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카고를 단체관람하러 가는 버스에서 노래가 좋아,를 봤다. 

'노래가 좋아'에 나온 가족은 아이 넷의 가족, 열한살부터 두살 터울의 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엄마는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우고 마흔 넘어 시작한 발레로 지도자 자격증을 따고 지금은 학원을 운영하고 팀 이름은 '엄마의 인생 2막'이다. 가족들이 다 함께 부른 노래는 맘마미아의 도나가 부르는 '머니 머니 머니'다. 나는, 엄마의 새로운 인생을 응원하며 아이들이 참 이쁘네,하며 보다가, 노래를 들으면서 뜨악해했다. 뮤지컬 넘버는 그 자체가 완결되지 않아서, 젊은 날의 어리석음을 묘사하는 노래였을 것이다. 뮤지컬의 마지막순간까지 그런 정서는 아닐 것이다. 아, 나는 맘마미아를 모른다. 그렇지만, 내가 그런 노래를 아이들에게 한 순간이라도 부르라고 할 수 있을까, 역시 모르겠다. 왜 그 노래를 부르는지, 그림이나 상황은 알겠다. 훈련되지 않은 가족 모두가 한 번이라도 입을 뗄 수 있는 신나는 노래라서 골랐을 거다. 그런데 내용은 '부자가 최고'라는 '돈 많은 남자를 만나야지'라고 부르는 그런 노래. 

의미는 없어, 인기상을 받으려고 고른 노래야,라고 생각하지만, 계속 생각이 나는 건 시카고가 또 그런 이야기라서 일 거다. 꽉 차는 밴드의 음악도 좋고, 무희들의 춤들도 파워풀하고 좋은데, 나는 그 이야기가. 이야기가. 싶은 거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서, 꿈을 쫓는 순진한 처녀로는 아무 것도 될 수 없지만, 살인자가 된다면 스타가 될 수 있어요,라는 기이한 이야기를 보고는 그 의문들이 강화되는 거다. 

아니야, 그런 세상이 미친 거라고 빈정거리는 거라고. 

어리석음을 묘사한 노래라니까, 끝까지 본다면 그런 이야기가 아니야.(사실 이건 맘마미아,를 안 봐서 아예 모른다)

그런데, 그런데, 역시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이상하다고. 그런 이야기들은 부도덕하다고. 


고리타분하고 뭘 모르는 사람이 되어, 그림이 멋지고, 노래가 멋지고, 너무 좋아서 계속 흥얼거리면서도, 그림 속의, 노래 속의 메시지가 괜찮은 건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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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8
게리 로스 감독, 헬레나 본햄 카터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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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멋이 잔뜩 든 그저 그림,이라는 생각을 했다. 


주말에, 남편은 이걸, 초6 딸래미는 안 보겠다고, 나는 서치?를 보자고 하다가, 서치는 무섭다는 결국 한때나마 딸래미가 보고 싶어했던 적이 있던-그 때는 티비로 나오지 않았다-오션스8을 결제하고 봤다. 

오랜만에 산드라 블록은 반갑고, 여자들이 예쁘고 멋있게 등장하는 것은 좋지만,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는 것은 허무했다. 화장실에서 결의를 다지며, '세상에 모든 범죄자를 꿈꾸는 소녀들을 위해 성공해보이겠어'라고 말할 때는 헛웃음이 나고, 영화를 통틀어 공감이 되는 것은 묘지에서 만난 할아버지가 하는 말이다. '네가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꼭 할 필요는 없다'는 말. 

상상한 모든 걸 할 필요도 없고, 타인에게 증명하기 위해, 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도둑질이 다른 무엇보다 더 부도덕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 대상이, 보석이라서, 세상 현금화하기 어려운 보석!이라서, 도대체, 뭔 짓을 하는 건가 싶은 순간이 많았다. 이야기를 여성들을 쌓아 여성들이 즐겁도록 만들려고 했다는 건 알겠는데, 바닥에는 여성들에 대한 오래된 편견을 깔았다. 여자들은 반짝이는 예쁜 것들을 좋아하니, 보석을 훔치게 하자,라던가. 결행의 목적에는 나를 배신한 연인에 대한 복수도 깔자, 뭐 이런. 이유를 모르겠으니, 목표를 모르겠으니, 설명이 부실하니, 아무리 예뻐도, 아무리 경쾌해도, 아무리 많아도 헛헛했다. 바이크를 타고 달리는 삶은 술취한 사람들에게 물맛나는 술을 먹이고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싶은 거다. 세상은 그렇게까지 허술하지 않고, 정작 그 돈들을 쓰지도 못할 텐데, 뭐 이런 거. 


많은 이야기들, 과학, 서양의 것들이 시간 축을 오려내고 단면만을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뢰나 믿음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그 다음과 그 다음과 그 다음의 이야기들이 있는데, 영화라는 한계가, 혹은 그걸 알고 싶어 하지 않은 바램이 그대로 펼쳐진다. 


늙어가는 중이라 젊고 경쾌한 오락영화 속에서 가장 늙은 말을 찾아 그것 하나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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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나,

어리석음에 대한 자각에 괴로운 날들 가운데,

친구의 생일에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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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오늘 잘 살아보자고

친구의 생일에 보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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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서 가지 못한 친구들의 모임에 보낸 내 마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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