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 읽으면서 계속 1980년대 풍이란 생각이 계속 들었달까. 인상이나 감정선이나 이 픽션-논픽션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모든 게. 배경음악으로 카펜터스나 프린스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이전에 스티븐 킹이 썼던 단편집을 엄청나게 즐겁게 읽었었기 때문에 그만큼 기대를 갖고 봤는데, 정말 재미없었다. 상하권 둘 다.

 

지독하리만치의 답답함과 건조함. 영화가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직 안 본 상태라.

 

중요하게 할 얘기만 착실하게 선뵈면서도 어렵지 않게 길을 열어준다. 두껍고(내용적으로나 보이는 걸로나) 충분히 흥미로운 입문서. 내년에 예정된 강입자 충돌기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결과가 확인되면 개정판이 나올지도. 혹은 거의 모든 걸 뒤집어야 하거나? 현명하게도 이 책의 머릿말에는 자신의 학설에서 이미 발견되어 있거나 제시된 상태인 다음 단계의 이론들을 선입견 때문에 무시하거나 부정하려고 무던히도 애썼던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이 책의 할 말은 앞부분에 거의 다 나와있다. 그러나 주제면에서 동어반복이지만 차근차근 풀어내는 마지막장까지의 이야기들이 재미없었다고 말하긴 힘들 것 같다. 다만 역자 글에서도 지적되듯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일본의 문화와 관련된 판단이 좀.

 

이 시리즈에 대해 요약해 얘기하자면, 소위 요즘 취향의 입문서? 어째 좀 성이 안 차는 건 입문서이기 때문인 건지.

 

[크립토노미콘]을 처음 손에 들었던 게 2003년이었는데, 그때 느꼈던 감상이나 지금 느끼는 감상이나 동일하다. 뭐 이리 산만하지, 라는 거. 생각해보면 닐 스티븐슨의 다른 작품인 [스노크래쉬]나 [다이아몬드 시대]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다이아몬드 시대]는 거기에 더해 작중 내내 보이던 다소 괴이쩍은 오리엔탈리즘에도 불구하고 어찌어찌 읽어낸 걸 보면 [크립토노미콘]의 내공이 그보다 더 심원해서 내가 못 읽어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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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 2008-11-30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영화개봉하면서 홍보처럼 번역되는 동시출간은 안읽기로 했어요.

배가본드 2009-01-05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켈레톤크루는 미스트 때문에 봤지만 미스트는 왠지 영화가 좋았고
나머지는 그닥 -_- '노인을 위한;;'사려고 했는데 다시생각해야겠네요 -_-ㅋ
 

작가의 내장 사랑이 어느 정도 수준인가 하면, 내장을 통한 처녀감별법이 등장할 정도. 전권에서 좀 뜬금없는 캐릭터들이 나온다 싶더니만 장기연재로 가려는 장치들이었음.

 

엉망진창, 되는대로의 전개가 어떤 것인지 화끈하게 알려준다. 작가의 다른 만화인 [바보모]를 괜찮게 본 기억이 있지만 이건 좀 너무 맛이 갔다 싶음. 그런 병맛이 좋다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할 것 같지만.

 

택티컬한 교도소물. 그리는 이가 [에우레카 세븐]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양반이라 작화는 매력적이고 탄탄한 편. 그 편으로서도 수요가 있을 듯싶은데, 전개는 일단 무난해 보인다.

 

[수험의 제왕] 그린 양반의 간만의 복귀작... 인데. 마작광이라도 이 만화를 좋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냥 찌질해보이기만 하는 대머리 중년남이 실은 최강의 닌자였다... 대머리는 정력이 좋다는 속설을 충실하게 소화해내는 듯. 노리는 감수성이 완전히 중년 아저씨의 영역임.

 

드디어 길고 길었던 샐러리맨편의 끝. 짤막한 단편 하나 수록. 막판에 훈훈하게 만들긴..

 

판치라 퍼레이드는 색기 담당으로 정해진 듯한 전통의 포지션인 소꼽친구의 역할. 키오 시모쿠의 [현시연] 후속 얘기가 에필로그로 수록됐다는 게 구매욕을 자극한다..

 

애니메이션에 포함된 에피소드가 지금까지 권들 중 가장 많았는데 가장 재미없게 봤음.

 

산으로 간다... 점점... 등산하는 놈은 왜 만들어 넣은 건지 모르겠다. 작품의 미래에 대한 존재감 없는 은유였던 건가.

 

진부하고 지루하다.

 

우스타 쿄스케는 천재다. 15권까지 왔는데도 텐션이 저하되질 않는다니. 그래서 이제야 재활용 팬북이 나온 건지도 모르겠지만. 암튼 15권도 미치게 웃긴다.

 

주인공 최대의 적은 여자라고 했는데, 문제의 에피소드의 그녀가 그리 나쁜년처럼 그려진 거 같진 않다. 분량도 짧은 걸 보면 한많은 작가가 그 부분을 끌고나가는 걸 견뎌내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음. 많은 이들의 지적처럼 신 캐릭터는 최민식이 롤모델이라고 봐도 좋을 듯. NTR 시나리오 가동.

 

생각해보면 이 소년만화의 작법은 다분히 순정만화 지향인 해리적 포지션들에서의 파생법으로 짜여있다. 독자를 중심에 두는 하렘물로서의 노골적인 트렌드 마케팅이 되려 소년만화에서의 순정만화적 경향이라는, 의도와는 정반대인 마이너한 양상으로 드러났다는 건데 이게 꽤 재밌음. 작가가 여자, 그리고 이야기의 구심점을 소녀들이 잡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게 아닌가 생각됨.

 

[의룡]이 정말 대단한 건 드라마의 흐름을 동물적인 본능에 가깝게 꿰차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의사-산부인과 에피소드가 지리하게 끌려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보이자 과감하게 그 실질적인 기능만을 살리고 쳐내버린 다음 그 뒤로 예정된 노선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건너갔다. 끊임없이 갈등을 살려내는 이 능력이야말로 스토리작가의 기본적인 덕목이 아니던가.

 

그리고 그점에선 이놈도 여전히 대단하다.

 

딱 에세이만화. 센스가 엄청나다곤 말할 수 없겠고, AV 관련 정보면에서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스켓은 정말 최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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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고자라드 2008-11-15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내장사랑.. --;
체스판 아직도 파심미콰?

hallonin 2008-11-16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팔리면 포스트 내릴려구요.

Forgettable. 2008-11-20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혼자 놀다가 [규방철학]리뷰에서 뵙고, 오늘 재규어에서 또 뵙네요,,, 리플을 안달래야 안달 수가 없는 연타의 매력적인(?) 책들이어서 ㅋㅋ 서재 잘 보고 갑니다 :)

hallonin 2008-11-21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구루이] 좋아하실려나..

Forgettable. 2008-11-21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우연히 맞아떨어진건데 ㅋ 전 너무 무서운 건 못봐요+_+ [배틀로얄]까지만 딱 재밌었죠~ 늦게 주무시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온스타일 기대하겠다 헉헉.

 

 

치유계인 줄 알았는데 씹덕물이었다 칸나기 헉헉 10월은 칸나기만 믿고 가죠.

아 근데 실루엣이 타이포그래피로 이어지는 건 요즘 아이돌 컨셉들이 레트로 지향이라지만 솔직히 센스가 좀 거지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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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고자라드 2008-10-09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시카 고메즈는 뭔가효..

hallonin 2008-10-09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거죠.

배가본드 2009-01-05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시카 고메즈 화보가 들어간 (당연히 수영복에 좀 벗은) 잡지를 애들이 보더니

한장 한장 당당하게 잘라가는 ;;; 뭐할라고 ;;

hallonin 2009-01-05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장실 가겠죠.
 



1. 뒷북 치고 왔음. 더군다나 칸 상영 버전.

2. 색보정과 CG 처리가 완결되지 않았다고 첫부분에서 안내 자막이 나오는데 과연, 그렇습니다.

3. 뭔가 장르적인 감수성은 잘 잡아내는데 기대하는 것에서 항상 몇 푸로는 부족한 감을 주는 게 김지운 영화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번 영화도 과연, 그렇군요.

4. 김소영씨는 [놈놈놈]이 강박적으로 독립군이랄지, 당대의 정치상황에서 도주하려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만 그럴 수밖에요. [놈놈놈]의 롤러코스터적 공간으로서의 만주는 계속 당시의 만주여야지 획득 가능한 공간일 수 있습니다. 전 그런 부분에서 김지운 감독이 나름 적절하게 정치적 톤을 유지했다고 봅니다.

5. 스토리는 확실히 이가 안 맞는달지 긴장감을 여지없이 풀어버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황야를 달리는 마적단의 모습을 보면 되는 거 아니냐는 감독의 설명은 마치 [디워] 고급 옹호론자들의 말과 흡사하죠. 물론 오로지 그 장면만으로 좋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디워] 때 깠던 것처럼 그렇지는 않은 사람이라 어쩔 수 없이 별로라고 할 수밖에 없겠군요. 그런데 저는 차라리 [놈놈놈]에서 황야의 질주가 아니라 다른 부분들, 디테일한 프러덕션 디자인이라든지 꽉 차는 혼합풍물적인 면모들이 훨씬 흥미로웠는데, 이 부분에 대한 비판이 있습니다. '그 기가 막힌 것들을 그려놨으면서 왜 더 파고 들지 못하고 그저 전시하는 데만 머무르느냐.' 이거 웬지 어제 했던 [케메코 딜럭스]에 대한 얘기 같아서 그 일치가 재미있었습니다. 그 묘사하는 시선의 비좁음이 소위 덕후라는 이들에게서 쉬이 발견되는 한계기도 하고요. 물론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6. 그래서 그 황야의 질주씬 말인데, 이 부분도 기술력의 한계인지 돈의 한계인지 고생한 티는 펄펄 나는데 동선이 번잡한 느낌입니다. 말하자면 [지오브리더스]을 못 넘어서는 [블랙라군]의 한계 같은 것. 그 결정적이라는 씬에서 저는 크게 재미를 못 봤으니 좀 더 점수가 깎일 수밖에 없는 거겠죠.

7. 칸 버전에선 엄지원씬과 이청아씬이 왕창 잘렸다는 얘길 보고 든 생각인데 김지운 감독의 영화는 참 여성성이 꾸준하게 부재하는구나 싶습니다.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 안에서 여성들은 적어도 생물학적 여성성과는 거리가 먼 이들만 보여줬죠. [반칙왕]이나 [조용한 가족]도 그렇거니와 [달콤한 인생]의 신민아는 아예 그 선택 자체가 전통적인 팜므파탈에서 훌륭하게 이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달콤한 인생]을 받아들이려면 신민아가 만들어내는 '경건한 팜므파탈'이라는 구도적 개념을 수용해야 가능하죠. 신민아라는 배우의 스타일 자체가 그런 거겠습니다만, 여기서 구도자 이병헌이 반하게 되는 건 신민아의 성적인 매력이 아니라 신민아의 탈성적인 면에서의 아우라니까요. 심지어 [장화 홍련]은 가시화되는 여성성에 대한 공포극이었죠.

8.

그에 부연해서 얘기하자면 [블랙라군] 8권에 실린 히로에 레이와 우로부치 겐의 대담을 보면 강한 여성성에 대한 얘길하다가 [와일드 번치]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네 명의 주인공이 창녀를 사서 섹스를 한 다음 죽음을 맞이할 마지막 결전을 하러 나갈 때, 그 창녀들은 배웅을 한다는 거죠. 거기에 동의하면서 히로에 레이와 우로부치 겐은 마지막에 살아남는 것은 여자, 라는 설을 강력하게 지지합니다. 여자에 대한 피메일포비아적인 경외감으로까지 보이는 이 내용에서 심지어 우로부치 겐은 진화한 인류는 여자를 베이스로 만드는 게 좋을 거라고 주장하죠. 남자가 뜰만한 때라곤 죽는 순간밖에 없다고. 그런데 [놈놈놈]은 살아남는 놈은 허무하다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여자는 거의 안 나오거나 디테일 속에 묻히죠. 밀리터리에 미쳐있는 만화가와 역시 밀리터리광인 에로게임의 장인이 나눈 얘기와 섬세한 디테일의 전시에 집중하는 영화감독이 보여주는 이 지점. 흥미로운 겁니다.

9. 강변 CGV에 전시되어 있는 킹콩 디럭스 체스 세트는 정말 탐나더군요. 가격 34만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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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읽다가 웃겨서 죽는 줄 알았음. 그런데다 글자가 많다보니 읽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려서 다 읽고 나니 내 인생의 몇시간이 쓸데없이 날아가 버린 거 같은 뭔가 풍족한 기분이 든다.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의 주요 개그 패턴 중 하나는 한심한 주종관계라고 얘기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대개 이런 케이스인 경우 주인 쪽은 병맛 나는 캐릭터고 종 쪽은 그보단 훨씬 제대로 된 상식을 갖춘 인간이거나 아예 주인을 압도해버리는 성격 고약한 인간으로 설정되서 주인의 찌질함을 막아보려고 애쓰거나 아예 무시하고 파괴해버리는 작용반작용에서 파생되는 개그를 구사하고 있다.

그런데 난 그런 패턴의 개그가 이 만화에서 가장 재미가 없다. 딴 패턴이 더 좋음. 암튼 그런 게 있다고.

어쩔 수 없이 언어와 문화의 격차 때문에 생기는 개그 번역의 한계가 보이긴 하는데 JASRAC 적혀 있는 칸에 빠삐놈이 나오네.

그런데 웃기긴 웃겼는데 내가 웃었던 것처럼 보편적으로 웃길 수 있으리란 생각은 별로 안 드는 게...

 

알기론 피규어로 먼저 알게 된 물건. 일본에선 4권까지 나왔고 피규어로도 인기가 좋고 10월부턴 애니메이션으로도 방영 예정.

이게 왜 웃겼냐 하면 내용이나 진행이 완전 개판에 뒤죽박죽이란 점에서다. 상황적으론 소년만화의 왕도들을 모조리 끌어왔고 모에적으론 하렘물형 공략 캐릭터의 왕도들을 또 잔뜩 보여주고 있으며 총체적인 진행상으론 그것들을 마구잡이로 붙여놓고 있는데 덕분에 정리가 되는 게 없이 그냥 그때그때 펑펑 보여주면 된다는 마인드에 충실하다. 뭐 초장에 못난이 슈트가 웨딩드레스 입고 나타나서 기관총을 들이대며 결혼하자고 하는 만화니 신경 쓸 건 아무 것도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결국 [디워]에서 스토리보다 이무기가 소중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여기서 소중한 건 저 케메코라는 폼인데, 확실히 미소녀가 슈트를 입으면 못난이가 된다는 설정은 꽤 신선한 감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집중하는 것은 못난이 슈트와 미소녀라는 쌍방 모에함에 맞춰진 것이지 그 설정의 미묘함과 신선함을 좀 심각하게 고려해볼 생각은 없는 거 같다. 그런데 이런 걸 마냥 까기는 뭐한 것이 아주 분명한 목적지향성, 덕후자극이라고 하는 대의를 품에 안고서 그에 너무도 충실하고 있기 때문이고 그런 면에선 어찌됐든 성공했기 때문에 더 무언가를 되묻는 게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이나 이 만화나 그런 점에서 굉장히 당당하게 뻔뻔스러운 만화들.

요시자키 미네와 흡사한 문법이 구사되고 있어서 그쪽 어시 출신이 아닌가 생각됨. '융통성이 개성을 키울 거란 생각은 하지 마라!'라는 말은 멋진 말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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