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천도룡기 

이국의 사람들과 싸움이 붙었다. 몸으로 칼로도 싸우지만 입으로도 싸우면서 "아프지 말고 살다가 죽어라"라고 페르시아 상인들에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건 덕담처럼 들리지만 악담이라면서, '비명횡사'를 바라는 말이라고 해서 놀란다. 아, 오래 산다는 건 늙고 아픈 걸 피할 수 없는 거라는 걸, 그 옛날 사람들도 알고 있었는데, 지금의 나는 정말 안 아프고 오래 살다가 죽기를 바라는 구나, 맥락없이 터무니없게,라는 자각을 했다.





 

 

 

2. 5학년 3반 청개구리들 

절판이고 그림도 없지만 무언가 넣고 싶었다. 언제 읽었는지 모르겠다. 

내 기억에 남아서 아직도 답을 모르겠는 질문이 있다.  

책 속에서 아이는 부모에게 집안의 어려움을 나에게 말하지 말아달라,고 청한다. 아이인 자신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부모의 그런 말은 나에게 부담이 되므로 부모가 그런 말을 자신에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 뭐 이런 말이었던 거 같다. 그 때 나는 그게 이상했다. 그리고 여전히 모르겠다. 아이도 가족인데, 집안의 어려움을 몰라야 할까? 알아야 할까? 아이가 받아들이는 무게감이 부모와는 다를 수 있으니, 부모가 보호자로 역할을 해야 하겠지만, 아이였던 나는 부모가 부모의 어려움을 내게 한마디도 안 한다면 좋을까? 

책 속의 아이와 다르게, 나는 알기를 원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도 알기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할 수 있기를. 나의 부모가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기 힘들 거 같다. 

그래도, 무언가를 요구하는 입장이 되었을때, 상대의 모든 말이 그저 변명같을 때, 그걸 내가 왜 알아야 하지, 싶은 순간들이 있어서, 여전히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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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트다운 - 편리한 위험의 시대
크리스 클리어필드.안드라스 틸시크 지음, 장상미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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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잡스러워, 혹한 내가 바보지. 

책을 읽기 시작하고 남편에게 한 품평이다. 아마도 대중서여서 그렇게 썼겠지 싶은 흥미위주의 사례들이 가득하다. 

잡스러운 덕분에 끝까지 읽고는 이건 영업이네,라고 생각했다. 참신하고 획기적이기보다 이미 들어와 있는 영업. 그래서 오래된 책인 줄 알았다. 오래된 책이 아니란 걸 알고는 읭 스러웠다. 


제목이 '멜트다운'이라서, 한 번 더 본 거다. 업무용 책을 고르라는 분리된 영역에서, 원자력발전소에서 노심용융을 말하는 '멜트다운'이란 말이 책 제목으로 잡히니까 한 번 더 본 거다. 거대한 위험의 사회에 대한 이야기라고 그래서 사서 읽기 시작했다. 아, 내 이런 말을 친구한테 들어본 적이 있는 거 같아. 미국에서 다리가 무너졌을 때-https://ko.wikipedia.org/wiki/I-35W_%EB%AF%B8%EC%8B%9C%EC%8B%9C%ED%94%BC_%EA%B0%95_%EB%8B%A4%EB%A6%AC- 위험사회,라는 말을 들었었다. 큰 편의를 누리면서 큰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는 말을 그대로 이해했던 터라, 책 내용이 참신하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게다가 해결책이라는 조직 내 다양성, 문제제기가 가능한 조직문화는 늘상 하는 말들이라 새롭지도 않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무척 오래 전에 나온 책을 최근에 번역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이게 18년에 나온 책을 19년에 번역한 거라는 걸 알고 깜짝 놀라는 거다. 

벌써 이거 오래된 영업책 같아,라고 말한 뒤였거든. 

어떤 식의 영업이냐면, 사장님, 당신이 겪는 그 위험은 피할 수가 없어요. 현대사회는 너무 복잡하다구요. 그러니까, 당신이 겪는 위험은 애초에 피하기가 매우 매우 매우 어렵습니다. 보세요. 이런 회사들, 이런 나라들, 이런 일들, 저런 일들, 이 원인이 파악이나 될까요? 아니예요. 너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바로잡을 수가 없었어요. 그렇지만 사장님, 이렇게 이렇게 하면 조금은 괜찮아져요. 보세요. 저를 한번 이사회에 넣어보시면 어때요? 

업계에서 이력을 쌓은 전문가가 아닌 자신이, 업계의 위원회에 들어갔을 때 참신하고 멍청한 질문을 함으로써 조직에 위험을 줄여줄 거라는 식의 영업. 그 영업을 하기 위해 무시무시한 사례들, 조직이 경직되었을 때 닥치는 위험사례, 무시무시한 실패들을 흥미진진하게 기술하는 거다. 이런 실패를 막으려면 조직 다양성을 높이고, 반대의견을 수용하라고 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 방법들을 내가 이미 어떤 식으로든 알고 있다. '악마의 대변인'제도를 만들었다는 사내 공문을 보았고, 이미 최고위 경영진은 다 외부에서 수혈받고 있다. 왜 그런 식으로 경영이 이루어졌는지, 이 책을 보니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아, 이런 식으로 약팔았네. 싶었거든. 그래서, 이게 최근에 만들어진 책이라는데, 놀랐다. 이미 경영에서 수용된 더 복잡하게 만든 해결책을 대중차원까지 영업하기 위해 다 늦게 만들어진 책인가, 싶다. 말단에 말단인 나는, 저렇게 위가 비대해지는 해결책들 가운데 현장의 자원이 줄어드는 걸 보아와서 한숨이 나는데 이 책이 제시한 해결책들이 다 그 모양이라 공감이 안 된다. 말단의 일들이란, 자신의 결정에 따라 로봇도 대신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나, 싶기도 하다. 

끔찍한 실패라고 말한 산부인과 예시-시체를 해부하고 소독하지 않고 아이를 받는 산과의 의사들에게 소독을 설파했던 제멜바이스, 결국 정신병원에서 고독사한다-는 반대자의 발언을 억압하는 식으로 작동할 것도 같고, 해결책은 다 잡스럽고 추상적이다. 그런 해결책이 있다고 하더라도, 독재자같은 폭스바겐의 CEO가 고압적인 태도로 실적을 올리고, 그 실적으로 이사회에서 재신임되는 걸 막을 수 있을까, 싶은 거다. 

내가 끔찍한 실패로 '멜트다운'을 언급한 것에, 반발심이 있는 것일까? TMI 노심손상은 왜 끔찍한 실패인가?라고 되묻고 싶은 지경이라, 책 속의 '끔찍한 실패'의 기준이나 정의는 무엇인가?부터 반발하고 있어서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무언가, 사람에 대한 부족한 이해가운데, 해결책을 찾고 있다는 생각만 든다. 얼마나 멍청한 실패들이 열거되는지, 흥미진진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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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9-06-03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멜트다운 원전의 노심붕괴를 말하는것 같은데 글을 읽어보니 원전과는 전혀 상관없는 책인가보네요.

별족 2019-06-07 14:14   좋아요 0 | URL
전혀 상관없다고 말하기는 그런데, 원전이야기를 기대하고 읽는다면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책입니다. 그런 이야기라면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444925, 같은 제목의 이 책이 있더라구요.
 

아이들의 만화를 보게 된다. 아이였을 때라면 나도 좋아했을 텐데, 어른이 되어서 본 감상은 다르다. 극장에서 본 '화염의 해바라기'는 아, 아이들은 이렇게까지 어른들을 가소롭게 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아이들이 그러지 않더라도, 아이들은 어른들이 이렇게 멍청하고 가소롭고 한심해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구나, 이런 생각. 이미 어른인 나는, 어른이 한심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있다고 변명하고 싶지만, 영화 속의 상황은 변명의 여지가 없고 어른들은 어디 찌그러져서 아이들의 용맹함에 의지해야 하는 존재다. 

아이들이 티비로 보는 걸 곁눈질로 보면서, 저건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해? 싶은 지경들을 만난다. 코난이 주인공이니까, 과장적으로 그려진 아이는 작지만, '은빛 날개의 마술사'에서 기장과 부기장도 쓰러진 비행기를 코난과 코난의 여자친구와 몇 몇이 비상착륙시킬 때는 의문이 계속 생긴다. 상황이 위험하면 아이라도 해야 한다. 어른이 사라진 세상에서 아이가 운전을 해야 하는 책도 본 적이 있으니, 상황이 그렇다면 누구의 손이라도 빌려야 한다. 그래도 역시, 갸우뚱하며 남편을 봤더니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나보다. 그런 사람이 한 둘이 아닌지, 검색한 위키백과의 각주(https://ko.wikipedia.org/wiki/%EB%AA%85%ED%83%90%EC%A0%95_%EC%BD%94%EB%82%9C:_%EC%9D%80%EB%B9%9B_%EB%82%A0%EA%B0%9C%EC%9D%98_%EB%A7%88%EC%88%A0%EC%82%AC)로도 달려 있다. 

아이들이 어른들을 어른들이 운영하는 세계를 무시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래야 그 다음 자신이 어른이 되었을 때 감당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지만, 태도의 어딘가에 존중이 있어야, 지나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점점 더 어쩌지 못하는 일들이 늘어나고, 내게 권력이 주어진대도 욕 먹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싶은 데다가. 가끔은 이게 뭐 그리 큰 일이라고 호들갑을 떠느냐고도 하고 싶다. 

무언가 나의 일로 받아들이고 변명을 하고 있다. 아이일 때 밖으로 발을 빼고 하던 그 말 '야! 일 좀 똑바로 하라고!!!'가 안 되는 거다. 사후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였다는 것들에 점점 더 동의를 못하고 있다. 사고의 경중에 대한 감각도 줄고, 결과가 없는데도 문제삼는 태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하게 된다. 

늘, 교통사고가 아니라 브레이크 밟은 걸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원자력발전소에 다니고 있어서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브레이크를 밟았다니, 얼마나 위험했던 거냐?는 말을 듣고 있는 기분이라서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https://ko.wikipedia.org/wiki/%EB%AA%85%ED%83%90%EC%A0%95_%EC%BD%94%EB%82%9C:_%EC%9D%80%EB%B9%9B_%EB%82%A0%EA%B0%9C%EC%9D%98_%EB%A7%88%EC%88%A0%EC%82%AC

다만 연출이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힘든 전개가 나온다. 극장판 중에 코난과 같은 일반인이 조종석에 들어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일반인이 조종석에 들어가는 행위는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 적으로 2001년 9월 11일에 발생했던 9·11 테러 이후로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또한 아마추어 조종사가 대형 여객기를 극장판에서 연출한 부두에 착륙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위키백과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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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세 번 찢다 - 계보 사상 통념을 모두 해체함 리링 저작선 1
리링 지음, 황종원 옮김 / 글항아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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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종교를 물으면 '유교'라고 대답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인간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방법은 역시 정치라고 생각하는 인간이고, 사람의 마음이 복잡하고 다루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인간이고, 모순되게도 겸양이라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또. 무엇보다 내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아더왕연대기의 드루이드교신자가 기독교에 대해 '여자나 아이들이나 좋아할 종교'라고 말하는 태도로 모든 결정과 책임을 신께 미루는 태도가 싫다. 

중국의 전통과 서양의 전통은 사실 다‘구분‘을 말하고 있으나, 정치와 종교, 승려와 속인의 관계가 다르며 구조도 완전히 상반된다. 저들의 전통은 정치와 종교의 합일이다. 즉 종교는 통일되었고 국가는 다원화되었다. 반대로 우리의 전통은 정치와 종교의 분리이다. 즉 국가는 통일되었고 종교는 다원회되었다. 만일 기어코 천일합일을 논해야 한다면, 그 역시 저들의 것이지 우리의 것은 아니다. 우리의 전통은 정치를 부각시키는 것이고, 저들의 전통은 종교를 부각시키는 것이다. 저들의 상태가 훨씬 더 원시적이다. -p248

공자는 지식인이었기에, 내가 그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법은 그를 지식인으로 대하는 것이다. 지식인의 천직은 군중을 선동하고, 민의를 조작하며, 지도자에게 유세하여 그들을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처방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의견을 물리치고 참말을 하는 데 있다. -p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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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회를 재방으로 두 번이나 조금씩은 토막나게 보았다. 

해외입양아로 성년이 되어 관장이 된 남주(라이언골드)가 덕질로 단련되었으나 직장에서 덕질을 숨기는 아이돌 홈마 여주(성덕미)를 레즈비언으로 오해한다. 아이돌에 대한 유사연애감정으로 묶인 여주와 여주의 친구는 아이돌이 묵은 호텔방을 성지순례하고, 바짝 붙어앉아 웃으며 이야기하고 사랑을 이야기하는 여자들이 느끼는 그 즐거운 행복감을 공유하고 있다. 안전하고 무해한 연애감정을 행복하게 공유하는 두 성인 여성을 남주는 그대로 연인으로 오해한다. 

나는, 어떤 태도가 더 좋은 태도일까, 생각했다. 

두 성인이 한 호텔방에 묵는 것 만으로, 그 둘을 성적인 관계로 생각하는 것.

두 성인이 한 호텔방에 묵는다. 그건 그냥 그럴 수 있는 일로 생각하는 것.

오해는 해소되고, 남주와 여주는 연애를 하게 되지만, 세상이 성적인 은유들로 가득 차고, 성적인 긴장감으로 가득 채워지는 것이 피곤하다. 그런 세상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아서 또 피곤하다.

한창 서로의 짝을 찾는 시기에, 성적인 긴장이 가득 찬 공기가 나는 버거웠다. 그것보다 더 많은 삶의 순간들, 우정들, 관계들이 있다. 사랑에도 삶에도 훨씬 더 많은 것들이 담긴다. 

못 본 체하고 말하지도 못 해서 고통의 신호를 알아채지 못하는 팡쓰치의 엄마가 되는 것도 문제겠지만, 세상 모든 따뜻함을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도 끔찍하지 않은가. 어려운 일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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