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시집 범우문고 16
김소월 지음 / 범우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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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릴 때, 집에 김소월 시집이 있었다. 오래 전 읽었었으니, 다시 읽으면 새로울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잊힌 시들이 아니다. 살면서 내내 듣던 노래들이라서, 이미 노래들이라서, 애써 외우지 않았더라도 머릿 속에도 마음 속에도 콱 박혀 있었다. 참 좋다고 흥얼거리던 옛노래 가사들이 시집에 그대로 박혀있다.  


짧은 생이어서, 추려 뽑은 한 권의 책이어서 시 하나하나가 귀하다. 


책 속에 정리된 그의 삶이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시인의 전형인 것도 같았다. 그의 삶을 정리한 사람이 묘사한 대로 날개가 너무 커서 높이 하늘을 날다가, 땅에서는 뒤뚱거리면서 걷는 새같은 삶이었다. 빠르게 달라지는 세상에 마음처럼 살아내지 못하는 시인의 삶이 아팠다. 세상이 변하고, 가치가 변하고, 시인은 믿는 바와 사는 바의 불일치를 감당하지 못했다. 결국 타인의 묘사로 빚어진 것 뿐이지만, 시 속의 슬픔들과 얼크러져서 내 마음대로 그렇게 믿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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