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뒷북 치고 왔음. 더군다나 칸 상영 버전.

2. 색보정과 CG 처리가 완결되지 않았다고 첫부분에서 안내 자막이 나오는데 과연, 그렇습니다.

3. 뭔가 장르적인 감수성은 잘 잡아내는데 기대하는 것에서 항상 몇 푸로는 부족한 감을 주는 게 김지운 영화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번 영화도 과연, 그렇군요.

4. 김소영씨는 [놈놈놈]이 강박적으로 독립군이랄지, 당대의 정치상황에서 도주하려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만 그럴 수밖에요. [놈놈놈]의 롤러코스터적 공간으로서의 만주는 계속 당시의 만주여야지 획득 가능한 공간일 수 있습니다. 전 그런 부분에서 김지운 감독이 나름 적절하게 정치적 톤을 유지했다고 봅니다.

5. 스토리는 확실히 이가 안 맞는달지 긴장감을 여지없이 풀어버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황야를 달리는 마적단의 모습을 보면 되는 거 아니냐는 감독의 설명은 마치 [디워] 고급 옹호론자들의 말과 흡사하죠. 물론 오로지 그 장면만으로 좋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디워] 때 깠던 것처럼 그렇지는 않은 사람이라 어쩔 수 없이 별로라고 할 수밖에 없겠군요. 그런데 저는 차라리 [놈놈놈]에서 황야의 질주가 아니라 다른 부분들, 디테일한 프러덕션 디자인이라든지 꽉 차는 혼합풍물적인 면모들이 훨씬 흥미로웠는데, 이 부분에 대한 비판이 있습니다. '그 기가 막힌 것들을 그려놨으면서 왜 더 파고 들지 못하고 그저 전시하는 데만 머무르느냐.' 이거 웬지 어제 했던 [케메코 딜럭스]에 대한 얘기 같아서 그 일치가 재미있었습니다. 그 묘사하는 시선의 비좁음이 소위 덕후라는 이들에게서 쉬이 발견되는 한계기도 하고요. 물론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6. 그래서 그 황야의 질주씬 말인데, 이 부분도 기술력의 한계인지 돈의 한계인지 고생한 티는 펄펄 나는데 동선이 번잡한 느낌입니다. 말하자면 [지오브리더스]을 못 넘어서는 [블랙라군]의 한계 같은 것. 그 결정적이라는 씬에서 저는 크게 재미를 못 봤으니 좀 더 점수가 깎일 수밖에 없는 거겠죠.

7. 칸 버전에선 엄지원씬과 이청아씬이 왕창 잘렸다는 얘길 보고 든 생각인데 김지운 감독의 영화는 참 여성성이 꾸준하게 부재하는구나 싶습니다.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 안에서 여성들은 적어도 생물학적 여성성과는 거리가 먼 이들만 보여줬죠. [반칙왕]이나 [조용한 가족]도 그렇거니와 [달콤한 인생]의 신민아는 아예 그 선택 자체가 전통적인 팜므파탈에서 훌륭하게 이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달콤한 인생]을 받아들이려면 신민아가 만들어내는 '경건한 팜므파탈'이라는 구도적 개념을 수용해야 가능하죠. 신민아라는 배우의 스타일 자체가 그런 거겠습니다만, 여기서 구도자 이병헌이 반하게 되는 건 신민아의 성적인 매력이 아니라 신민아의 탈성적인 면에서의 아우라니까요. 심지어 [장화 홍련]은 가시화되는 여성성에 대한 공포극이었죠.

8.

그에 부연해서 얘기하자면 [블랙라군] 8권에 실린 히로에 레이와 우로부치 겐의 대담을 보면 강한 여성성에 대한 얘길하다가 [와일드 번치]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네 명의 주인공이 창녀를 사서 섹스를 한 다음 죽음을 맞이할 마지막 결전을 하러 나갈 때, 그 창녀들은 배웅을 한다는 거죠. 거기에 동의하면서 히로에 레이와 우로부치 겐은 마지막에 살아남는 것은 여자, 라는 설을 강력하게 지지합니다. 여자에 대한 피메일포비아적인 경외감으로까지 보이는 이 내용에서 심지어 우로부치 겐은 진화한 인류는 여자를 베이스로 만드는 게 좋을 거라고 주장하죠. 남자가 뜰만한 때라곤 죽는 순간밖에 없다고. 그런데 [놈놈놈]은 살아남는 놈은 허무하다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여자는 거의 안 나오거나 디테일 속에 묻히죠. 밀리터리에 미쳐있는 만화가와 역시 밀리터리광인 에로게임의 장인이 나눈 얘기와 섬세한 디테일의 전시에 집중하는 영화감독이 보여주는 이 지점. 흥미로운 겁니다.

9. 강변 CGV에 전시되어 있는 킹콩 디럭스 체스 세트는 정말 탐나더군요. 가격 34만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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