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을 공개합니다 - 하나의 지구, 서른 가족, 그리고 1787개의 소유 이야기
피터 멘젤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사놓고 한참을 읽지 못했습니다. 나는 타인의 삶이 그렇게 궁금한 사람이 아닌 것입니다. 나는 내 자신에게만 관심있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다, 찾아서 다시 꺼내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일요일 일곱살 딸과 세살 아들래미를 데리고 이른 산책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입니다. 앞 동에 딸의 친구가 살고 딸은 집에 가기 전에 그 친구와 놀고싶다면서 우선은 그 집 창문앞에서 '놀자~'를 외치더니, 집앞에 가서 초인종까지 누르고 외출계획이 있다는 친구를 불러내 외출 전까지 놀 시간을 법니다. 둘이서만 신나게 놀면, 나는 세살 아들이 넘어지지나 않는지 살피면서 있어보려고 했는데, 둘은 나까지 함께 놀자고 합니다. 보도블럭의 문양을 따라 누가 빨리 걷는지 시합을 하고, 영어로 색깔맞히기 퀴즈를 내가 출제하고, 숨바꼭질을 하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는 중에 이번에는 아이들이 번갈아 퀴즈를 내고 맞히는 순서입니다.

"차가 없는 나라는?" 딸의 친구가 묻고, 어리둥절한 나를 앞질러 딸이 크고 당당한 목소리로 외칩니다, "아프리카!" "딩동댕" 이게 뭔가 당황스러운 와중에, 다시 음식이 없는 나라와 집이 없는 나라의 답도 역시 "아프리카"입니다. 엊그제 월드비전의 나눔 이벤트인 빵요저금통을 어린이집에 내고는 '착한 어린이 상'을 받은 아이들입니다. "야, 거기도 차가 있지. 그럼 코끼리는 어떻게 보러간다니?"이야기하고, "야, 거기도 집 있지."이야기해도 역시 아이 둘의 공감대에 나는 좀 멉니다. 그래서, 아이의 친구가 가족들과 놀러 간 후에 딸에게 이 책을 보여줍니다.

"아프리카는 나라가 아니야, 아프리카는 땅 이름이지. 거기에는 되게 많은 나라가 있고, 집도 있고, 음식도 있고. 여기 봐봐. 여기 이 사람들 집도 우리 집이랑 비슷하지? 냉장고도 있고."

"우리가 돈을 보내줘서 그런 게 아닐까?"

아이의 관심은 더 깊지 않고 나도 더 깊이 설명할 만큼 알고 있지 않습니다만, 무언가 마음에 돌덩이가 앉습니다. 아이의 좋은 의도를 고양시킬 목적으로 한 행동이 아프리카의 오해를 키우고 혹시 얼굴 까만 사람들을 계속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라 어른이 될까 걱정합니다. 그리고, 지금 아프리카의 가난에 대해 설명하기가 힘이 듭니다.

말리의 가난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어느정도의 부유함, 에티오피아의 가난. 그래서, 이 책의 사진들에 이야기까지 함께 읽기 시작합니다.

가족구성원, 가족이 소유한 것들에 대한 사진기록들과 가족의 삶에 대한 스케치를 담은 책이 도움이 됩니다. 그 나라의 현재(1993년 유엔 세계 가족의 해에 기획된 것이라니, 지금 꽤 오래 전이기는 합니다만)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듣습니다. 아이들 덕분에, 다시 세계를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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