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밭 나래, 우주인, 친구들 안녕! 주말 연휴 잘 보내고 있으려나? 요즘이 책 읽기 딱 좋은 시간이지만, 정작 책 읽을 시간은 별로 없지? 책을 읽으려고 하면 다른 해야 할 일들이 뭐가 그래 많은지…… 항상 책 읽기는 뒤로 밀리는 거 아닌 가 몰라.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고!)
지난 모임도 역시 준비 많이 해 왔더라. 준비하고 발표할 때 보여 준 솔직하고 진지한 태도가 무척 감동적이었어. 뭔가 전체적으로는 밝고 씩씩한 분위기인데, 마냥 가볍지 않고 차분하면서도 열심히 하려는 게 느껴지더군. 한 가지로 콕 찝어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기운이 우리 모임에 흐르는 거 같아. 나는 너희들이 만들어 내는 이런 묘한 분위기가 무척 마음에 드는데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해? (그래서 나도 더 열심히 고민하고 준비하고 애정을 쏟을 거야.)
원래 동아리 모임에서는 생활나누기라는 활동을 쭉 해 왔는데 말야. 특별한 주제 없이 2주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되돌아보고 발표하는 시간이었지. 처음엔 다들 맨날 똑같은 날이라면서 마땅한 내용을 찾는 것도 어려워하더니 시간이 지나니까 1시간으론 생활나누기 발표하는 것도 부족하더라. 근데 이런 활동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도 매번 발표를 통해 자기 생활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점에서 무척 힘이 센 거 같아. 늘 똑같은 하루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또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늘 다른 날이기도 한 거잖아. 그러니 ‘일상’이 중요한 거지. 어때? 빛나는 일상을 사는 사람, 멋있지 않아? 그런데, 우리가 그런 중요한 활동을 시간이 부족해서 못 하고 있는 것이 정말 아쉽고 안타깝다. 어떻게 하면 이런 좋을 기회를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뭐 좋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이제 책 이야기를 해 보자구. 이번에 읽을 책은 <4천원 인생>이라는 책이다. 이번 책까지만 도서관에 있는 책을 읽고 다음부터는 책을 사서 읽도록 하자. 작년에 내가 도서관에 주문해서 넣은 책인데, 쉽게 읽을 수 있고 재미있기도 하다. 제목을 보고, 어? 또 <인생>이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은 위화의 인생보다는 조금 더 가까이, 그래서 더 구체적으로 우리의 미래와 부모님의 현재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책이다. 읽고 나면 이들의 삶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힘들고 괴로워서 ‘나는 절대로 이런 일은 하지 않을 거야’라는 결심을 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와는 상관없는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세상의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예전보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더 줄었을 리도 없는데, 점점 우리 사회에서 이런 사람들의 존재는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런지, 생각해 볼래?
이제 동아리 숙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차례지. 이번 모임의 중심 활동은 토론이다. 토론을 잘 하기 위해서는 일단, 같이 나눠주는 학습지를 꼼꼼하게 정리해 와야 해. 해 보면 알겠지만, 나름대로 고민해 볼 여지가 많을 거야. 이 자료를 꼼꼼하게 써 온 것을 바탕으로 토론할 생각이야. (이 학습지를 써 보면 현실감각이 좀 생기려나?)
두 번째로는 아는 사람을 찾지 못하면 할 수 없지만, 해 오면 좋을 숙제인데, 내가 알고 있는 블루칼라 이야기, 라는 주제로 글을 한 편 써 오는 거지. 블루칼라 -작업 현장에서 일하는 육체 노동자를 이르는 말. 주로 청색 작업복을 입고 일을 한 데서 유래하였다. 어떤 일을 어떻게, 얼마나 하는지에 대해서 들은 이야기가 있으면 그런 사연을 자세하게 소개해 주면 다른 친구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게 진짜, 리얼, 아닌가?
우리 모임은 언제더라 6월 7일인데…… 괜찮을까? 너희들 생각은 어때? 그날 1,2,3학년 학력평가가 있는데 어떡하지? 안 된다면 다른 날로 옮겨야 하니까 얼른 의견을 모아주면 좋겠다. 적당한 날이 있으면 골라줘!
와, 정말 여름인가 봐. 여름 땡볕을 피하지 말고 묵묵히 견디며 제 속살을 채우려고 노력해야 가을에 알차고 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거 아닐까? 지금이야 땡볕을 요리조리 피해다니는 게 멋있고 편해보여도 이제 곧 네가 얼마나 준비해 왔는지를 드러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무섭다.
- 2012년 5월 29일, 여름 앞에서, 느티나무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