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꽃나무 우리시대의 논리 5
김진숙 지음 / 후마니타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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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책을 보면, 내가 내 자신을 노동자라고 호명하는 게 옳은가,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고,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내게 '구식'으로 느껴졌다.  

국방부 불온서적으로 선정되어 메인에 올라 있는 내내 나는 표지가 무엇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거미줄인가? 거미인가, 겨울에 창에 낀 성에인가, 아무리 보아도 알 수 없던 걸 실물을 앞에 두고 알았다. 사람의 뒷모습. 땀으로 절었을 뒷머리와 등을 하얗게 탈색시키고 남은 윤곽. 그렇게 그대로 사람이면서 소금꽃나무가 되는 노동자의 뒷모습.

용산에서 벌어진 일들을 전해 듣고 보면서, 나는 그 분들이 그 상황이 닥치기 전까지 자신을 '철거민'이라고 호명한 적 없었을 거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같이 근무하는 비정규직을 비정규직이라고 생각지 않는, 자신을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노동자를 또 만난다. 목전에 칼날이 닥치기 전에 나의 이 자각이란 것도 입으로만 머리로만 하고 있는 것이란 걸 나도 안다. 그런데, 이런 책을 만나면, 나는 나의 자각이 옳은 것인가, 생각하는 것이다. 나와 너무도 다른 상황, 나와 너무도 다른 어떤 것들 때문이다. 그것은, 그대로, 그럴 수 있음에도, 내가 나를 똑같은 이름으로 부른다는 것은 다른 식으로 그분들께 누가 되지 않나, 싶은 것이다. 전형적인 블루칼라 노동자, 지금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운동을 하는 이 여성노동운동가에게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을 테지만 말이다. 

글은 다른 식으로 멋을 부린 인상을 주고, 상황은 지나치게 암담하여 우울하다. 노동, 더 정확히는 육체노동을 하는 노동자의 심성에 대한 말들은 또 다시 나에 대한 자각과 어떤 미안함을 가지게 하고, 그만큼의 거리를 만든다. 그래서, 한 사람 더 동조자를 만들어, 자기 곁에 세우고 싶었을 이 운동가는 노동자를 어떤 신성화된 무엇으로 형상화하여 내가 무얼 해'주어야 하나'하는 이상한 고민을 하는 자신이 '노동자인지 회의하는' 독자를 하나 보태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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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 2009-05-23 0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서 '구식'으로 느껴졌다는 말, 백 번 동의합니다. 그런데 그 구식이 읽는 내내 가슴을 아프게 찔러대서 괴로웠어요. 죽도록 고생만 한 늙은 부모의 그 삶이 환멸스럽다가도 가슴 저릿하게 아픈 것처럼...ㅜㅜ
 
생각의 지도 -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리처드 니스벳 지음, 최인철 옮김 / 김영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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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방식의 차이에 대해 설명한 책이다. 재미있다.  

그런데, 읽다가 내가 궁금한 것은 이런 것이다. 동양의 어머니는, 아이가 인형을 집어던지면, '인형이 아야해, 그러면 안 되지'라고 한다고, 이걸 모든 사물에 영이 깃든다는 오래된 동양식 사고와 관계, 타인의 생각을 고려하는 식이라고 설명하는데, 그럼 도대체, 서양의 어머니는 무슨 이유로 아이가 인형을 던지지 못하게 하는 걸까.   

이 책의 저자는 서양 사람이라서, 이 책을 읽는 동양인 어머니인 내가 서양의 방식을 궁금해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식의 설명의 공백이 생긴 것이다. 나는 이게 너무 궁금해서, 다른 설명들을 건너뛰기도 한다. 많은 규칙들, 규범들 대부분을 그럼 도대체 무슨 이유로 강제하는 것일까,    

 그리스, 로마로부터 이어져온 논리적 전통과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추구가, 어떤 사회적 배경에서 비롯되었는지, 공동체와 조화에 대한 추구는 또 어떤 사회적 배경에서 비롯되었는지 설명한다. 실험집단으로 동양은 중국, 일본, 한국이며, 특히 대부분은 중국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아, 책을 덮고 나니, 책 속에서 저자가 말하는 동양인에게 잘 나타나는 속성인 '내 그럴 줄 알았어'가 발동한다. 재밌기는 하지만 그다지, 놀랍지는 않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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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 2009-05-23 04: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으며 끄덕끄덕 하다가, 어라? 이거 다른 형태의 오리엔탈리즘 아닌가? 싶어 갸웃거리기도 하다가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참 기능적이고 징그럽게 합리적인 저들-서양인-의 사고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다가, 그랬다지요. ㅎ
그리고 서양의 어머니들은, '아까운 인형이 부서지고 집에 먼지가 나니까 안 돼!'라고 말하지 않을까요? ㅎ
 
지방은 식민지다! - 지방자치.지방문화.지방언론의 정치학
강준만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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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촌스럽다는 걸 안다. 엄마가 요리프로를 보면서 '저걸 다 넣고, 맛 없기가 힘들지'라고 말하듯이, 멋지게 차려입은 사람을 티비에서 보면서 '돈만 있어봐, 저 정도 못 되겠나'라고 말은 하지만, 어느 순간 알았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나는 촌에서 취향을 키운 사람이다. 서울에서 산 것은, 딱 4년 뿐이었고, 인생의 거진 대부분을 서울 밖에서 살았다.

그러면서, 많은 말들이 서울사람, 그렇지 않더라도 '시민'의 입으로 나온 말이란 걸 깨달을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민망해진다. 소설을 보거나, 신문 논평을 보거나, 티비 드라마를 보거나, 하다못해 진보적이라는 인사의 강연을 들을 때에도, 그런 깨달음은 몰입을 방해하다.

어느 순간, 나는 신경숙처럼 시골의 정서를 가진 작가들이 물러나고, 내내 도시 더 정확히는 서울의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걸 안다. 서울과 서울 밖의 사람들은 그렇게 다르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학번을 물어 듣는 사람 당황하게 했던 것처럼, 서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모두 서울에 사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서울 아닌 사람들이 서울 아닌 삶에 토하는 울분은 그대로 수용이 된다. 나는 그 '수용'이 이상하다. 나는 그러한 토로도 그에 대한 당연한 '수용'도 나서 자라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러니까 주인된 자에게 예의가 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서울 밖에, 도시도 못 되는 곳을 고향으로 가진 나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박탈감,이란 게 의아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제목에는 절대 동의하니까, 읽은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강준만의 흔들리는 문제의식이 어지럽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과 그러지 말아야 하는 것, 어렵다.

나의 관심이 자치라면, 강준만의 관심은 자치를 가능하게 할 언론이다. 그만큼의 차이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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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일놀이
크베타 파코브스카 지음, 이지연 옮김 / 베틀북 / 2001년 5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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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요일마다 코뿔소가 나타나는데, 신기해서인지 좋아한다. 울퉁불퉁한.
색깔놀이
크베타 파코브스카 지음, 김서정 옮김 / 베틀북 / 2000년 8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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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정말, 정말 좋아한다. 그림이 참 이상한데도, 놀기에 참 좋다.
입이 큰 개구리
조나단 램버트 그림, 키스 포크너 글, 정채민 옮김 / 미세기 / 2001년 5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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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 말이 필요없다.
뜰이 있는 메이지 하우스
루시 커즌 지음, 전정숙 옮김 / 어린이아현(Kizdom) / 2008년 8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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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재밌더라. 원래 더 큰 아이들을 위한 거라 선물하려고 샀었는데, 내가 궁금해서 뜯었고, 선물이 불가능한 지경이 되었다.

참, 이건 책이 아니라 장난감이다. 인형의 집이 되는 책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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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조지 오웰 지음, 신창용 옮김 / 삼우반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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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걸어 내려오면서, 이 책 생각이 났다. 그 대목은 돈을 주면 좋은데, 쿠폰을 주고, 그래서, 식당에서 허접한 밥을 비굴하게 먹어야 한다는 부랑인의 심정을 토로하던 장면이다. 그건, 나름 최근에 우리나라의 굶는 청소년들 이야기와 엮여서 떠올랐다. 돈을 안 주고, 식권을 주는 정책은 어디서 나온 걸까. 돈을 주면 머리를 볶을까봐 그러는 건가, 그럼 그건 어떤 태도 때문인가. 굶어본 적 없는 사람에게서 나온 정책인가, 혹은 내가 준 돈을 내가 쓰라는 데 쓰라는 태도인가. 조지 오웰은 책 속에서, 정책입안자가 부랑인과 대화를 나눠 본다면, 그런 정책은 안 만들 거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부랑인과 대화를 나눈 심정이 되었다.

원래 이런 책에 약간의 편견이 있어서 선뜻 선택하지 못했는데, 읽고 나서는 잘 읽었다 싶다. 편견이란 이런 것이다. 스스로 가난해진 자의 허영이 보일까 걱정하는 맘. 나는 조지 오웰이 성공한 작가가 되었다는 걸 아니까, 이 이야기 자체가 젊은 어떤 날의 경험담 정도로 보일까봐, 그런 작가의 허세가 드러날까봐-나는 작가가 될 거니까, 이 정도는 겪어봐야지, 하는 식의- 겁먹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 뭐, 절대 아니다. 실제 가난뱅이가 되어 쫄쫄 굶는 젊은이 심정은 그대로 담백하다. 사람을 관찰하는 세심한 눈은, 가난한 자로써의 자신과 주변인들을 묘사할 때 빛난다.

파리의 접시닦이가 되어, 접시닦이들의 자긍심이나, 호텔 웨이터의 생각, 호텔 내 계급구조 따위를 풀어놓으니 생생하고, 영국의 부랑자가 되어 하루종일 보호소까지의 긴 길을 걸어걸어 이동하는 삶을 듣고 있자니 내가 가진 편견들을 깨닫는다. 명쾌하게 말해주니까 모를 수가 없다. 그렇다. 나는 겁먹고 있다. 수십에서 수백까지 이르는 부랑인을 단 몇 사람이 감시하는데도, 그들이 위험하다고 겁먹고 있었다. 한, 심, 하, 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내가 선택하는 순간 순간에 작동하는 공포들에 생각하게 된다.

참, 판타스틱에서 소개된 글을 보고 샀는데 표지디자인이 바뀌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음, 좀, 안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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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 2009-05-23 0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어요! 조지 오웰이 이런 책도 썼군요! ^^;;

별족 2009-05-25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