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하는 데 남은 시간 - 긴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는 엄마가 딸에게 전하는 편지
테레닌 아키코 지음, 한성례 옮김 / 이덴슬리벨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테레닌 아키코의 <너를 사랑하는 데 남은 시간(2011, 이덴슬리벨)> 읽었다. 임신 중 암을 발견하고 태아와 치료의 기로에 서서 임신을 좀 더 유지하다 제왕절개로 조산 후 투병을 한 일본인 여자의 에세이다. 그러나 암은 더 진행되고 시한부 인생을 살다 저자는 결국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투병일지와 자신의 숨이 다해감을 느끼고 딸 아이에게 전하는 메세지들이 담겼다. 러시아인 아빠와의 만남과 결혼, 임신. 그리고 딸 유리치카를 위해 해주고 싶은 말들을 한 번에 쏟아놓은 책이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 ‘신경쓸 가치가 없는 일은 철저히 무시하라’, ‘돈을 쓰는 것에 대해’, '친구', ‘멋 부리기’, ‘다이어트와 식습관’, ‘생리와 몸의 변화’, ‘사랑’, ‘섹스’ 등에 대해 어린 딸에게 글로 남겼다.


  효린이를 가졌을때 진짜 죽고 싶을만치, 정말 실신할 지경에 이를 정도의 고통이 십여차례 왔는데 그때 생각이 났다. 분만 후 알아보니, 임신으로 인해 난소에 혹이 생겼는데 그게 수십번 터지고 아물고를 계속 반복했었고 쇼크가 올 수도 있었을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라고. 뱃속 효린이 때문에 초음파로는 관찰되지 않았었다. 급기야, 분만 하루 전에는 복강내로 피가 고이기까지. 가만 생각하니, 그 고통 겪고 예린이를 또 가졌다니 ㅋ 그때 생각이 나서 힘들었다. 근데 그게 아키코처럼 분만으로 종결되는 고통이 아니었다면.

  내 아이를 낳고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는 엄마, 그 엄마가 그토록 살고 싶어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여느 엄마들은 살아가며 가르치고 이야기 할 것들을 한꺼번에 쏟아놓을 수 밖에 없는 젊은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휴우.

  내가 남편과 내 아이들을 놓고 먼저 떠나야 한다면. 남은 시간을 제 정신으로 살 수 있을까? 얼마나 살고 싶을까? 내 아이들이 크는 모습을 보고 싶고 함께 하고 싶어서. 그리 생각하니 지금 이 한 시간이 귀하고 오늘 하루가 보석이다. 살고 죽는건 사람의 영역이 아닌것 같다. 나에게 남편과 효린이와 예린이를 사랑하는데 남은 시간을 얼마일까? 더 사랑하며 더 아끼며 더 포옹하며 살아야지.

  슬픈 책! 저자의 삶에 대한 애착과 몸부름 앞에 할 수 있는게 없어 초조해지는 책이었다. 유리치카, 네 엄마는 널 죽기까지 사랑하셨더구나! 니가 있는 그 곳에서 엄마처럼 강한 정신력을 가진 여자로 자라가고 있기를, 그리고 아빠 레니에게도 축복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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