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게으름부리다가 이제야 이 숙제글을 쓰고 있다. 어제까지 시험문제를 출제하느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게 사실! 기말고사 문제를 미리미리 만들었어야 했는데, 나한테는 그게 참 쉽지가 않아. 이맘때가 되면 늘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건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걸 절실하게 느끼며 자기 위안으로 삼는다(난, 참, 창작에 재능이 없어, 하고 말이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꼭 문제를 만드는 일이 아니더라도 모든 일에 늘 이런 식으로 마무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쉬운 일이든 어려운 일이든 상관없이 늘 마감일까지 미루고 미루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허겁지겁 해내는 나쁜 습관.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게 나다.

 

   우리가 읽은 건투를 빈다, 에 나와 있는 것처럼 지금의 나는 이제껏 내 앞에 놓였던 수많은 선택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존재다. 이 말이 참으로 무서운 게 오늘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내일의 우리 모습이 다르게 결정된다는데 있는 것이지. 늘 선택의 순간 앞에 놓인 우리에게는 엄중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 우리는 오늘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앞으로 너희 앞에 놓인 선택의 순간에 조금 더 신중함이 더해지길 바란다.

 

   지난 모임은 (읽은 책은 별로라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재미있는’ 퀴즈쇼였지? 나에게는 재미도 있었지만, 그 퀴즈쇼를 통해 우리가 서로를 조금 더 깊이 알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퀴즈쇼이기도 했다. 다만 언제나처럼 시간이 부족해서 두 명(연X, X하?)은 발표를 못 한 게 무척 아쉬웠다. 다음부터 이런 발표는 시간 배분을 잘 해서 모두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 언제나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과제를 준비해 오는 너희들의 자세는 정말 크게 칭찬해도 모자랄 정도다.(퀴즈쇼 상품들도 대박이었지!) 대부분이 책을 열심히 읽어 오는 것-책이 재미있든 말든-도 훌륭한 자세다.

 

   다만, 모임 첫날에 얘기했던, 듣기! 사실, 우리 모임의 주목적은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다. 말로 표현되는 생각은 이미 내 것이니까 내 생각의 폭과 깊이를 확대, 심화시키지는 못한다. 반면 다른 사람의 말-그 말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을 듣는 것은 내 사고 체계를 점검하고 자극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이 내 생각을 더욱 성숙하게 만들 수 있다. (쓰다 보니 잔소리가 또 길었다, 미안!) 잘 생각해 보시라.

 

 

  그럼, 이번 모임에 읽을 책 얘기를 해 볼까? 너희들이 잔뜩 기대하고 있었던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는 벌써 다 읽어버렸을까? 아님, 얌전하게 학교 사물함 한 자리를 차지하고 먼지만 쌓이고 있을까? 만약 몇 페이지라도 읽기 시작했다면 중간에 멈추기가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아닌가? 시험기간이면 더욱 더 다른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들지는 않은지? 나는 이 책에 나타난 김어준의 일관된 자세가 맘에 들어서 고른 책이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기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것. 이론으로는 이것만큼 단순하고 쉬운 진리가 없지만, 실제로 세상을 살다보면 이런 단순한 진리일수록 오히려 지켜내기가 쉽지 않더라. 이것저것 걸리는 게 뭐가 그리도 많은 지……

 

   이번 모임은 7월 12일 목요일이다. 아직 한참이나 남았지? 근데 시험치고 이러면 또 금방이다. 시간은 여전히 저녁 먹고 자율학습 시작할 때다. 장소는 도서실! 그럼 그 때까지 이 책을 읽고 해 올 과제는 무엇이냐? 첫째, 이 책을 비판적으로 읽고 생각을 써 올 것. 이 책, 여러 사람이 좋은 책이라고 칭찬하니까 우리는 이 책의 약점이나 한계에 대해서 네 생각을 정리해 주면 좋겠어.(여러 각도에서 다른 생각이 나올 수 있으니까 얘기해 보고 토론하자구!) 둘째, 친구들-가족이나 친지 누구라도 괜찮아-의 고민을 소개하는 글을 써오는 거지. 물론 고민의 내용과 함께 너희들이 쓴 해결책(?)까지 소개해 주는 거지. 또래들의 고민은 무엇인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너희들의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모두모두 궁금하다.

 

   그럼 지금 이 순간 네 선택의 무게를 생각하며 기말고사 준비에 집중하시라. 기말고사 이후에 나올 안타까운 네 얘기는, 안타깝지만, 사실, 냉정하게 얘기하면 다 핑계일 뿐!(곰곰이 생각하면 지금껏 망친 모든 시험에는 다 할 말이 많았을테니까……)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위해선 여름 땡볕을 묵묵히 참고 견뎌야 한다고 믿는 느티나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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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1 00: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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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6 18: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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