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조사관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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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시리즈물을 만들어도 재미있겠다. CSI나 FBI성범죄수사대나 뭐 다른 무어라도, 시그널이나 보이스도 있지만, 외화는 잘 보면서 우리나라사람들이 그런 역할로 나오면 너무 무서워하는 나는 딱 이 정도의 사건들이 좋은 거다. 

모두 가상의 조직인 인권증진위원회에서 조사하는 서로 다른 사건들이 다섯 개의 단편으로 묶여 있다. 조사관들은 다르거나 같고, 이야기는 한번쯤 뉴스에서 봤을 법하다. 한번쯤 뉴스에서 작은 조각으로 만났을 법한 이야기가 그럴 듯한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이런 연상을 우려해서 '실제사건과는 무관'하다는 경고의 말이 달려있는 거다. 사건들을 멀리서, 스스로 명확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 태도는 좋지 않다. 그런 태도에는 언제나 소설이 약이 된다. 사람 사이의 일은 단순하거나 명쾌해지지 않는다. 잘 모르는 채로, 조심스럽게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조직이 움직이는 방식은 딱 내가 다니는 회사같다. 직업인으로의 균형감각을 고민하는 태도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하는 부딪침도 재미있다. 이질감 없는 공무원조직으로 정말, 어딘가에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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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족 2019-09-11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드라마화!!!
 
랑야방 : 권력의 기록 1~3 세트 - 전3권 - 권력의 기록 랑야방
하이옌 지음, 전정은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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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을 가족사로 본다고 조선왕조실톡을 그리는 무적핑크가 말한 적이 있다. 랑야방,을 읽다가 어느 순간, 이게 그저 가족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왕조실록처럼, 국가가 배경이기는 하지만, 놓고 다투는 것이 한 나라의 권력이기는 하지만, 가족이 권력을 누리는 세습의 세상이다. 

노쇠한 황제는 젊은 황자들을 후계순위를 두고 경쟁시켜 스스로의 권력을 확인한다. 아비고 아들이라고 해도, 권력 앞에서 위태롭다. 아마도 아비를 죽이고 왕이 되었을 황제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으로 자신의 아들들이 자신을 죽일까 두려워 이미 황장자를 살해했고, 태자의 지위에 둔 아들이 있으면서도 다른 아들을 가늠한다. 황제의 손 위에서 아들들은 줄을 대는 사람들을 이용하고, 권력이 확실히 손에 잡히는 날까지 가능한 모든 자원을 사용한다. 정쟁이라고 해도, 안과 밖이 나뉘어 벌어지는 게 아니라, 황제의 기분을 살피고 사랑을 얻는 어떤 여자의 아들인가가, 그 여자가 얼마나 그 아들을 지원하는가가 정쟁의 또다른 축이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맺은 혈연관계들로 이야기의 핵심은 피로 연결되어 있다. 결국 업이었던 거라고, 과거의 은원이 드러나고, 다시 또 현재의 이야기는 미래의 은원이 된다.

읽으면서, 중국이 얼마나 황제의 권력이 강한 나라인가, 생각했다. 자금성의 온통 돌바닥에 나무 없는 궁궐이 참 못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중국은 그런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황제에 집중된 그 권력이 얼마나 많은 대륙의 은원으로 이루어졌을까, 그 넓은 땅이 하나의 제국이 되고 그 제국의 황제가 가지는 권력은 다르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모사, 잘 꾸며진 사건들, 암살과 음모, 권력은 이미 그런 것으로 학습된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결국 이 상태로 시작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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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 - 과학에서 배우는 삶의 교훈
제임스 듀이 왓슨 지음, 김명남 옮김 / 이레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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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새로운 판본으로 다시 나왔다. 나는 이전 판본으로 읽었고, 나는 이 사람이 너무 싫었다. 그런데도, 자신이 민주당 지지자라고 말하는 게, 어떤 민주당 지지자의 미운 모습을 내가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강구도의 미국에서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체제수호적이라는 건 어쩔 수 없고, 그래도 둘 중 하나라면 민주당이긴 한데, 나는 이 민주당 지지자라고 스스로를 명명하는 이 성공한 생물학자가 밉살스러워서, 그저 너무너무 미워서 어처구니없는 존재에게-그게 트럼프라도- 표를 줄 지도 모르겠는 지경에까지 이르는 거다. 똑똑한 아이를 원한다면, 똑똑한 여자를 아내로 삼아야 한다,는 말은 자명한 말이지만, 재수없는 말인 거지. 합리적이고 맞는 말이라고 사람의 마음이 가지 않는다는 거다. '지루한 사람과는 어울리지 말라'는 스스로 우쭐해져서 썼을 조언이 가소로웠다. 이중나선을 밝히는데 여성과학자의 사진이 중요한 단서였음을 아는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명예를 이 놈이 누렸다는데 이미 적개심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게 읽히나 의심도 품었다. 
이전에 우리의 민주주의거든, 에서 옮겨놓은 그대로, 공동체를 닫는 그 합리성이 차고 넘친다. 
그 사람의 말대로 하는 성공을 하고 싶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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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제495호 : 2017.03.11
시사IN 편집부 엮음 / 참언론(잡지)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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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특집은 정규직, 비정규직에 대한 이야기다. 노동조합의 책임,에 대한 이야기. 공공부문, 정규직이 괜찮은 일자리가, 민간부문, 비정규직을 얼마나 착취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내가, 공공부문, 정규직,이라서 생각이 많다. 

10년의 민주당 정부가 이명박 정부로 넘어갔을 때부터, 나는 그 10년 무얼 했어야 했을까, 여전히 생각한다. 무얼 했어야,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민주당이 제1당, 민주노동당이 제1야당이 되기를 원했는데, 10년이 지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당이 여당이 되고, 민주당이 제1야당이 되어 있었다. 내 마음 속 1당이었던 민주노동당은 사라져버렸다.

이런 세상을 바라지 않는데도, 이런 세상이 되는 데에 나의 책임은 있을 것이다. 부러워하면서 미워하는 사람들을 나도 알고, 그런 미움 가운데 '공공부문 정상화'같은 여론이 만들어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조합이 협상을 통해 어떤 거래들을 했는지, 나의 노동조합이 어떤 거래들을 했는지 곱씹는다. 연대하는 건 다 불법이라고, 법을 어기는 거라고 쉽게도 말하지만, 그리고 언제나 법이 가장 강경하게 작동하는 바로 그 위치에 서 있는 사람들이라, 언제나 너무 조심했다고 후회한다. 대중조직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어야 겨우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조직이 스스로의 담론을 강화하기는 얼마나 힘든가. 누구나 노동조합을 이익집단,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익이 다수의 이익이기 때문에 정의라고 말하는 것에 의문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정상일까.

나는 노동조합의 투쟁은 언제나 가치관의 투쟁이라고, 아직도 순정하게, 지금 여기 이 집회에 선 사람들이 정말 바라는 게 돈이 아니라서, 지금 저 자본과 권력은 두려워하는 거야, 라고 생각하는 나는, 타인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겨우 내 자신은 설득하지만 타인에게 말 꺼내기 부끄러워하면서, 조심조심 건너온 그 십년이 지나, 참혹한 9년을 보내고, 앞으로 10년,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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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를 읽다 - 언어의 투사 맹자를 공부하는 법 유유 동양고전강의 6
양자오 지음, 김결 옮김 / 유유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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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의 선함을 믿는다. 

다행히도 동양인이라서, 유교 전통 안에서, 좌절의 순간에도 그 자체를 의심하지는 않는다. 

믿을 수 없는 많은 순간에도, 그건 결국 믿음, 이라서 쉽게 바뀔 수가 없다. 

얇은 책인데, 오래 걸려 읽었다. 외로운 웅변가의 삶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성의 문지기조차 '아, 그 되도 않는 말을 하고 다니시는 분'이라고 평하는 유학,을 전쟁의 시대에 설파하는 것은 외로운 일일 것이다. 논파하는 것이 좋아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어서 한다는 맹자가 안타깝지만, 그 귀한 말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 고맙다. 

책 속에 인용된 왕과 맹자의 말들 중에, 제물로 끌려가는 소의 울음을 왕이 듣고 소를 양으로 바꾸라 한 데 대해 말하는 것이 있었다. 맹자는 왕의 행동을 소가 아까워서 한 거라고 평하는 사람도 있으나, 그건 눈으로 본 소를 불쌍히 여긴 마음이니, 그 마음을 넓게 백성에까지 펼친다면 능히 훌륭한 왕이 될 거라고 말한다. 인간에게 본래 있는 그 불쌍히 여기는 마음, 그 마음을 단련하기 위해, 고기를 먹으면서 푸줏간을 멀리하는 것은 익숙해지지 않기 위해서라고도 말한다.  

그 대목을 읽으면서 나는, '왕좌의 게임'생각을 했다. 칼을 들어 직접 처형하는 최고 권력자의 모습을 의아해하는 내게 먼저 보고 있던 남편은 그 판타지 세계관 안에서, 최고 권력자가 자신의 권력이나 명령이 행사되는 것을 자각하기 위해 직접 처형하는 거라고 설명해주었다. 그 때도, 나는 그걸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명령만 내리고, 실제를 모르면 얼마나 그게 무거운 명령인지 모를 수 있다고, 그래서 직접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맹자의 설명을 듣고는, 그건 나의 어리석음인지도 모르겠다고,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쉽게 익숙해지는지 잊었었구나, 싶었다. 차마 어쩌지 못했던 인간의 마음,이 어느 순간 그저 성실함 만으로도 행할 수 있는 일이 되어버릴 수도 있겠네,라고. 결국 왕좌의 게임,안에서 최고 권력자가 손에 피를 묻히면서 자각하는 것은, 명령의 무거움이 아니라, 권력의 강함이었을 것이라는 자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차이가 동양과 서양 세계관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고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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