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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트다운 - 편리한 위험의 시대
크리스 클리어필드.안드라스 틸시크 지음, 장상미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평점 :
참, 잡스러워, 혹한 내가 바보지.
책을 읽기 시작하고 남편에게 한 품평이다. 아마도 대중서여서 그렇게 썼겠지 싶은 흥미위주의 사례들이 가득하다.
잡스러운 덕분에 끝까지 읽고는 이건 영업이네,라고 생각했다. 참신하고 획기적이기보다 이미 들어와 있는 영업. 그래서 오래된 책인 줄 알았다. 오래된 책이 아니란 걸 알고는 읭 스러웠다.
제목이 '멜트다운'이라서, 한 번 더 본 거다. 업무용 책을 고르라는 분리된 영역에서, 원자력발전소에서 노심용융을 말하는 '멜트다운'이란 말이 책 제목으로 잡히니까 한 번 더 본 거다. 거대한 위험의 사회에 대한 이야기라고 그래서 사서 읽기 시작했다. 아, 내 이런 말을 친구한테 들어본 적이 있는 거 같아. 미국에서 다리가 무너졌을 때-https://ko.wikipedia.org/wiki/I-35W_%EB%AF%B8%EC%8B%9C%EC%8B%9C%ED%94%BC_%EA%B0%95_%EB%8B%A4%EB%A6%AC- 위험사회,라는 말을 들었었다. 큰 편의를 누리면서 큰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는 말을 그대로 이해했던 터라, 책 내용이 참신하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게다가 해결책이라는 조직 내 다양성, 문제제기가 가능한 조직문화는 늘상 하는 말들이라 새롭지도 않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무척 오래 전에 나온 책을 최근에 번역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이게 18년에 나온 책을 19년에 번역한 거라는 걸 알고 깜짝 놀라는 거다.
벌써 이거 오래된 영업책 같아,라고 말한 뒤였거든.
어떤 식의 영업이냐면, 사장님, 당신이 겪는 그 위험은 피할 수가 없어요. 현대사회는 너무 복잡하다구요. 그러니까, 당신이 겪는 위험은 애초에 피하기가 매우 매우 매우 어렵습니다. 보세요. 이런 회사들, 이런 나라들, 이런 일들, 저런 일들, 이 원인이 파악이나 될까요? 아니예요. 너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바로잡을 수가 없었어요. 그렇지만 사장님, 이렇게 이렇게 하면 조금은 괜찮아져요. 보세요. 저를 한번 이사회에 넣어보시면 어때요?
업계에서 이력을 쌓은 전문가가 아닌 자신이, 업계의 위원회에 들어갔을 때 참신하고 멍청한 질문을 함으로써 조직에 위험을 줄여줄 거라는 식의 영업. 그 영업을 하기 위해 무시무시한 사례들, 조직이 경직되었을 때 닥치는 위험사례, 무시무시한 실패들을 흥미진진하게 기술하는 거다. 이런 실패를 막으려면 조직 다양성을 높이고, 반대의견을 수용하라고 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 방법들을 내가 이미 어떤 식으로든 알고 있다. '악마의 대변인'제도를 만들었다는 사내 공문을 보았고, 이미 최고위 경영진은 다 외부에서 수혈받고 있다. 왜 그런 식으로 경영이 이루어졌는지, 이 책을 보니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아, 이런 식으로 약팔았네. 싶었거든. 그래서, 이게 최근에 만들어진 책이라는데, 놀랐다. 이미 경영에서 수용된 더 복잡하게 만든 해결책을 대중차원까지 영업하기 위해 다 늦게 만들어진 책인가, 싶다. 말단에 말단인 나는, 저렇게 위가 비대해지는 해결책들 가운데 현장의 자원이 줄어드는 걸 보아와서 한숨이 나는데 이 책이 제시한 해결책들이 다 그 모양이라 공감이 안 된다. 말단의 일들이란, 자신의 결정에 따라 로봇도 대신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나, 싶기도 하다.
끔찍한 실패라고 말한 산부인과 예시-시체를 해부하고 소독하지 않고 아이를 받는 산과의 의사들에게 소독을 설파했던 제멜바이스, 결국 정신병원에서 고독사한다-는 반대자의 발언을 억압하는 식으로 작동할 것도 같고, 해결책은 다 잡스럽고 추상적이다. 그런 해결책이 있다고 하더라도, 독재자같은 폭스바겐의 CEO가 고압적인 태도로 실적을 올리고, 그 실적으로 이사회에서 재신임되는 걸 막을 수 있을까, 싶은 거다.
내가 끔찍한 실패로 '멜트다운'을 언급한 것에, 반발심이 있는 것일까? TMI 노심손상은 왜 끔찍한 실패인가?라고 되묻고 싶은 지경이라, 책 속의 '끔찍한 실패'의 기준이나 정의는 무엇인가?부터 반발하고 있어서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무언가, 사람에 대한 부족한 이해가운데, 해결책을 찾고 있다는 생각만 든다. 얼마나 멍청한 실패들이 열거되는지, 흥미진진하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