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식민지다! - 지방자치.지방문화.지방언론의 정치학
강준만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내가 촌스럽다는 걸 안다. 엄마가 요리프로를 보면서 '저걸 다 넣고, 맛 없기가 힘들지'라고 말하듯이, 멋지게 차려입은 사람을 티비에서 보면서 '돈만 있어봐, 저 정도 못 되겠나'라고 말은 하지만, 어느 순간 알았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나는 촌에서 취향을 키운 사람이다. 서울에서 산 것은, 딱 4년 뿐이었고, 인생의 거진 대부분을 서울 밖에서 살았다.

그러면서, 많은 말들이 서울사람, 그렇지 않더라도 '시민'의 입으로 나온 말이란 걸 깨달을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민망해진다. 소설을 보거나, 신문 논평을 보거나, 티비 드라마를 보거나, 하다못해 진보적이라는 인사의 강연을 들을 때에도, 그런 깨달음은 몰입을 방해하다.

어느 순간, 나는 신경숙처럼 시골의 정서를 가진 작가들이 물러나고, 내내 도시 더 정확히는 서울의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걸 안다. 서울과 서울 밖의 사람들은 그렇게 다르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학번을 물어 듣는 사람 당황하게 했던 것처럼, 서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모두 서울에 사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서울 아닌 사람들이 서울 아닌 삶에 토하는 울분은 그대로 수용이 된다. 나는 그 '수용'이 이상하다. 나는 그러한 토로도 그에 대한 당연한 '수용'도 나서 자라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러니까 주인된 자에게 예의가 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서울 밖에, 도시도 못 되는 곳을 고향으로 가진 나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박탈감,이란 게 의아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제목에는 절대 동의하니까, 읽은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강준만의 흔들리는 문제의식이 어지럽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과 그러지 말아야 하는 것, 어렵다.

나의 관심이 자치라면, 강준만의 관심은 자치를 가능하게 할 언론이다. 그만큼의 차이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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