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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시 좋아질 수 있을까 - 상처투성이 부부 관계를 되돌리는 감정테라피
박성덕 지음 / 지식채널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는 나를 보고 남편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이거 뭐야? 육아에 지치고.... 일에 지쳐.... 결혼 생활에 염증....(책 표지에는 '육아에 지치고 일에 지쳐 결혼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남편과 아내에게 이 책을 바친다!'로 적혀있다.) 왜 이런 걸 읽어? 나한테 뭐 서운한 거 있어?" 아니 나는 남편에게 서운한 게 있어서, 우리 부부사이가 원만하지 못하다고 생각되서 읽은 것이 아니다. 단지, '육아에 지치고 일에 지쳐'라는 이 문구가 너무 와 닿았다. 그래서 이 책에 호기심이 일었고 나 역시 한 남자의 아내로, 또 나를 아내로 둔 남자와 부부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고 있다. 그런데 더욱 행복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들이 어떤 것이 있을지 읽어보고 싶었다.
솔직히 나는 정말 다정하고 자상한 남편과 살고 있다. 기념일은 나보다 더 잘 챙기고 나를 참 많이 배려해주는 사람이다. 자신이 운전하다가 내가 운전하게 될 때면 시트와 미러까지 조절해 놓고 내리는 남자다. 재미있고 명랑해서 함께 있으면 참 즐거운 남자다. 회식이라도 있는 날에는 수원을 지나오며 내가 좋아하는 빵을 꼭 사오는 사람이다. 우리에게 첫 아기가 생기고 나서는 주말마다 하는 그 좋아하는 야구도 가지 않는다. "오늘 야구 왜 안 가?" 하면 "야구하는 데 같이 가면 좋겠지만 효린이가 아직 어리니 주말은 같이 보내자" 하며 집에 머무는 사람이다. 그러면 나는 "누가보면 내가 꼼짝없이 목덜미 잡고 있는 줄 알겠어. 다녀와" 하면 "그럼 바로 올게"라는 말을 수십 번 하고 문 밖을 나선다. 더 쓰면 팔불출이 되고 말 것 같아 이만 하려 한다. 아무튼 나는 이렇게 멋진 남자와 살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고 울고 말았다. 무슨 일일까? 소설이 아닌 책을 읽고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보기는 처음이다. 책에서 말하는 사례들이 너무 공감이 갔고 마치 내가 이런 상황들에 직면한 것 같았다. 그러면서 '내가 이 여자라면 어떻게 할까?', '내가 이렇게 할 때 우리 남편이 내게 정말 실망스러웠겠구나'. '맞아맞아. 남편이 이랬을 때 나도 속상했었어', '아, 이 땅의 부부들은 정말 별것 아닌 것들로 싸우는구나', '참 둘 다 치사하구나', '나도 이랬던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부부는 지인들에게 "항상 행복해 보여", "정말 결혼을 하면 정말 그렇게 행복하니?", "남편이 너무 잘해 주는 것 같아" 라고 말들 한다. 맞다. 나는 행복하고, 내게 잘해 주는 남편을 만나 잘 살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항상 이렇게 행복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결혼의 혼수는 불화라고 했듯, 우리 부부 역시 싸우기도 한다. "무슨 일로 왜 싸웠나요?" 하면 솔직히 잘 기억도 안 난다. 얼마나 사소한 문제로, 대수롭지 않은 일을 두고 다투었던 것인지.
이 책은 그 예화들이 부부들의 실례이기도 해서 그런지 몰라도, 정말 너무나도 공감이 갔다. 어떻게 보면 모 TV에서 부부관계를 다룬 드라마에서 본 부부의 행동을 종합해서 요약해 놓은 듯했다. 서로 사랑해서 함께 살게 된 부부가 다투고 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관심 받고 싶다', '이해받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 '소중한 존재로 여겨지고 싶다'는 웅변, 그것이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싸우지만 결국 목소리는 하나다. '당신은 내게 소중한 존재고, 나는 그런 당신에게 여전히 사랑이고 싶다'라는. 또 이 책은 5 part로 구성되어 있는데, 'Part 1이 우리는 왜 결혼했을까, Part 2가 우리 사랑이 어디로 갔나요, Part 3는 따지는 아내, 도망가는 남편, Part 4는 우리, 다시 좋아질 수 있을까, Part 5가 반평생 함께 살기 뉘래 알아야 할 8가지'이다. 이 책의 핵심은 바로 Part 4, 5이다. 여기서 부부관계를 위한 대처법과 행동에 대한 지침을 다루고 있다.
Part 4에서는 외도, 중독, 양육관의 차이, 우울증,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고부갈등을 사례로 다루고 있으며 이에 대한 문제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Part 5에서는 반평생 함께 살기 위해 알아야 할 8가지로 표현하기, 의식 만들기, 상처 이해하기, 극복 스토리 만들기, 미래 그려보기, 부부 중심의 가정 만들기, 평생 배우며 살기, 감사하기이다. 물론 이런 방법들은 부부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저 이해하고 '맞아, 맞아' 하는 것으로는 아무런 변화를 부르지 못한다. 내가 먼저 움직여야 하고 내가 먼저 노력해야 한다. 육아서를 읽고 '몰라서 못하냐? 그럴 여력이 안 되니 못하지'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부부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머리로는 이해하나 행동으로는 그게 결코 쉽지 않다. 왜냐면 내가 살아온 방식이 있고 때로는 가치관이 다르기도 하며 성격도 다르고 사고하는 방식, 문제해결방식이 모두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조망해보고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따라야 문제의 고리는 풀리게 된다.
그러면 이 책은 읽을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자신이 변하면 되는데 머리로만 이해할 뿐인 이런 책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아니냐고? 그건 아니다. 왜냐면 방법을 잘 모르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려고 죽을 만큼 노력해보는 것은 방법이 아니다. 아니 그와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책이 바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냥 바~라~보면 마음속~에 있다는 걸~♬♪ 모 CM송이다. 절대 아니다. 표현해야 느끼고 말해야 안다. 나 역시 부부관계든 인간관계든 관계가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표현하기'가 아닐까 싶다. 속상하면 말하고 좋아한다면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행동하고.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남편에게도 권했다. "자기야, 자기도 이 책 꼭 읽어봐. 죽을때까지 우리가 더 사랑하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다면!"이라고 했다. 남편이 읽어 보겠단다. 남편 역시 이 책의 아내에게서 내 모습을 보게 될 것이고 역시 이 책의 남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이 땅의 모든 부부는 행복하기를 원할 것이다. 결혼생활은 인생에서 최고의 행복이 될 수 있다. 서로가 노력한다면,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그들 사이에 남아 있다면 말이다. 모든 부부들이 행복했으면, 또 그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더불어 행복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