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날아라 노동
은수미 지음 / 부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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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나는 이 이야기를 남편한테 들었었다. 그 때, 나는 일과 육아의 양립불가능성과 양육을 위해 이러저러한 제도가 조직에 도입되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나에게 남편은 저 말에 더하여, '너만 아이 키우냐, 작작해라'라고 했나보다. 나는 상처받았다. 결혼하기 전부터 나는, 양육의 노동을 어머니들께 의지하지 않겠다는 이상한 결심, 이란 걸 했다. 그러고 나니, 내가 속한 조직을 대하던 이제까지의 나의 강경한 태도, '나는 너에게 나의 사적인 생활을 간섭받고 싶지 않아',를 유지할 수가 없었다. 언제나 나는 이러저러한 나의 사정을 들어, 무언가가 가능하지 않다고 말해야 했다. 어려움을 토로해야 했고, 그게 무척이나 '공과 사를 구분할 줄 모르고', '주변에 피해를 주며', '조직에 누가 되는', 무언가 되게 한심한 인간이 된 느낌이 들었었다. 그래도 나는 합리화의 달인이라서, 조직에 도입된 양육기간 근로시간 단축근무제도의 두번째 신청자가 되어 오후 네시가 되면 혼자 퇴근하면서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저 기억이 되살아난 것은 어제 회사 익명게시판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익명게시판에서 저 말을 한 사람은 내게 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한 데에는 회사가 추진하는 '강제 순환'에 대한 논쟁이 있고 저 사람의 주장은 회사가 그걸 하겠다는데, 싫으면 네가 나가야 하는 거 아니냐,는 뜻이기 때문이다.

'회사'와 '나'의 관계설정에서 이러한 말들이 주고받는 사람들은 모두 '노동자'다. 나는 이런 태도들이 책속에서 말한 '담론에 먹힌'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책 속의 저자는 우리나라처럼 사용자 담론이 넘치는 나라에서 말로 사람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라서, 나는 '이기적인'-불법은 싫어하면서,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음을 무시하고- 노동조합에 시큰둥했고, 언제나 반보쯤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그러한 내가 싫어한 노동조합의 태도는 법과 환경 속에서 조장되었고, 불가피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제도적으로 필요한 것들, 더 많은 노동권에 대한 발언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노동권, 이란 생경한 단어를 내게 깨우쳐 주는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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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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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다. 나는 계속 속는다. 그러면서도 내내 뻔하다고 중계해놓고, 결말에 닥쳐서는 충격을 받았다. 그러고는, 충격을 왜 받았는지 생각했다.

남의 눈 속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는 병든 커플의 이야기인데, 나는 그런 병든 결말에 충격을 받은 거다. 최근에 읽은 잡지-'나들'에서 연애강박으로 가짜연애를 한다거나, 수백만원하는 연애강의를 듣는다는 성인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속 사람들에게 느끼는 이질감 때문에 결국 그런 결말이 가능도 한 건가 생각하고 말았다.

타인의 눈 속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는 사람들을 본다. 자신의 삶을 구속하는 타인의 시선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나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미디어를 통해 가공되는 쉬운 이야기와 복잡하고 기이한 진실 중에 나라면 진실을 택하게 될까. 기묘하게 움직이는 미디어와 대중을 책을 읽는 나는 놀라며 구경하지만, 현실 속에 나는 그런 대중이 되지 않을까. 미녀의 용기에 열광하고, 단순한 이야기가 언제나 더 진리에 가깝다고 믿는 나는 책속의 대중에 가깝게 움직일지도 모르겠다.

 

자기자신을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채로 타인의 시선 속에 자란 병든 미녀가, 어머니를 경멸하는 아버지를 보고 자라 쉽게 조종당하는 남자를 조종하며 살기로 하는 이야기 속에서, 역시 충격은 조종당하는 줄 알면서도 자신의 아버지처럼 아내를 경멸하지 않기 위해 조종당하기로 한 남자에게서 받은 것. 구제불능의 결국 좋은 짝이었던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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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야 한다.

직장의 신,을 보면서 내가 한 최초의 코멘트.

회사란, 무엇일까,가 요즘의 화두.

미스김에게 회사란, 잔인하고 냉정한 존재라서 일한만큼 돈을 받으면 그 뿐이고, 그 안에 속한 사람들과 회사밖에서 만나는 일은 끔찍한 일이 된다. 장규직에게 회사란, 타인에게는 잔인하고 냉정할 지 모르지만, 적어도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중요한 존재라서 회사 안의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하고 '회사'에 애정없는 미스김이 그렇게 끔찍한 거다.

 

15년차 직장인인 나는, 회사가 무엇일까, 생각한다. 미스김처럼 정의하기에 나는 회사에 이입하는 순간이 많고, 장규직처럼 정의하기에는 나는 애가 둘이나 있는 엄마다.

아직 아이가 있기 전에, 가정이 있기 전에, 나는 회사를 '이윤추구를 목표로 움직이는 조직' 이라고 생각했고, 그 안에서 나의 존재, 혹은 타인의 존재가 회사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를 내 딴에 평가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가 생기고 더이상 회사에 그 이전만큼 헌신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나는 내가 정의한 회사의 방식에 비추어 내 자신을 경멸하거나 혐오했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회사를 특정하게 가상하지 않는다. 회사는 회사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정의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 그리고, 회사를 구성하지 않는 사람들이 또 회사를 정의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고도 생각한다. 회사 안의 사람들이 '회사'가 이윤추구를 위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회사 밖의 사람들이 '회사'가 이윤추구를 위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회사는 결국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계약직이란 게 존재하지 않던 시기가 우리에게 있었고, 우린 드라마의 시작에 언제나 되풀이되는 'IMF' 이후로 '회사'는 회사 '안과 밖'에서 그런 존재로 정의되어 버린 거다. 우리의 믿음이 이미 완전히 그렇게 바뀌었다면, 회사가 다르게 움직이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다른 회사를 바란다면, 다른 믿음을 가져야 한다. 회사는 '이윤추구를 하는 조직이라서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믿음 대신, 다른 믿음을 가져야 한다. '이윤추구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조직으로 함께 가기 위한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믿음. 애가 둘이나 있는 엄마인 나는, 나의 회사를 다르게 정의해야, 나의 어떤 식의 무능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다닐 수 있는 것이다. 회사밖에서 회사에 청렴이나, 사회공헌을 요구하는 것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특정하기 어려운 '회사'라는 조직에게 '사회적 책무'를 원하는 것이라면, 회사에 속한 사람들도 다른 방식으로 회사를 구성하거나 정의할 수도 있고, 노력할 수도 있다.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하는 회사던지간에, 그 회사가 그 회사에 속한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단지, 회사에 속한 사람들의 얼굴로만 드러난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에게 내가 회사의 얼굴로 드러날 때, 아픈 당신을 위해 짐을 나눠질 존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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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만큼 성장하는 아이 - 자기주도형 인재육성 프로젝트
나오미 알도트 지음, 이영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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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랑 여러날 통화가 되지 않는다. 근 1년만에 만났고, 그날 친구는 내게 보여주고 싶지 않을 모습을 보여줬고-나라서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친구에게 건넨 마지막 말이 듣기에 따라서는 친구에 대한 비난일 수도 있어서 마음이 내내 무겁다.

친구는 벌써 4학년인 아들이 있고, 나는 이제 겨우 1학년 초보 학부모인데도 나는 친구의 어떤 태도가 친구의 아이나 친구의 남편에게 부당하다고 느껴져서 그런 말을 했나보다.

내 아이가 친구로부터 막말을 듣거나, 맞거나, 교묘하게 따돌림 당하면, 엄마인 나는 어떻게 할까. 상상하는 와중에는 방법을 떠올릴 수가 없어서, 겪어보지 못한 내가 친구에게 하는 말은 얼마나 허황하고 한심할까 싶다.

그러던 중에 부서 장서에서 이 책을 찾았다. '자기주도형 인재육성 프로젝트'라는 한심한 부제를 달고 있지만, 만나서 다행이다. 아마도 책 아래 '아이를 믿는 게 신을 믿는 것보다 어렵다'라고 쓰여있었기 때문에 읽기 시작했나보다. 그러고는, 아이를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믿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위험은 어디에나 있고, 그 위험은 엄마가 겪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엄마는 아이가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주고,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하루에도 몇번씩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때문에 온갖 걱정이 들이닥칠 때가 있다. 그런데도, 엄마는 아이가 하고 싶다면 그 아이를 믿고 손을 놓아주어야 한다. 겪어내야 할 모든 것을 겪고 아이는 어른이 될 수 있는 거니까. 아이를 위해서라고 아이 손을 잡고 학교에 가지만, 투덜거리기만 하는 아이를 보면 정말 아이때문에 내가 아이와 걷는가 생각하게 된다. 내가 너무 불안해서 아이 손을 못 놓는 것. 

책 속에서, 정말 아이 때문에 그걸 못하게 하는지 물어보라고 말한다. 단지 어른이 편하자고 그러는 건 아닌지, 아니면 자신의 어린시절 기억때문에, 자신의 편견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닌지 물어보라고 말한다. 정말 아이 때문이 아니라면, 아이를 평화롭게 키울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 평화는 조용하고 순한 아이가 눈앞에 나타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표현할 줄 알고, 그 감정을 인정받고, 그 과정에서 그 감정을 다룰 줄 알게 된 아이가 나타난다는 걸 의미한다. 어른인 내가 그러하듯이 아이도 부정적인 감정을 겪게 된다. 슬픔도 실패도 두려움도 겪게 된다. 어른이고 부모인 나는 아이가 그런 감정을 겪는 게 걱정스럽지만, 책속에서는 분명하게 말한다. 그런 감정도 아이는 겪어야 하는 거고, 부모는 그런 감정을 겪지 않게 하는 게 아니라, 그런 감정을 잘 겪어낼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직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탐색하게 질문해주고,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을 지나치게 파괴적인 방식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되도록 적정한 표현방식을 제시하고(동생이 미울 때 하고 싶은 행위를 인형에게 하라,고 말해준다), 그래서, 결국 아이 안에서 감정이 해소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게 하면, 아이는 절대적인 존재인 부모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게도 표현하지 못하게도 되고, 표현하지 못한 감정은 오히려 더 큰 상처가 된다고 말한다.

책속에서 이루어지는 아이와 부모의 평화는 아이의 행동으로 부모 마음에 불같은 분노가 타오르지 않는 그런 방식의 평화다.

 

나는 내가 어떤 엄마인지 알지 못한다. 내가 두 번 말하기만 하면 '안다고! 알아 들었다고!' 소리치는 내 딸에게 나는 어떤 엄마인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아이가 좋다. 하지 말라는 말에 이유를 묻는 내 딸이 좋고, 엄마의 한 말을 지키기 요구하는 딸이, 내가 입히려는 옷을 거부하는 딸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지금과 같다면, 나는 아이가 아파도 슬퍼도 그걸 이길 만큼 강한 존재라는 걸 믿을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리고, 우리 집은 금방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난장판이지만, 그 속에 자리잡은 나와 아이는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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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내게, 아이는 울게 되 있어,라고 더하여 아이가 말하기 시작하면 긍정적으로 반응하라고 까지만 말씀하셨다. 엄마의 그런 태도는 옳았다^^


3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믿는 만큼 성장하는 아이- 자기주도형 인재육성 프로젝트
나오미 알도트 지음, 이영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1년 2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4월 3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3년 03월 27일에 저장

조건없이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한다. 아이의 감정을 그대로 인정하고, 아이가 자기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실패할 수 있도록 지켜보는 부모가 되라고 한다. 부제가 구리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자녀교육, 사랑을 이용하지 마라- 부모가 알아야 할 조건 없는 양육법
알피 콘 지음, 김설아 옮김 / 우리가 / 2010년 11월
14,800원 → 13,320원(10%할인) / 마일리지 7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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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3월 27일에 저장

아이는 동물이 아니라고, 칭찬도 벌도 좋지 않다고 말하는 책이다. 강경하고 무섭게 들이닥친다.
인재시교- 전 세계 학부모를 열광시킨 동양식 자녀교육법
인젠리 지음, 김락준 옮김 / 팝콘북스(다산북스) / 2011년 5월
18,800원 → 16,920원(10%할인) / 마일리지 9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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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다릴 줄 아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고, 동양의 언어로 설명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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