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 노잉
체비 스티븐스 지음, 노지양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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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렸을 때 아빠가 추리소설 읽는 내게 뭐라 그런 적이 있다. 순전한 오락,이라는 면에서 추리소설은 그런 종류의 비난을 언제나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추리소설, 스릴러, 장르소설 들을 그저 재미로, 여전히 읽고 있다. 그런데, 근래 읽은 장르 소설들이 다 무언가 기분나빠서, 지금 그 때 아빠처럼 나이먹어서는 다시 똑같은 말을 할 거 같다.

이상한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나는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믿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기본적으로 상대도 나와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상대도 나와 같아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거다. 상대도 나와 같을 테니, 나만의 주장을 할 수도 없고, 상대도 나와 같을 테니, 적당히 서로 양보하면서 그렇게 갈 수 밖에 없다고.

 

책 소개에, 부동산 중개업자였던 작가가 자신에게 일어날 법한 가장 끔찍한 일을 상상해서 쓴 소설,이라고 적혀 있다. 작가의 첫 책 스틸 미싱과 이 책 네버 노잉. 나는 첫 책은 읽지 않았고, 이 책도 남편이 샀다. 책이 읽히지 않는 날들 가운데, 읽어 가다가 마지막에는 휘적휘적 줄거리만 채가지고 넘기고 덮었다. 이 소설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성장하지 않는 것은, 지금 모든 현대인에게 현재적인 문제인가 보다.

자신의 뿌리를 찾으려 할 수 있지만, 자신의 모든 악덕을 부모들에게 돌리는 게 맞을까.

핏속에 흐르는 기질-그래 알고 보니 연쇄 살인마의 딸이라고 했지-, 입양아로써 유년기에 가졌던 버려질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줄기차게 열거하는 여자 주인공은 끔찍했다.

상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미행을 서슴치 않는 주인공에, 지극히 평범한 아빠나 할아버지처럼 묘사되는 연쇄 강간 살인마, 범인을 잡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뭐든 해대는 경찰까지, 도대체, 이 이야기는 무얼 말하고 싶었던 걸까, 싶은 거다. 그런 상상을 이런 책으로 그래도 줄거리가 되게 늘어놓는 것은 재능이 맞겠지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캐나다(네버 노잉)나 스웨덴(악명높은 연인)이나 독일(백설공주에게 죽음을)처럼,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들에서 상상으로 더 센 자극을 찾아서 그저 장면들, 이상한 사람들을 모아 만드는 이야기들을 본다. 살면서 인간에 대한 선한 확신을 가질 수 있다면 나는 이 책에 관대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살아가는 중에 인간에 대한 악한 확신만을 강화시키는 지금의 이 나라에서 나는 이 책들에 관대해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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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명강 동양고전 - 대한민국 대표 인문학자들이 들려주는 인문학 명강 시리즈 1
강신주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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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작은 좋지 않았다. 다 개별적 강의라고 맨 처음 강신주,를 펼쳐 읽은 것이다. 강신주의 악평을 많이 읽은 상태에서 한권도 읽지 않은 채라 궁금해서 펼친 거였는데, 지금 내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나 저성과자 역량향상제를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라서 그런지 강신주의 글은 그러니까 순전한 개소리,로 들린 거다. 그러니까, 기득권자를 전혀 위협하지 않기 때문에 성취할 수 있는 베스트셀러,라는 게 가능했던 프리랜서가 자신을 대붕으로 비유하는 글을 본 거다. 정말 어이없네, 팔아도 돼?라고 물었더니 책 주인인 남편이 팔아도 된다고 해서, 안 읽고 팔기가 뭐해서 읽기 시작한 거다. 

강의의 편차가 크다. 동양인에게 설명하는 것이지만, 동양의 고전을 설명하기 위해 서양의 고전이나 기독교적 비유를 사용한다. 우리는, 우리의 정신세계는 그렇게 멀리 와 버렸다. 

인문학이 돈이 된다고, 해대는 많은 책들처럼 기획이나 설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시작을 광고하는 사람이 여는 책을, 강신주로 시작해서 고미숙으로 닫았다. 좋은 인상일 수가 없는 거다. 그나마 별이 세 개인 것은, 그 중간에 읽은 좋은 글들 덕이다. 좋은 인상이 지배적이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다. 


100자평 꼭대기에 지금 올라앉은 '정말 아닌 사람과 정말 읽어봐야 하는 사람이 섞여서...이거 원...인생 같네요.'가 너무 적확해서 우선 공감을 꾸욱 눌렀다. 그 이상 적확할 수는 없고, 다 사족이겠지만, 나에게는 강신주와 고미숙,이 읽을 필요 없었다고 그러니까 성격나쁜 사람이 성격나쁜 말을 해두려고 펼친다. 좋은 말을 해야 좋은 행동이, 좋은 습관이, 그래서 좋은 인격이 될 텐데, 아, 나는 글러먹었다.  

마음을 단련하는 학문인 유교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이미 사놓은 산해경을 다시 꺼내 읽고 있으니, 나름 고전영업에는 성공했다. 책이 쉽게 만들어지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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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진흙 창비청소년문학 71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 창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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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야 읽었다. 남편이 딸 읽으라고 사준 책인데, 내내 뚱하다가, 읽기 시작한 이유는 작가가 구덩이의 루이스 쌔커였기 때문이다. 새벽에 깨어 책을 읽는데, 딸이 깨어 컴퓨터로 웹툰을 본다. 나는 책을 딸은 웹툰을 중계하면서 정말 재밌다고 보라고 한다.

 

읽으면서, 요며칠 회사 익명게시판에 불붙었던 '학교폭력'에 대한 논쟁이 생각났다. 어린이집에서부터 난폭했던 아이가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고,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냐는 글이었다. 글의 시작이 그 아이 부모의 소속을 가까운 사람이라면 누구든 알 수 있게 적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지, 알아볼까?'하는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에, 그 글에 달린 누군가의 '이게 초등학교 1학년 그 아이를 두고 회사게시판에서 할 짓이냐'라는 댓글에 공감했다. 그러나, 익명의 인터넷 공간의 말들이 수렴하는 방식 그대로 극단의 말들만이 살아남았다. 그 여덟살 어쩌면 부모에게 상처받아 또래를 괴롭힐 그 아이는, 이미 끝장나서, 경찰서에 들락거리는, 중대 범죄자로 자랄 예정이고, 그렇게 자신의 아이가 상처받으면, 당장 상대아이의 부모에게 달려가 반쯤 죽여버리는 부모들이 추천을 받고, 이 방식도 똑같이 폭력적이라는 말은 가해자를 옹호하는 말이 되어 비추천이 가득찼다. 단 한 명의 어른이, 자신에게 '고맙다'고 말해줘서, 자신이 바르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아이는 변할 수 있다. 싸움에서 피해자의 자리를 선점한 다음, 가해자를 징벌하는 데 총력을 모으자고 말하는 대신, 함께 아이를 어떻게 하면 변화시킬 수 있을 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거였다.  

 

채드는 마셜을 괴롭힌다. 채드는 가해자고, 마셜은 피해자다. 그렇지만, 마셜은 한 번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맞서지 못했고, 채드는 아버지에게 '너의 생일을 왜 우리가 축하해야 하지?'라는 답을 듣는 아이다. 두 아이는 모두 안타깝다. 자신을 괴롭혔다고 해서, 숲 속에 방치되어 있는 채드에 대해 말하지 않는 마셜은 또 그렇게 피해자지만 가해자가 되어버린다. 삶은 한 단면을 끊어 낼 수도 없고, 그렇게 단순해지지도 않는다. 규칙들 속을 겨우 움직이는 타마라 덕분에, 사건들 가운데서 아이들은 친구가 된다.

 

아이들은 스스로 해결할 힘이 있고, 아이들의 세상에 어른들의 영향력은 정말이지 우!습!다!

이건 아이들만이 존재하는 세상, 루이스 쌔커의 이야기고, 아이도 어른도 실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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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시대 2 - 가을.겨울
로버트 매캐먼 지음, 김지현 옮김 / 검은숲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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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집에 갔다가, 책정리 중인 친구가 건넨 책이다. 읽으면서, 무언가 기시감을 느끼고, 읽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이 이야기를 안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 내가 이 책을 먼저 읽었거나, 영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끝까지 읽었다. 다 읽고는, 저자의 다른 책을 검색하고, 내가 가지고 있던 저자의 다른 책이 99년 즈음에 다른 제목('아무도 어른이 되지 않는다')으로 번역되었다가 절판된 바로 이 책이라는 걸 알았다. 나는 이 책 구판이 서평이 너무 좋아서, 그 구판 서평을 모두 다 읽고는 중고 책방에서 1권은 결국 못 구하고 2권만 사서는 읽어야지,하고 있었던 책인 거다. 읽었는지는 아, 정말이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읽으면서 내내, 나는 이 책이 미국이 추억하는 어떤 시대-카에서 추억하던 쇠락한 작은 마을,이나 캐빈은 열두살,에서의 그런 마을, 이티를 쫓아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 등장하는 그런 마을이 존재하는-에 대한 이야기로 읽혔다. 기시감이 너무 커서, 환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알 수 없는 것들이 가득한 세상에 대해 알아가는 열두살 소년의 이 꽉 짜여진 좋은 이야기가 조금은 전형적으로 느껴졌다. 게다가 99년의 소설이고, 베스트셀러다 보니, 어떤 영화나 드라마로 변주되었을 가능성도 물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거다. 그러니까, 아직도 내가 이 책을 이미 읽은 서평들 때문에 기억하고 있는지, 2권밖에 안 샀으면서, 그 책을 읽었던 건지, 아니면 영화나 다른 매체로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부모라서 책 속의 소년의 마을이나, 소년의 부모가 보여주는-말하는 게 아니라 보여주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소년이 자라는 데 필요한 것들, 스스로 무언가를 하기를 원하는 소년을 믿어주는 부모,를 본다. 무언가 밖에 큰 권위를 구하지 않는 작은 마을, 소년이 경험하게 되는 작은 세계 안에서 용기를 보여주는 부모,에 대해서 생각한다. 재미있다. 

 

참, 이건, 아버지와 아들, 결국 소년과 소년이었던 이들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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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은 쓰레기다 - 열심히 노력하는 당신이 항상 실패하는 이유
스콧 애덤스 지음, 고유라 옮김 / 더퀘스트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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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퇴출제를 정부가 드라이브하면서, 사내 익명게시판에서 논쟁이 붙어서,  

이 책에서 읽은 대목이 떠올랐다. 에너지를 어디에 쓸 것인가. 

전형적인 자기계발서,이니 책속의 이야기는 조직의 문제가 아니다. 저자는 성공을 위해 열정 대신 습관(저자의 말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목표 체중 대신 매일 한시간 운동같은 습관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저자는 더하여 에너지 투입의 우선순위와 긍정적인 선순환에 대하여 말한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으니, 결국 우선순위를 두고 귀찮은 일들은 고정시켜도 괜찮다고. 성공하면 매일 같은 옷을 입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이런 말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비슷하다- 긍정적인 방식으로 선순환을 만들라고 하는 거다. 

개인에 대한 말이었지만, 나는 언제나 비약이 심하고 결국 조직에도 마찬가지 아니겠냐고 연결시킨다.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퇴출제를 말할 때 언제나 월급도둑들이 있다고 말한다. 그런 사람들은 걸러내야 한다고. 그런데, 나는 이런 식인 거지. 우리는 에너지를 어디에 쓸지 선택해야 하는 거라고. 그런 제도 안에서는 그런 식의 일이 생긴다. 게다가 그런 평가-퇴출까지도 가능한- 안에서는 피평가자 뿐 아니라 평가자도 괴롭다. 내가 누굴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할 때는 기쁘지만, 누가 놀고 있나,를 감시해야 할 때는 괴로운 거 아닌가. 긍정적인 에너지,들로 고양시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는게 사람이고 조직인데, 부정적인 에너지,들로 고양시키는 방식인 거다. 저성과자퇴출제는 시행되고 있지 않지만, 성과연봉제만 시행되는 조직에서도 부정적인 에너지는 차고 넘친다. 왜 내가 저사람보다 평가가 나쁜지에 대한 억울함같은 것들, 함께 팀워크를 발휘하자면서, 알고 보니 차별했다는 배신감도. 


그래서,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를 줄이려고. 월급이나 연봉을 기계적으로 고정해놓은 회사나, 전 직원  연봉을 통일한 회사가 등장하는 거다. 


퇴직할 때까지 회사다닐 거라고 생각하는 나는 저자의 삶에 삐딱해지지만, '성공'을 자신의 삶에 만족할 만한 상태라고 정의하고-그런 면에서 나는 뭐, 성공했지- 거기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습관들에 대해 말하는 것은 모두 공감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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