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모 -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
이승욱.신희경.김은산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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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은,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펼쳐진 지옥도를 보고 있자니, 그저 답답해서 할 말을 잃는다.

너무 기이한 지옥도라서, - 숨구멍이 막힌 아이들은 성적을 올려놓고 담배를 피우고, 또 숨구멍이 막힌 부모들은 아이를 팔아 자신의 불행을 변명하거나 불륜으로 방어한다-  도대체, 인간은 개인은 무엇을 정말 선택하거나 할 수 있는 존재인가 생각한다.

아이는 원하지 않고, 부모는 행복하지 않은데,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들여다보자니, 내가 다 미칠 지경.

어느 게 먼저일까, 생각한다. 제도가 먼저일까, 행복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의 행동이 먼저일까.

어제는, 노조위원장 대행이 조합원과 멀어진 거리를 좀 당겨보고자 설명회를 했다. 좀 더 다가갈테니 다가와주십사, 읍소하는데, 조합원의 항의가 뒤이어 닥친다. 집행부는 메일만 보내고, 당장 상사는 요구하는데, 내가 거기에 저항하는 게 쉽겠는가, 하고. 그런데도, 나는 살짝 집행부에 이입하는 게 있어서, 그래도 항의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그것을 싫어한다는 걸 집행부는 어찌 알 게 됩니까, 하고 생각만 한다. 집행부가 메일만 보낸 걸 잘했다는 게 아니라, 노동조합처럼-심지어 조합비로 고용했으니, 일은 잘하고 나를 귀찮게 하지말라는 글도 올렸다고는 하더라만- 힘,이란 게 아예 구성원 하나하나로부터 나오는 이런 조직에서 수동적이기만 한 개인을 만나는 것에 대하여 생각하는 거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부모노릇은 '이렇게 하는 거'라고 정해진 게 아닌 이상, 행복해지기로 결심한 사람은 행복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어떤 삶을 원하기에 현실을 이렇게까지 불행한 채로 내버려둘까. 그러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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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삼킨 아이들 창비아동문고 218
김기정 지음, 김환영 그림 / 창비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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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두껍의 첫수업'이라는 단편동화집을 무척 재미있게 읽고, 서점에서 작가의 책을 골라들었다.

백년동안 우리 나라에 있었던 일들 사이, 아이들이 부딪친 사건의 결이 판타지처럼 허무맹랑하게, 명랑만화처럼 명랑하게 끼어든다. 구전으로 내려오는 어떤 이야기도 되고, 저승도 용왕국도 나오지만, 주인공은 언제나 어린이고, 어린이의 삶이 있는 곳은 역사의 구비구비 우리 땅이다.

너무 재미나게 읽고는, 이 책을 읽은 어린이가 궁금해 역사책을 집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궁궐에 갇힌 왕이나, 살해당하는 왕비나, 전쟁, 군인이 시민을 겨누었던 사건이나, 이런 것들을 어린이들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것이 비뚤어진 시각으로 쓰여진 책,이라는 서평에 놀라고 만다. 그 중 어느 대목에 비뚤어진 인상을 받으신 걸까. 이 사건들 중 어느 것이-제주 4.3 사건, 6.25전쟁 와중에 벌어진 미군의 민간인 학살, 광주민중항쟁- 아직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그래도 진실,이라는 지위를 얻지 못한 것일까. 무엇에 비뚤어졌다고 하시는 걸까.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그래서, 우리 역사를 궁금해하고, 그래서, 백덕이처럼 씩씩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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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을 공개합니다 - 하나의 지구, 서른 가족, 그리고 1787개의 소유 이야기
피터 멘젤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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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놓고 한참을 읽지 못했습니다. 나는 타인의 삶이 그렇게 궁금한 사람이 아닌 것입니다. 나는 내 자신에게만 관심있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다, 찾아서 다시 꺼내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일요일 일곱살 딸과 세살 아들래미를 데리고 이른 산책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입니다. 앞 동에 딸의 친구가 살고 딸은 집에 가기 전에 그 친구와 놀고싶다면서 우선은 그 집 창문앞에서 '놀자~'를 외치더니, 집앞에 가서 초인종까지 누르고 외출계획이 있다는 친구를 불러내 외출 전까지 놀 시간을 법니다. 둘이서만 신나게 놀면, 나는 세살 아들이 넘어지지나 않는지 살피면서 있어보려고 했는데, 둘은 나까지 함께 놀자고 합니다. 보도블럭의 문양을 따라 누가 빨리 걷는지 시합을 하고, 영어로 색깔맞히기 퀴즈를 내가 출제하고, 숨바꼭질을 하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는 중에 이번에는 아이들이 번갈아 퀴즈를 내고 맞히는 순서입니다.

"차가 없는 나라는?" 딸의 친구가 묻고, 어리둥절한 나를 앞질러 딸이 크고 당당한 목소리로 외칩니다, "아프리카!" "딩동댕" 이게 뭔가 당황스러운 와중에, 다시 음식이 없는 나라와 집이 없는 나라의 답도 역시 "아프리카"입니다. 엊그제 월드비전의 나눔 이벤트인 빵요저금통을 어린이집에 내고는 '착한 어린이 상'을 받은 아이들입니다. "야, 거기도 차가 있지. 그럼 코끼리는 어떻게 보러간다니?"이야기하고, "야, 거기도 집 있지."이야기해도 역시 아이 둘의 공감대에 나는 좀 멉니다. 그래서, 아이의 친구가 가족들과 놀러 간 후에 딸에게 이 책을 보여줍니다.

"아프리카는 나라가 아니야, 아프리카는 땅 이름이지. 거기에는 되게 많은 나라가 있고, 집도 있고, 음식도 있고. 여기 봐봐. 여기 이 사람들 집도 우리 집이랑 비슷하지? 냉장고도 있고."

"우리가 돈을 보내줘서 그런 게 아닐까?"

아이의 관심은 더 깊지 않고 나도 더 깊이 설명할 만큼 알고 있지 않습니다만, 무언가 마음에 돌덩이가 앉습니다. 아이의 좋은 의도를 고양시킬 목적으로 한 행동이 아프리카의 오해를 키우고 혹시 얼굴 까만 사람들을 계속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라 어른이 될까 걱정합니다. 그리고, 지금 아프리카의 가난에 대해 설명하기가 힘이 듭니다.

말리의 가난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어느정도의 부유함, 에티오피아의 가난. 그래서, 이 책의 사진들에 이야기까지 함께 읽기 시작합니다.

가족구성원, 가족이 소유한 것들에 대한 사진기록들과 가족의 삶에 대한 스케치를 담은 책이 도움이 됩니다. 그 나라의 현재(1993년 유엔 세계 가족의 해에 기획된 것이라니, 지금 꽤 오래 전이기는 합니다만)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듣습니다. 아이들 덕분에, 다시 세계를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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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벌 - 민주노동당 정파 갈등의 기원과 종말 이매진 컨텍스트 32
정영태 지음 / 이매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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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냈다. 그런데, 끝냈다고 할 수 있을까. 책 뒤 도표로 정리된 논점별 쟁투의 내용은 보지 못했다. 중간중간 도표로 정리된 정책에 대한 정파간 입장 차도 읽어내지 못했다. 그런데도, 글들을 마쳤다고 '끝냈다'고 쓰고, 다시 읽지는 않을 것이다.

평생을 운동에 바친, 그래 선의로 삶을 굴려온 사람들이 날을 세워 싸우고 결국은 갈라선 과정이 나는 궁금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것이다. 대중이라면 아예 모를 그 정치적 파벌이 어떻게 노출되고, 결국 분당으로 이어진 민주노동당에 대하여 궁금했던 것이다.

 

이건 이미 지나간 일이고, 나는 그저 나의 오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읽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다시 올해의 선거에서 다른 정파와의 연합으로 결국 내가 사랑해 마지 않던 이름의 당이 그 이름을 버리는 순간을 보고, 또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대중 앞에 만신창이의 모습을 드러내는 중에 읽게 되었다. 나는 이런 상황을 바랬던 것은 아니다. 책 속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현재진행형이고 나는 책에서 이기기 위해 무시한 과정에 대해 생각한다. 이길지 말지 고민하다가 선택하지 못한 정파나, 결국엔 이길 것이므로 선택하지 못한 정파나. 

대중정당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생각하고, 대중정당은 어때야 하는가도 생각하고, 리더십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헌신이나 희생,으로 운동하는 것에 두려운 마음이 되고,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생각하고, 과정들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의도와는 다른 결과들과 질 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선택하지 못하는 제도들에 대해서도.

간절히 이기고 싶었던 적 없었던 마음을 간절히 이기고 싶었던 마음에 내어준 지난 선거 다음에 희망을 부수는 당의 내분을 보면서 무얼 지키고 무얼 버릴지 선택하기는 늘 언제나 어렵다고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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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 우연히 데이브 거니 시리즈 1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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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을 너무 일찍 알아차려 버렸다. 그런데도, 이야기는 나쁘지 않다. 최초의 편지의 숫자 트릭을 알아차렸다고 해도, 그 다음은 내내 궁금했고, 퇴직한 형사의 삶에 대한 태도나, 부부 사이의 이야기들을 듣는 것은 괜찮았다. 책을 마칠 때까지, 내가 그 형사를 더 늙게 상상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사건의 주요 화자인 형사는 자신의 아내가 자기보다 더 훌륭한 관찰자자라고 내내 말한다. 그런 우월의식에 사로잡힌 역시 아내인 나는, 그래서, 더 즐겁게 책을 읽었다. 게다가, 첫번째 트릭이 역시 내 생각대로 밝혀진 순간, 그런 자만심은 더욱 강화되는 거지.

처음의 트릭을 금세 알아차렸어도, 나는 이야기를 쓸 수 있을만큼 밀어부친 적도 없었고, 마지막 트릭-범인은 누구인가-은 결국 알아차리지 못했으니까.

 

퇴직한 형사의 아내는, 형사에게, '그 편지는 기억할 어떤 구체적인 게 아무것도 없어'라고 말한다.- 정확한 인용을 할 수는 없다. 기억에 의존한- 최초의 편지도, 그 다음의 편지들도 그런 거였다. '기억할 수 있는' '어떤 구체적인' 것을 아무 것도 언급하지 않는. 그 편지를 받은 누구나, 혹시 내 얘긴가 생각할 수 있는. 수취인이 누구더라도, 무언가를 연상해낼 수 있을 그런 편지.

손으로 꾹꾹 눌러 쓴 나에게 온 편지에 있는 모호한 이야기. 나라면 어떨까, 나라면. 신경쇠약 환자처럼 나의 과거를 복기하며 죄상을 떠올릴까, 그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집어던질까.

 

이미, 나는 트릭을 알아버렸으니, 쉽게 희생자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항상 주의해야겠다. 머릿 속을 알 수 없는 의심으로 혼란스럽게 할 생각이 아니라, 상대와 소통하고 싶어 쓰는 내 글이 그렇지는 않는지. 지나치게 모호하여 모든 사람이 그물에 걸리는 그런 글은 아닌지. 지나치게 모호하여 하나마나 한 그런 말은 아닌지. 잠언처럼도 들리지만, 먼지처럼도 흩어지는 그런 말은 아닌지.

나는 내 글을 읽는 사람이 내 글을 기억해줬으면 하는 마음에 언제나 가장 뾰족한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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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1 16: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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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1 16: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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