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를 읽다 - 언어의 투사 맹자를 공부하는 법 유유 동양고전강의 6
양자오 지음, 김결 옮김 / 유유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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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의 선함을 믿는다. 

다행히도 동양인이라서, 유교 전통 안에서, 좌절의 순간에도 그 자체를 의심하지는 않는다. 

믿을 수 없는 많은 순간에도, 그건 결국 믿음, 이라서 쉽게 바뀔 수가 없다. 

얇은 책인데, 오래 걸려 읽었다. 외로운 웅변가의 삶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성의 문지기조차 '아, 그 되도 않는 말을 하고 다니시는 분'이라고 평하는 유학,을 전쟁의 시대에 설파하는 것은 외로운 일일 것이다. 논파하는 것이 좋아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어서 한다는 맹자가 안타깝지만, 그 귀한 말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 고맙다. 

책 속에 인용된 왕과 맹자의 말들 중에, 제물로 끌려가는 소의 울음을 왕이 듣고 소를 양으로 바꾸라 한 데 대해 말하는 것이 있었다. 맹자는 왕의 행동을 소가 아까워서 한 거라고 평하는 사람도 있으나, 그건 눈으로 본 소를 불쌍히 여긴 마음이니, 그 마음을 넓게 백성에까지 펼친다면 능히 훌륭한 왕이 될 거라고 말한다. 인간에게 본래 있는 그 불쌍히 여기는 마음, 그 마음을 단련하기 위해, 고기를 먹으면서 푸줏간을 멀리하는 것은 익숙해지지 않기 위해서라고도 말한다.  

그 대목을 읽으면서 나는, '왕좌의 게임'생각을 했다. 칼을 들어 직접 처형하는 최고 권력자의 모습을 의아해하는 내게 먼저 보고 있던 남편은 그 판타지 세계관 안에서, 최고 권력자가 자신의 권력이나 명령이 행사되는 것을 자각하기 위해 직접 처형하는 거라고 설명해주었다. 그 때도, 나는 그걸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명령만 내리고, 실제를 모르면 얼마나 그게 무거운 명령인지 모를 수 있다고, 그래서 직접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맹자의 설명을 듣고는, 그건 나의 어리석음인지도 모르겠다고,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쉽게 익숙해지는지 잊었었구나, 싶었다. 차마 어쩌지 못했던 인간의 마음,이 어느 순간 그저 성실함 만으로도 행할 수 있는 일이 되어버릴 수도 있겠네,라고. 결국 왕좌의 게임,안에서 최고 권력자가 손에 피를 묻히면서 자각하는 것은, 명령의 무거움이 아니라, 권력의 강함이었을 것이라는 자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차이가 동양과 서양 세계관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고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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