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짜 읽다가 웃겨서 죽는 줄 알았음. 그런데다 글자가 많다보니 읽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려서 다 읽고 나니 내 인생의 몇시간이 쓸데없이 날아가 버린 거 같은 뭔가 풍족한 기분이 든다.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의 주요 개그 패턴 중 하나는 한심한 주종관계라고 얘기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대개 이런 케이스인 경우 주인 쪽은 병맛 나는 캐릭터고 종 쪽은 그보단 훨씬 제대로 된 상식을 갖춘 인간이거나 아예 주인을 압도해버리는 성격 고약한 인간으로 설정되서 주인의 찌질함을 막아보려고 애쓰거나 아예 무시하고 파괴해버리는 작용반작용에서 파생되는 개그를 구사하고 있다.

그런데 난 그런 패턴의 개그가 이 만화에서 가장 재미가 없다. 딴 패턴이 더 좋음. 암튼 그런 게 있다고.

어쩔 수 없이 언어와 문화의 격차 때문에 생기는 개그 번역의 한계가 보이긴 하는데 JASRAC 적혀 있는 칸에 빠삐놈이 나오네.

그런데 웃기긴 웃겼는데 내가 웃었던 것처럼 보편적으로 웃길 수 있으리란 생각은 별로 안 드는 게...

 

알기론 피규어로 먼저 알게 된 물건. 일본에선 4권까지 나왔고 피규어로도 인기가 좋고 10월부턴 애니메이션으로도 방영 예정.

이게 왜 웃겼냐 하면 내용이나 진행이 완전 개판에 뒤죽박죽이란 점에서다. 상황적으론 소년만화의 왕도들을 모조리 끌어왔고 모에적으론 하렘물형 공략 캐릭터의 왕도들을 또 잔뜩 보여주고 있으며 총체적인 진행상으론 그것들을 마구잡이로 붙여놓고 있는데 덕분에 정리가 되는 게 없이 그냥 그때그때 펑펑 보여주면 된다는 마인드에 충실하다. 뭐 초장에 못난이 슈트가 웨딩드레스 입고 나타나서 기관총을 들이대며 결혼하자고 하는 만화니 신경 쓸 건 아무 것도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결국 [디워]에서 스토리보다 이무기가 소중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여기서 소중한 건 저 케메코라는 폼인데, 확실히 미소녀가 슈트를 입으면 못난이가 된다는 설정은 꽤 신선한 감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집중하는 것은 못난이 슈트와 미소녀라는 쌍방 모에함에 맞춰진 것이지 그 설정의 미묘함과 신선함을 좀 심각하게 고려해볼 생각은 없는 거 같다. 그런데 이런 걸 마냥 까기는 뭐한 것이 아주 분명한 목적지향성, 덕후자극이라고 하는 대의를 품에 안고서 그에 너무도 충실하고 있기 때문이고 그런 면에선 어찌됐든 성공했기 때문에 더 무언가를 되묻는 게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이나 이 만화나 그런 점에서 굉장히 당당하게 뻔뻔스러운 만화들.

요시자키 미네와 흡사한 문법이 구사되고 있어서 그쪽 어시 출신이 아닌가 생각됨. '융통성이 개성을 키울 거란 생각은 하지 마라!'라는 말은 멋진 말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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