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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명강 동양고전 - 대한민국 대표 인문학자들이 들려주는 ㅣ 인문학 명강 시리즈 1
강신주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시작은 좋지 않았다. 다 개별적 강의라고 맨 처음 강신주,를 펼쳐 읽은 것이다. 강신주의 악평을 많이 읽은 상태에서 한권도 읽지 않은 채라 궁금해서 펼친 거였는데, 지금 내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나 저성과자 역량향상제를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라서 그런지 강신주의 글은 그러니까 순전한 개소리,로 들린 거다. 그러니까, 기득권자를 전혀 위협하지 않기 때문에 성취할 수 있는 베스트셀러,라는 게 가능했던 프리랜서가 자신을 대붕으로 비유하는 글을 본 거다. 정말 어이없네, 팔아도 돼?라고 물었더니 책 주인인 남편이 팔아도 된다고 해서, 안 읽고 팔기가 뭐해서 읽기 시작한 거다.
강의의 편차가 크다. 동양인에게 설명하는 것이지만, 동양의 고전을 설명하기 위해 서양의 고전이나 기독교적 비유를 사용한다. 우리는, 우리의 정신세계는 그렇게 멀리 와 버렸다.
인문학이 돈이 된다고, 해대는 많은 책들처럼 기획이나 설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시작을 광고하는 사람이 여는 책을, 강신주로 시작해서 고미숙으로 닫았다. 좋은 인상일 수가 없는 거다. 그나마 별이 세 개인 것은, 그 중간에 읽은 좋은 글들 덕이다. 좋은 인상이 지배적이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다.
100자평 꼭대기에 지금 올라앉은 '정말 아닌 사람과 정말 읽어봐야 하는 사람이 섞여서...이거 원...인생 같네요.'가 너무 적확해서 우선 공감을 꾸욱 눌렀다. 그 이상 적확할 수는 없고, 다 사족이겠지만, 나에게는 강신주와 고미숙,이 읽을 필요 없었다고 그러니까 성격나쁜 사람이 성격나쁜 말을 해두려고 펼친다. 좋은 말을 해야 좋은 행동이, 좋은 습관이, 그래서 좋은 인격이 될 텐데, 아, 나는 글러먹었다.
마음을 단련하는 학문인 유교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이미 사놓은 산해경을 다시 꺼내 읽고 있으니, 나름 고전영업에는 성공했다. 책이 쉽게 만들어지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