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시집 범우문고 16
김소월 지음 / 범우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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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집에 김소월 시집이 있었다. 오래 전 읽었었으니, 다시 읽으면 새로울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잊힌 시들이 아니다. 살면서 내내 듣던 노래들이라서, 이미 노래들이라서, 애써 외우지 않았더라도 머릿 속에도 마음 속에도 콱 박혀 있었다. 참 좋다고 흥얼거리던 옛노래 가사들이 시집에 그대로 박혀있다.  


짧은 생이어서, 추려 뽑은 한 권의 책이어서 시 하나하나가 귀하다. 


책 속에 정리된 그의 삶이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시인의 전형인 것도 같았다. 그의 삶을 정리한 사람이 묘사한 대로 날개가 너무 커서 높이 하늘을 날다가, 땅에서는 뒤뚱거리면서 걷는 새같은 삶이었다. 빠르게 달라지는 세상에 마음처럼 살아내지 못하는 시인의 삶이 아팠다. 세상이 변하고, 가치가 변하고, 시인은 믿는 바와 사는 바의 불일치를 감당하지 못했다. 결국 타인의 묘사로 빚어진 것 뿐이지만, 시 속의 슬픔들과 얼크러져서 내 마음대로 그렇게 믿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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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김태형 지음 / 원더박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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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들의 심리분석,책이다. 박근혜의 심리에 대한 나름 선견지명있는 분석을 내놓았던 저자라는데, 재미나게 읽었던 불안증폭사회,의 저자였다. 전자책인데, 종이책으로 사지 않은 걸 후회했다. 당장 읽고 싶어서 전자책으로 샀고, 사자마자 한달음에 읽을 수 있었는데, 재미있어서 다른 사람에게도 읽어보라고 하고 싶은데, 전자책이라서 줄 수가 없는 거다. 

기획은 있었는데 선거가 당겨지는 바람에, 모든 후보를 담지는 못했다. 문재인, 이재명, 안철수, 유승민에 대한 심리분석이고, 마지막에는 이번 선거를 대하는 대중에 대한 심리를 분석한다.

많은 심리분석서들이 그렇듯이, 부모와 어떤 관계였을지를 추정하고 그런 관계 안에서 어떤 사람으로 성장했는지 말한다. 자신이 한 말들 속에서, 후보가 가지는 스스로의 상, 국민과 자신의 관계, 표현되는 욕구와 내면의 욕구 같은 것들을 이야기한다. 대개 수긍할 수 있다.  

조건이 달린 사랑을 받은 과거의 기억이, 다 큰 어른의 행동을 어떤 식으로 제약하는지 같은 것들을 보고 있으면, 세상 어려운 게 부모 노릇이라는 생각이 든다. 존재를 존재 그대로 사랑하고 지지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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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7-04-14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대선떄가 되는 이런 책이 많이 나오는군요.그나저나 대선 기간이 의외로 단축되어서 이런류의 책들이 좀 날림으로 나오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별족 2017-04-15 05:57   좋아요 0 | URL
충분한 숙고보다, 시의성이 중요하니까요. 나름 재밌습니다.
 

아이들에게 리모컨을 빼앗기고, 아이들이 보는 만화를 같이 본다. 

파파독,은 참 문제적,이야,라고 보면서, 우리나라 만화에서 아빠는 백수거나(신비아파트), 개여야(파파독) 겨우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 있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거진 마지막으로 달려가는 이 파파독은 남편에게도 그런 동감을 불러일으키는 지경이었다. 

파파독,에서 아빠는 신기한 개조각상을 선물로 받았다가 잃어버려서 개로 변한다. 개로 변하는 순간을 목격한 딸만이 아빠가 개라는 걸 알고, 아빠와 텔레파시로 이야기하면서 돌본다. 딸이! 아빠를 돌보고, 개로 변한 아빠도 할 수 있는 한 딸을 돌본다. 학교에 개인 채로 출동하고, 젖먹이 쌍둥이 두 동생을 돌보며 일하는 엄마가 어쩔 수 없이 소홀해진 자리에서 역할을 하는 거다. 시즌2가 시작하고 어제는 아빠가 드디어 개 조각상을 찾아서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개로 변신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휴가로 처리했던 직장에 다시 출근하면서, 아빠는 딸을 보고 싶다면서도 늦어지는 회식에 집에 갈 수 없는 지경인 거다. 내가 투덜거릴 때는 듣고 말던 남편이 어제의 전개에는 '이야, 이런 문제적인 내용이라니'하는 지경이었다. 다음 편 제목은 심!지!어! 아빠의 선택!이다. 예고편에서 딸은 아빠가 파파였을 때가 좋았어,라고 투덜대고, 아빠는 그럼 어떡할까 고민이라는 걸 할까 싶은 지경. 이건 뭔가, 싶다. 인간인 채로, 엄마가 감당하는 만큼의 경제적 책임을 지는 채로, 아빠는 아예 아빠노릇이 안 된다는 건가. 인간이 되었습니다,로 끝날 줄 알았지, 이렇게 까지 전개되리라고는 예상못한 나는 당황했다.  

인간인 아빠보다 개인 아빠가 낫다고 생각한다면 정말이지 심각하게 병든 사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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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에 간 고양이 - 화묘·몽당(畵猫·夢唐), 고양이를 그리고 당나라를 꿈꾸다 화묘 시리즈
과지라 지음, 조윤진 옮김 / 달과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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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책 구매는 아동서적을 제한한다. 교육비 명목으로 지원되는 도서구매마일리지는, 아이들용 책을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래서, 책 택배에 달려드는 아이들 몫으로 경계가 모호한 책들을 몇 권 넣었다. 윤동주가 누구야,를 묻던 아들에게 네 몫이라고 말하려고 윤동주 시집도, 큰 딸 몫으로 김소월 시집도 사고, 다섯살 막내가 아마도 좋아할 거야,라며 이 책을 넣은 거다. 

그러고는 처음 펼쳐 읽어준 이야기가 월하노인,이었다. 당나라의 풍습, 놀이문화, 기이한 이야기, 한 꼭지에 인물대신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그려넣은 삽화가 있는 이 책에서 처음 펼쳐진 페이지였다. 왼쪽에는 이야기, 오른쪽에는 삽화다.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읽어줬다. 월하노인에게 자신의 배필을 묻고는, 자신의 배필이 맘에 안 든 남자가 자객을 보내 그 세살배기를 칼로 찌르게 했는데, 신혼 첫날 밤 신부의 이마에 칼로 베인 상처가 남았더라는 그 이야기 말이다. 그!런!데! 다섯살인 딸은 너무 무섭다고, 울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무서워하는 지점은 가늠이 불가다. 물론 칼로 찌르는 건 무섭다. 그런데, 그런데, 오빠랑 맨날 칼들고 노는 딸이니까, 그럴 줄 몰랐다. 그러고 한참 동안 아이 있는 데서 펼치지도 못했다. 잘 때, 밤에 몰래 꺼내 봐야 했다. 

거리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가까운 나라라서 더 즐겁게 볼 수 있다. 양귀비도 현종도, 정인이 그리워 달려가는 혼령도 모두 고양이로 묘사되지만, 표정도 생생하고, 복색이나 자세도 그럴 듯해서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월하노인,은 무서워서 못 보겠다던 딸은, 정인을 따라 나선 혼령 탓에 5년이나 앓아누웠던 여자가 5년만에 돌아온 혼령과 '합체'한다는 기담을 읽어줬더니, 신이 나서 '합!체!'를 외치며 즐거워한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지점도, 가늠이 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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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뼈
송시우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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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서정의 추리물이라고 소개되는 단편집이다. 요근래 해외 추리물들에 무언가 이질감을 느껴서 멀리하던 중이라, 읽으면서 왜 그렇게 소개되는지 알 것도 같은 기분이 되었다.


어긋나 겨누어진 칼이 엉뚱한 사람을 찌르기도 하고,(사랑합니다, 고객님) 원치 않는 공범이 되기도 하고(원주행), 의도치 않은 증거를 만들기도 한다(5층 여자). 어지러운 세상에 설명할 수 없는 켜켜이 쌓인 분노 위에 마지막 한 켜를 더해서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딱 한 켜의 죄로도 죽음을 치를 수 있다(어느 연극배우의 거울). 자신의 잘못을 못 본 체하려고 타인의 죄를 찾기도 하고(잃어버린 아이에 관한 잔혹동화), 자신의 잘못에 대한 댓가는 자신이 치르기를 원하고(이웃집의 별), 어떤 방식으로든 어디에든 죄는 남는다(좋은친구, 누구의 돌) 


약해서 부서지기 쉬운 인간의 마음은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다고 해도, 아무도 누구도 비웃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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