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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에 간 고양이 - 화묘·몽당(畵猫·夢唐), 고양이를 그리고 당나라를 꿈꾸다 ㅣ 화묘 시리즈
과지라 지음, 조윤진 옮김 / 달과소 / 2017년 1월
평점 :
회사의 책 구매는 아동서적을 제한한다. 교육비 명목으로 지원되는 도서구매마일리지는, 아이들용 책을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래서, 책 택배에 달려드는 아이들 몫으로 경계가 모호한 책들을 몇 권 넣었다. 윤동주가 누구야,를 묻던 아들에게 네 몫이라고 말하려고 윤동주 시집도, 큰 딸 몫으로 김소월 시집도 사고, 다섯살 막내가 아마도 좋아할 거야,라며 이 책을 넣은 거다.
그러고는 처음 펼쳐 읽어준 이야기가 월하노인,이었다. 당나라의 풍습, 놀이문화, 기이한 이야기, 한 꼭지에 인물대신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그려넣은 삽화가 있는 이 책에서 처음 펼쳐진 페이지였다. 왼쪽에는 이야기, 오른쪽에는 삽화다.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읽어줬다. 월하노인에게 자신의 배필을 묻고는, 자신의 배필이 맘에 안 든 남자가 자객을 보내 그 세살배기를 칼로 찌르게 했는데, 신혼 첫날 밤 신부의 이마에 칼로 베인 상처가 남았더라는 그 이야기 말이다. 그!런!데! 다섯살인 딸은 너무 무섭다고, 울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무서워하는 지점은 가늠이 불가다. 물론 칼로 찌르는 건 무섭다. 그런데, 그런데, 오빠랑 맨날 칼들고 노는 딸이니까, 그럴 줄 몰랐다. 그러고 한참 동안 아이 있는 데서 펼치지도 못했다. 잘 때, 밤에 몰래 꺼내 봐야 했다.
거리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가까운 나라라서 더 즐겁게 볼 수 있다. 양귀비도 현종도, 정인이 그리워 달려가는 혼령도 모두 고양이로 묘사되지만, 표정도 생생하고, 복색이나 자세도 그럴 듯해서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월하노인,은 무서워서 못 보겠다던 딸은, 정인을 따라 나선 혼령 탓에 5년이나 앓아누웠던 여자가 5년만에 돌아온 혼령과 '합체'한다는 기담을 읽어줬더니, 신이 나서 '합!체!'를 외치며 즐거워한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지점도, 가늠이 불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