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리와 시미코의 무언가 마을로 찾아온다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 시공사(만화)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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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판타스틱을 구독하는 중이다. 현실과 싱크로율 100%인 단편을 만나는 것도 큰 즐거움, 읽고 싶은 책 소개를 만나는 것도 큰 즐거움.

판타스틱 6월호 특집으로 이 만화의 작가가 소개되었다. 살아있는 목,을 보여주면서 친구가 '정말 재밌어'라고 말한게 5년도 더 전인데, 몇 페이지에 걸친 작가 소개를 보고, 그 기이한 '재미'란 걸 알아보고자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두 권을 샀다. '무언가 마을로 찾아온다'와 '밤의 물고기'.

이건 '무언가 마을로 찾아온다'에 대한 서평이므로, 읽으면서 느낌을 말하자면 억울한 마음이 된다.

정말 억울한 마음을 가질 만한 것인가,에는 지식이 부족하지만, 못 하나 치지 않고 지어진다는 '한옥'은 희박하고, 툭 잘려나간 역사의 한 시기가 애석해서 억울한 거다. 안동 하회마을에 가야 겨우 보게 되는 서낭나무나, 장승이나, 한옥에 붙이는 글귀, 절기마다 찾아오는 풍습이나, 밤이면 나타나는 도깨비나, 우리 나라 사람들 의식의 바닥에 깔려있을 오래된 것들을 아, 나는 모르는데, 이웃나라 일본은, 우리의 이 단절에 일말의 책임이 있는, 일본은 오래된 것들로부터 이렇게 살찌우는 구나,하는 억울한 마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의식 속에 자리잡은 '오래된 것들'을 설명할 환상을 나는 아는가, 하는. 그건, '우부메의 여름'을 읽을 때도 들던 마음이다. 이런 마음이 되는 것은 '무언가 마을로 찾아온다'가 사용하는 환상들이 일본의 '오래된 것들'과 많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많이,보다는 직접적,이란 표현이 적당하다. 일본의 역사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견마신의 보물을 찾는다거나, 신사의 수수께끼라던가, 그런 소재들을 가져다 쓴다. 내가 그런 억울한 맘으로 읽기 시작해서 더욱 그런 지도 모르겠다. 역시 호러,라는 장르는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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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걸 - '못난' 여자들을 위한 페미니즘 이야기
비르지니 데팡트 지음, 민병숙 옮김 / 마고북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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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펑크를 먼저, 페미니즘을 그 다음으로 만난 프랑스 여자의 이 책을 이제사 다 읽었다. 샀다가 이렇게 묵힐바엔 구판으로 사면 저렴한데, 막상 그 때 사지 않으면, 한참 지나서 사게는 될까 싶기는 하다.

내가 페미니즘을 만난 것은 대학 때고, 그때도 지금도 나는 '열렬'이었던 적은 없었다. 어떤 게 '열렬'인 건지 모른다는 게 정확한 표현. 나는 내가 여자라서 무얼 하지 못한다는 말 들은 적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에게는 불평등한 '공기'가 있다는 걸 배웠고 가끔은 그런 대우를 받았다. 나와 나의 친구들은 우리 있는 자리에서 발언을 한다. 우리 집은 가난하지만, 나는 가난하지 않고, -4년제 대학을 졸업해서, 준 공기업에 근무하는 여직원이니까- 말은 과격할 지 몰라도, 겁은 많아서, 운 좋게도 길거리에서 추행당한 적도 없다. 이런 나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 책이 그렇게 궁금했나보다. 이 책의 작가도 이런 제목 달지 않았을 '못난 여자들을 위한 페미니즘 이야기'라는 부제가 궁금했덧 것이다. 나같은 '배우고 그래도 좀 사는 여자'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깨달음을 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강간을 당한 경험과 창녀로 일한 경헝이 있는 이 여자는 '피해자 연'하는 페미니즘의 강간 논리를 넘어설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몇 몇 대목에 깊게 공감한다. 그러나, 전체적인 인상은 산만하다. 

페미니즘보다 먼저 들어온 펑크를 통해 순결따위 숭배하지 않는 작가의 태도와 강간 때문에 펑크 록 순례를 멈출 수 없는 작가의 그 마음 때문에 오히려  펑크란 어떤 것일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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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선거이야기 - 1948 제헌선거에서 2007 대선까지
서중석 지음 / 역사비평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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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

5회에 걸처 이루어진 강의가 책으로 묶인 거라서, 쉽게 읽힌다. 재미있다. 이야기로 들으면 건너뛰게 되는 부분이 책에도 있으니, 그런 궁금증은 그렇게 남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선거만으로 우리나라 현대사를 모두 알 수는 없는 거니까. 빈틈은 어쩌면 당연한 거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그래서 흥미진진한 선거가 책 속에 있다.

역사란 재미있다. 지금과 다른 풍경이 책 속에 펼쳐진다. 이승만은 자기가 당선되기 위해 '간접선거'를 '직접선거'로 바꾸고, 박정희는 영구 집권을 위해 직접선거를 간접선거로 바꾼다. 지금 약한 자를 위한 정치인들을 정치공간 밖으로 내모는 '빨갱이'란 공격은 처음 출마한 선거공간 속 박정희에게 오히려 득이 된다.

선거의 순간 순간, 만약 그 때 이랬더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 출렁출렁하는 마음의 흐름들이 그래도 점점 더 나은 순간을 만들어왔음을 목격한다.

이십대인 동료로부터 '쇠고기 그거 안 먹으면 그만 아닌가요'라는 말을 듣고, 사십대의 직장 선배로부터는 '노무현 vs 이명박'이라는 인터넷 글을 포워딩받는다. 열심히 생각하지 않는다면, 나이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지금의 촛불정치가 '정치에 대한 혐오' 대신, 진짜 '생활정치의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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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마음 - 썩어빠진 교육 현실을 유쾌하고 신랄하게 풀어낸 성장소설
호우원용 지음, 한정은 옮김 / 바우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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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에 읽은 책인데 이제사 쓰게 된다. 오늘 신문기사를 보니, 이 책이 떠올랐다. 오늘의 신문기사는 '심한 체벌로 자살을 시도한 여고생에게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학교명예실추'로 처벌을 주문했다'는 내용이었다.

아, 슬프다.

다르지 않다. 대만의 현실과 우리의 현실이.

우리 주변의 어떤 학교 내 사건에 대해 '밀착취재'란 걸 한다면 딱 이렇게 진행될 것이다. 이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되고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은 문학적 완성도 때문이 아니라, 현실에 바짝 붙어 있는 그 생생함, 분노, 아픈 마음, 그리고, 바꾸려는 그 마음, 그래서 '위험한 마음', 그 때문이다.

0교시 부활, 방과후 학교의 학원진출 허용, 좋은 대학에 가는 것 말고, 십대가 자신의 가치를 보여줄 수 없는 지금 대한민국의 학교 풍경이 펼쳐진다.

지금 십대들에게 이 '위험한 마음'이 들끓고 있다는 걸 느낀다. 십대 뿐 아니라, 전 국민이, 바꾸고 싶어서, 이 현실을 바꾸고 싶은 '위험한 마음'이 가득하다. 그래 바꿀 수 있다!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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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시 읽었다
    from 뒤죽박죽 뒹굴뒹굴 2016-09-01 13:02 
    교육이 문제,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건, 노동조합이 들고 선 피켓 때문이다.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는 조합 간부가 정부청사 앞에 들고 선 피켓에는 여덟살 쯤 되어보이는 아이가 뚱한 표정으로 '성과연봉제? 그럼 엄마, 아빠는 몇 점이고 몇 등이야?'라고 묻고 있었다. 투쟁소식을 알리는 메일에서 그 피켓을 보는 순간, 나는 죄스러운 마음이 되었다. 지금 내가 반대하는, 절대로 안 된다고 말하는 그걸, 나의 아이는 학교에 들어선 순간 매일, 매일 받고 있구
 
 
 
민주주의, 약자들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 민주주의 Democracy 아주 특별한 상식 NN 7
리처드 스위프트 지음, 서복경 옮김 / 이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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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정치의 계절. 이 책을 읽는다.

환멸이 떠도는 '민주주의'라는 단어 뒤에 '약자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제목이 확 당겨서. 바람구두님의 페이퍼를 따라 열권을 모두 지르고 겨우 시작한 첫 책이다. NN시리즈의.

민주주의,에 대해 쉽게 그러니까 '민주적으로 썼다'고 표현되어 있다. '민주적인 글쓰기'란 표현은 인민이 주인이라면서, 접근이 어려운 표현들로 정작 주인을 내치는 현상들에 대해 묘사한 표현인 거다.

지금의 우리 세계가 '민주주의'라면서, 왜 이 속의 주인인 '민'들은 행복하지 않은지, 쉽고 간결하게 설명해준다.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고, 경제는 시장에, 정치는 약한 민주주의에 의존하는 한, 이 상태-낮은 참여, 냉소, 그래서 결국 '정치를 환멸하며 중요한 위치에 악당들을 집어던지는'-는 바뀌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선명하고 분명하다. 경제적 약자에게 정치에 참여할 공간이 너무 없는 것이다. 사업장 민주주의, 일정 수준의 경제적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한, 무직의 이십대가 투표소에 들어가지 않거나, 명바기를 찍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집했던 마음은 시장경제에 휘둘려 결국 자신의 지지를 배신한 정치가를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하고 많은 정치적 의사결정의 순간에 배제되고, 오직 4년마다, 혹은 5년마다 돌아오는 선거의 순간에만 행사되는 '민주주의'란 세계 어디에나 마찬가지가 된다.

진정한 '민주주의'란 '직접'이 강화된 방식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분명하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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