤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저녁 전 9교시를 활용할 수 없어서 생활나누기를 못 한다는 거야. 이것도 정말 중요한 아이템인데…… 아쉽다. 기억을 떠올려 보면, 지난 모임 시작하면서 내가 요즘 어떻게 지냈어?, 이렇게 물었는데 다들 딱히 할 말이 없다고 했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겠지만, 나는 자신을 사랑하고, 늘 자기 생활을 살피는 사람은 날마다가 새로운 날들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너희들의 오늘을 잘 떠올려 보렴! 사실, 생각해 보면 하루하루가 다 다른 날이지 않아? 똑같은 수업을 들어도 느낌이 다 다를 것이고, 어제 본 친구도 오늘 보면 또 다른 느낌일 수 있는데…… 조금 더 예민한 감각을 벼려주면 좋겠다. (아, 근데 생활나누기는 어떻게 하지?)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인생, 읽었어? 우리가 푸구이처럼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운명을 만약 미리 알게 된다면 어떨까? 무서울까, 슬플까, 담담할까, 괴로울까, 체념할까…… 내 미래가 저렇게 예정되어 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가? 그러면…? 그런데 예전에 내가 이 책을 읽고 작가가 우리에게 말하려는 메시지는 써 놓은 게 있는데, 대충 내용이 이렇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묻는 것 같다. 이런 인생도 의미가 있는가? 우리가 죽을 고생을 하며 살아도 결국 우리에게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지 않는가? 그런데, 왜 우리는 살아야 하는가? 작가 자신은 이런 말로 스스로의 질문에 답을 해 두고 있다. ‘사람은 살아가는 것을 위해서 살아가지, 살아가는 것 이외의 그 어떠한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나도 작가의 질문을 씹어본다. 우리도 가끔은 사는 것이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곧잘 말한다. 그러면서도 늘 오늘의 고통스러운 삶이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줄 밑거름이 되리라고 기대한다. 그래서 결국엔 현재 우리의 고통스러운 삶이 지나가고 나면 이 고통 속에서 피어난 그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기도 한다. 그러나 위화의 소설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해 보건데, 우리가 눈물을 보태며 고통스러운 강을 건너더라도 그 강 건너엔 우리가 기대한 그 무엇도 없을 것이라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우리네 삶은 비루한 것인가? 희망은 어디에도 없는 것인가? ‘희망이 없다’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삶이 비루하다는 데는 대체로 수긍한다. 그러면 그런 비루한 삶은 왜 살아야 하느냐고?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돌려주고 싶다-비루하다고 살지 않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느냐고? 살아간다는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주어진 것이니 선택하고 말고의 문제를 이미 초월한 문제라고 말이다.

(위화, 인생, 을 읽고 쓴 감상문 중에서)

 

   아마 부모님이 이 소설을 읽으신다면 내 말에 공감하시리라 믿는다.(아직 너희들은 앞길이 창창하니 이런 내 말이 잘 흘러들지 않겠지만! 그래서 무척 아쉽다.) 조금 더 인생의 속살을 맛 본 사람들은 알기 마련이거든. 눈물의 강을 건너면 아름답고 찬란한 무엇인가가 우리를 맞아줄 것이라고 믿지만-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열심히 공부하지!- 사실은 그 강을 건넌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을지 모른다구! 그럼 왜 열심히 살아야 하냐구? 그건, 글쎄다. 그걸 알면 내가 이러고 있지는 않겠지.

 

   그만하고! 이제는 우리 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우리 모임은 다음 주 목요일인거 다들 알고 있지? (24일) 책의 완독은 기본 중에 기본!(이런 걸로 잔소리 안 하게 해 주렴.) 글쓰기 숙제는 “나의 인생은 어땠나”라는 주제로 너희들의 부모님을 인터뷰 하는 거지. 일단 부모님을 통해 알고 싶은 너희들의 인생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질문을 만들어 보렴. 그리고 그 질문을 앞에 두고 부모님과 얘기를 해 보는 거야. 너희들은 잘 기억도 나지 않는 것도 좋겠지. 예를 들면, “내가 태어났을 때 엄마(아빠)는 어떤 기분이 드셨을까?”, “아주 어릴 때 나는 어떤 아이였나?”, “나 때문에 엄마(아빠)가 가장 자랑스러웠던 적은 언제였나?” 뭐, 이런 질문지를 만들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아무튼 그런 질문지를 열 개를 만들고 부모님과 앉아서 얘기를 해 봤으면 좋겠다. (인터뷰이가 부모님인데 인터뷰의 주제가 인터뷰어인 거 좀 아이러니하지 않니? 그래서 더 재밌을 거 같은데?)

 

   부모님과의 인터뷰가 부담스럽다면 이건 어때? 1) 내 인생 최고의 사건과 내 인생 최악의 사건!이라는 주제로 각각 사연을 소개하는 글을 써 올 것! 2) 내 생애 80번째 생일을 맞아 써보는 가상의 자서전을 완성해 오는 것이야.

 

   여행을 코앞에 두고 이 글을 받아가는 너희들의 마음은 어떨까? 종이만 받아 두었다가 여행 가서는 마음을 홀딱 제주도에 빼앗기고 이 숙제는 잊어버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근데, 그래도 좋아. 아니, 그래야 해. 여행 가서는 여행자의 눈으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렴. 지금의 너희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자기 인생에 최선을 다하면 사는 거야.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생각보다 못 나온 중간고사 성적이 아니라, 지나간-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그 순간에 어쩌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일 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언제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 그러니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 여행가서는 마음껏 보고 듣고 느껴라.(짧은 생활나누기로 제주도 여행기를 들려달라고 할 테다. 어디가 가장 맘에 들었는지 말할 준비를 해 오기를…… 이러면 맘껏 즐길 수가 없으려나?) 어쨌든 잘 다녀오시라.

 

비 오는 늦은 밤에 느티나무가 쓴다.

 

[덧붙임]

   고백하자면 이 숙제글은 2년 전에 내 준 숙제글을 다듬고 고친 글이야. 2년 전에도, 그 전 해도, 또 그 전 해에도 위화의 ‘인생’ 이라는 책을 아이들과 읽었었지. 그런데도 이번에도 이 책을 또 골랐어. 이제 책읽기를 시작하는 너희들에게 가장 권하고 싶은 책이거든. 내가 아주 유명하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서 내가 추천하는 책을 수많은 사람들이 읽게 된다면 나는 어떤 책을 추천할까 생각해 봤어. 고심 끝에 위화의 이 감동적인 책을 고를지도 모르겠다.

 

- ‘인생’을 읽고 울지 않는다면, 아직 당신은 인생을 모르는 것이다. 이 책에 대한 나의 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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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글밭 나래, 우주인으로 활동하게 된 친구들, 모두 반갑다. 앞으로 어떤 모습의 동아리로 성장해 나갈 지는 온전히 너희들의 몫!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는 첫마음을 잃지 않고, 1년을 산다면 분명히 의미 있는 시간들이 될 거다.

 

   오늘이 수요일, 오늘 날 찾아오는 친구들은 몇이나 될까? 그럼 오늘 오라고 한 이유를 말해 볼게. 우선, 시험이 끝나고 우리 학교 도서실을 찾아가거라. 책이 꽂혀 있는 서가는 주로 왼쪽인데, 문을 열고 들어가서 정면에서 살짝 고개만 틀면 거기도 똑같은 책이 여러 권 꽂혀 있을 거다. 거기서 십시일반, 이라는 만화책을 빌려 읽고(읽은 사람도 있겠지? 그럼 한 번 더 빌려서 읽어줘), 주말 동안에 글을 한 편 써 오는 거다. 글의 주제는, “왜, 학교는 학생 인권에 둔감한가?” 라는 것이다. 책을 보면서 자기 생각을 정리해 오는 연습해 보자.

 

   일단 시험이 끝나고 나서 할 일이니까 우리 모임은 일단 그 다음 주에 모여서 목요일이지? 그 때 저녁 먹고 나서 바로 만나서 얘기하도록 하자! 괜찮지?

 

   그럼 시험 잘 치고, 준비하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모두 힘내자!

 

2012년, 봄비 내리는 날, 느티나무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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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반 학부모님 안녕하십니까?

 

   언제 좀 날이 따뜻해지나 싶었던 게 며칠 전이었는데, 벌써 길바닥엔 떨어진 벚꽃 잎들이 떨어져 흐르는 시간을 짐작하게 합니다. 오늘이 4월 14일, 한창 봄입니다. 화창한 토요일 오후입니다. 녀석들, 토요일 아침에도 학교 나와서 공부하느라 표정이 굳었습니다. 오늘은 오전에 졸업앨범에 들어갈 사진이랑 수능원서에 넣을 사진을 찍는다고 약간 어수선했습니다. 그냥 사진이 아니라 수능, 졸업과 관련된 사진이라 찍으면서도 마음이 ‘어, 벌써?’ 이런 느낌이 들었을 듯합니다.

 

   지난 3월에 얼굴 뵙고 인사를 드렸습니다만 아직 못 만나 뵌 학부모님이 더 많으십니다. 전화로라도 인사를 나눈 분도 적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학부모님께 편지라도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학교 소식이나 학급에서 일어났던 자잘한 얘기들을 해 드리려고 합니다.

 

   3월에 친 모의고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학부모님께 문자로 연락은 드렸고 아마 녀석들이 부모님께 보여드렸겠지요? 3월의 성적은 학생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제부터 열심히 하자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격려를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우리 반은 별다른 일 없이 비교적 자습시간에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제가 교실에 있어보니까 자습분위기도 괜찮고, 조용한 편입니다. (저도 특별한 날이 아니면 10시까지 교실에 앉아 있습니다.) 3월에는 아픈 학생들이 좀 많아서 자주 조퇴도 하고, 병원에 다녀온다면서 외출도 잦았습니다. 그 때마다 담임으로서 고민을 했습니다. ‘아프다는데 집에 가서 쉬라고 할까’, ‘많이 아파보이지도 않는데, 좀 참아보라고 할까’ 두 가지 중에서 어떤 결정이 녀석들에게 더 도움이 될까를 생각하면서 상황에 따라 결정을 하곤 했는데, 녀석들은 가끔 서운하기도 했겠지요.

 

   개별학생 상담은 3월말에 끝났습니다. 한 명 한 명 얘기를 나누고 나니까 학생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물론 한두 번 얘기한다고 녀석들을 속속들이 알게 되는 건 아니지만, 교실에서 녀석들의 말과 행동을 바라볼 때 도움이 될 듯합니다. 1차 상담은 개별 환경 및 성격 파악에 중점을 둔 상담이었고, 여름방학 중에 2차 상담을 할 때는 수시진학을 위한 성적 및 진로 상담을 할 계획입니다.

 

   한 번의 개별상담으로는 부족해서 ‘학급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20명씩 묶어서 돌아가면서 한 권의 일기장에 그 날의 일기를 써서 저에게 내면 매일 저도 댓글을 달아주고 나서 다음 학생에게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처음엔 거부감도 있고, 글도 무척 짧더니 이제는 ‘학급일기’가 제법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녀석들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어서 저로서는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며칠 전 국회의원 선거일에는 학교 급식이 안 나와서(참고로, 공휴일에는 식당 아주머니들께서 근무를 안 하십니다.) 녀석들에게 비빔밥을 해 먹자고 미리 얘기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시큰둥한 반응-진짜로 할까, 이런 생각을 했던 거 같습니다.-을 보이더니, 담임인 제가 준비를 하니 나중에는 싫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좀 밀어붙였습니다. 맘에 안 드는 이유를 설명해라, 일단 해 보고 그래도 싫으면 다시 하자고 할 때 하기 싫다고 해라, 이번은 처음이니 불만이 있어도 일단 해 보자, 뭐 이렇게 설득 반 협박 반으로 결국 점심을 먹었습니다. 한편 담임으로서는 이게 또 다 부모님들 부담인데, 괜한 일을 벌이나 싶었는데, 그런데 녀석들 점심을 먹는 표정은 이렇게 행복했습니다. 다음에도 한두 번은 더 이렇게 녀석들과 점심을 같이 먹는 ‘식구’가 될 기회를 마련하겠습니다.

 

   4월 10일에는 4월 학력평가가 있었고, 4월 30일부터 4일간 중간고사가 실시됩니다. 간혹, 부모님께서는 내신 성적(학교 시험)에 치중해야 하는 것인지, 수능시험 준비에 집중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하신 분들도 있을 듯합니다. 결론은 당연히 학교 시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신 성적은 수시 전형에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될 뿐만 아니라, 학교 공부와 수능 공부가 결국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 시험 준비를 열심히 하면 수능 시험 준비도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시험기간엔 시험 준비에 최선을 다하도록 격려를 많이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시험기간에는 12시 30분 정도에 마칩니다.)

 

   4월 25일(수) 19시부터 20시 30분까지 부산상공회의소 대강당에서 부산대학교 입시설명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관심 있는 학부모님께서 참석해 보시기 바랍니다.(우리 학교와는 무관하고 부산대학교 입학관리본부에서 마련한 행사입니다.)

 

   저희 반 급훈을 “손을 잡고 벽을 넘는 담쟁이처럼” 이라고 지었습니다. 녀석들은 이런 것에 아주 무신경하지만, 저는 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절망 같은 벽에 붙어서 한 뼘씩이라도 쉼 없이 벽을 기어오르는 담쟁이처럼 학교생활을 해 보자는 뜻입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이 벽을 넘는 날이 오리라고 믿으면서 말이지요.

 

   앞으로 한 달을 또 열심히 녀석들과 부대끼면서 살도록 하겠습니다. 같이 있는 게 별 도움은 못 되지만, 그래도 처음의 결심처럼 함께 버티려고 합니다. 학부모님의 가정도 늘 평안하시기를 빕니다. 다음 달에 다시 편지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 사진은 비빔밥을 먹던 날의 교실 풍경입니다.]

 

* 사진은 초상권 관련으로 삭제했습니다.

 

00고등학교 3-4반 담임 000 드립니다.

담임 연락처 [010-0000-0000]입니다.

(문자 남겨 주시면 바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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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urboncoke 2012-04-17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이 아이들에게도 초상권이란게 있지않을까요? 실례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선생님의 성함과 연락처는 비공개로 하셨는데, 아이들에겐 같은 권리가 없는건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느티나무 2012-04-18 09:14   좋아요 0 | URL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자세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몰래 찍은 건 아니구요. 개인 블로그지만 학생들은 '게시' 여부는 모르니까 초상권 침해가 맞네요. 사진은 내리고 앞으로는 더욱 주의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bourboncoke 2012-04-18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제 넘은 참견을 드린것 같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다시 와봤는데 어느덧 지우셨네요.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덧붙여, 제 학창 시절에도 이렇게 정겨운 편지를 건네주는 선생님이 계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란 생각도 잠시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 )

느티나무 2012-04-19 10:53   좋아요 0 | URL
아이고, 아닙니다. 부족하고 모자란 점 깨우쳐주셔서 제가 고마운 걸요. (그냥, 아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네, 하고 지나칠 수도 있잖습니까? 근데 말씀해 주시니 저도 고칠 수 있고... 좋은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