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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만큼 성장하는 아이 - 자기주도형 인재육성 프로젝트
나오미 알도트 지음, 이영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친구랑 여러날 통화가 되지 않는다. 근 1년만에 만났고, 그날 친구는 내게 보여주고 싶지 않을 모습을 보여줬고-나라서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친구에게 건넨 마지막 말이 듣기에 따라서는 친구에 대한 비난일 수도 있어서 마음이 내내 무겁다.
친구는 벌써 4학년인 아들이 있고, 나는 이제 겨우 1학년 초보 학부모인데도 나는 친구의 어떤 태도가 친구의 아이나 친구의 남편에게 부당하다고 느껴져서 그런 말을 했나보다.
내 아이가 친구로부터 막말을 듣거나, 맞거나, 교묘하게 따돌림 당하면, 엄마인 나는 어떻게 할까. 상상하는 와중에는 방법을 떠올릴 수가 없어서, 겪어보지 못한 내가 친구에게 하는 말은 얼마나 허황하고 한심할까 싶다.
그러던 중에 부서 장서에서 이 책을 찾았다. '자기주도형 인재육성 프로젝트'라는 한심한 부제를 달고 있지만, 만나서 다행이다. 아마도 책 아래 '아이를 믿는 게 신을 믿는 것보다 어렵다'라고 쓰여있었기 때문에 읽기 시작했나보다. 그러고는, 아이를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믿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위험은 어디에나 있고, 그 위험은 엄마가 겪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엄마는 아이가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주고,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하루에도 몇번씩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때문에 온갖 걱정이 들이닥칠 때가 있다. 그런데도, 엄마는 아이가 하고 싶다면 그 아이를 믿고 손을 놓아주어야 한다. 겪어내야 할 모든 것을 겪고 아이는 어른이 될 수 있는 거니까. 아이를 위해서라고 아이 손을 잡고 학교에 가지만, 투덜거리기만 하는 아이를 보면 정말 아이때문에 내가 아이와 걷는가 생각하게 된다. 내가 너무 불안해서 아이 손을 못 놓는 것.
책 속에서, 정말 아이 때문에 그걸 못하게 하는지 물어보라고 말한다. 단지 어른이 편하자고 그러는 건 아닌지, 아니면 자신의 어린시절 기억때문에, 자신의 편견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닌지 물어보라고 말한다. 정말 아이 때문이 아니라면, 아이를 평화롭게 키울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 평화는 조용하고 순한 아이가 눈앞에 나타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표현할 줄 알고, 그 감정을 인정받고, 그 과정에서 그 감정을 다룰 줄 알게 된 아이가 나타난다는 걸 의미한다. 어른인 내가 그러하듯이 아이도 부정적인 감정을 겪게 된다. 슬픔도 실패도 두려움도 겪게 된다. 어른이고 부모인 나는 아이가 그런 감정을 겪는 게 걱정스럽지만, 책속에서는 분명하게 말한다. 그런 감정도 아이는 겪어야 하는 거고, 부모는 그런 감정을 겪지 않게 하는 게 아니라, 그런 감정을 잘 겪어낼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직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탐색하게 질문해주고,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을 지나치게 파괴적인 방식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되도록 적정한 표현방식을 제시하고(동생이 미울 때 하고 싶은 행위를 인형에게 하라,고 말해준다), 그래서, 결국 아이 안에서 감정이 해소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게 하면, 아이는 절대적인 존재인 부모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게도 표현하지 못하게도 되고, 표현하지 못한 감정은 오히려 더 큰 상처가 된다고 말한다.
책속에서 이루어지는 아이와 부모의 평화는 아이의 행동으로 부모 마음에 불같은 분노가 타오르지 않는 그런 방식의 평화다.
나는 내가 어떤 엄마인지 알지 못한다. 내가 두 번 말하기만 하면 '안다고! 알아 들었다고!' 소리치는 내 딸에게 나는 어떤 엄마인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아이가 좋다. 하지 말라는 말에 이유를 묻는 내 딸이 좋고, 엄마의 한 말을 지키기 요구하는 딸이, 내가 입히려는 옷을 거부하는 딸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지금과 같다면, 나는 아이가 아파도 슬퍼도 그걸 이길 만큼 강한 존재라는 걸 믿을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리고, 우리 집은 금방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난장판이지만, 그 속에 자리잡은 나와 아이는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