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부 밥
토드 홉킨스 외 지음, 신윤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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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랖을 떨다가 옴팡지게 까였다. 

나도 묻기 전에 말해주는 것은 고맙지도 않고 가 닿을 수도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전시해놓은 글들을 보면, 말해 주고 싶어서 꼭 한마디 하게 되는 거다. 자기 소개 따위는 뭔가요?라는 태도로, 눈팅만 하는 나같은 사람 궁금해 할까봐 몰래 주인장에게 말하는 매너따위는 없는, 그래 나도 좋은 이웃은 아니다. 좋은 사람도 아니고, 껄끄러운 오지랖에 받아 마땅한 대접을 받은 것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 책은 사무실 캐비넷 정리를 하면서 꺼내놓았길래 읽었다.

어른이, 젊은이에게, 삶을 조언하는 이야기이다. 별 다섯 개가 철철철 달린, 이런 조언이 젊은 사람들도 필요한데, 왜 사람들은 나이먹은 사람들의 말들은 그저 다 오지랖이고 꼰대짓이라고 하는 걸까, 뭐 이런 생각들을 했다.

회사의 젊은 사장이, 쩔쩔 매던 순간에 회사의 청소부 밥에게 인생의 조언을 듣는 구조의 이야기다. 청소부 밥에게 조언한 사람은 그의 아내 앨리스다. 읽으면서, 조언을 조언으로 듣고, 실천할 수도 있는 사람이라면, 뭔들, 이라는 생각을 한다. 첫번째 조언(지친 머리로는 일할 수 없다)에는 울컥하고, 네번째 조언과 여섯번째 조언은 왜 나눠놓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나쁘지 않다는 감상으로 접으면서, 비슷한 책들을 떠올린다. 배려,와 섬기는 리더,같은 책들. 그러고는, 이 책들이 모두 베스트셀러였으니, 이걸 아는 사람들이 세상에 넘칠 만큼 많을 텐데, 왜 회사는, 세상은 이 모양인가, 생각한다. 그래서, 아마도 순순히 돈을 주고 이런 책을 사서 보는 사람들이, 주변의 실존하는 사람들에게는 꼰대,라고 이름붙이는 게 아닌가,라고도 생각했다. 현실 속의 모순투성이, 피와 살을 가진 인간이 하는 말들은 현실의 모순투성이 삶과 겹쳐서는 순순히 와닿지가 않으니, 가상의 공간에 가상의 사람들로 만들어진 이야기 속에서 조언을 구하는 구나, 이런 생각.  오늘 아침도 일곱시부터 출근해서는 저녁에는 회식을 하자고 하는 팀장이, 일보다 가정이 중하다는 조언을 하는 걸 수용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 거다. 

책 속의 설정이 남자들로 이루어져서, 이입은 잘 안 된다. 게다가, 사장님이고-두 분 다 현재의 사장님, 과거의 사장님이다- 맞벌이도 아닌 가정을 꾸리고 있어서, 맞벌이 직장 여성으로써는 조언들이 뚱했다. 뭐, 저는 여자여서, 주인공 사장님보다는, 청소부 밥보다는 앨리스,입니다,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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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토피아 - 한국어 더빙 수록
리치 무어 외, 샤키라 (Shakira) 외 / 월트디즈니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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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걸, Btv구매로 봤다. 내가 보고 싶어서-호평 일색이라서 궁금했다-, 아이들과 같이 보려고 결재했다. 그러니까, 여기 디비디를 링크건 건 미안합니다. 게다가 나쁜 말들을 할 거니까. 


도시가 아닌 곳에 살고, 아이들을 키우는 나는, 이 영화가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재생산이 불가능한 도시가 청년을 착취하기 위해 유인하는 영화'라고 단정했다. 쥬디의 부모가 자신의 직업(농업)을 묘사하는 방식에 뜨악해하고, -요새는 내가 너무 곧이 곧대로 듣는 성정이 문제인가 싶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더 그렇지 않나요? 그러니까 그게 시니컬한 농담인 건가, 싶기도 하지만- 영화에 전반적으로 드러나는 어떤 태도들을 끔찍해한다. 주디가 경찰학교 수석졸업인 게, 무엇을 증명하는가, 싶고. 그러니까, 생활인인 나는 훌륭한 수사관의 자질은 차라리 그 지역에 오래 살고, 많은 사람들을 아는 것이라서, 학교에서 성적이 좋은 것은 그러니까 성실성, 말고는 증명할 게 없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 성실성에 시간이 더해진다면, 나중에 능력,이 될 수도 있겠지만. 경찰학교 수석졸업인 주디에게 주차딱지를 떼라는 것은 그렇게 부당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다. 그 상황에서 주디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타이머가 울리자마자 달려가 주차딱지를 떼는 게 경멸스럽다. 지금 세상이 끔찍해지는 게, 학교, 그러니까 현재의 위계적이고 성과주의로 가득 찬 학교가 사회로 팽창되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나는-아, 나는 여전히 성과연봉제에 사로잡혀 있다- 영화 내내 단순화시켜 명량하게 흘러가는 묘사들이 명랑하게 흘러가지지가 않는 거다. 농업은 지루하고, 경찰은 멋지고, 경찰의 일에도 멋진 일-심각한 연쇄 실종사건의 수사-과 멋지지 않은 일-주차딱지 떼기-이 있고. 

게다가 내가 문명, 자체를 꺼리는 심사도 있어서, 큰 주제에도 그리 동의가 안 되었다. 본능을 꾹꾹 눌러가면서,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살아야 하지, 싶은 거다. 그게 좋은 세상인가, 싶기까지. 

쥬디와 닉의 관계는 그저 그런 로맨스물처럼 전형적이라 싫고, 질문하는 여자, 대답하는 남자, 어리바리 여자, 안내하는 남자, 친구는 초식동물은 여자, 육식동물은 남자,인 설정이 싫다고 했다. 아, 것도 좀 그렇네, 싶고. 

웃긴 부분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주제도, 희망이라고 명명한 것에도 나는 동의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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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6-07-05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쓰려는 영화감상평을 별족 님이 대신 쓰셨군요.

역시 글에서 실천가의 면모가 돋보입니다. 저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점에서 이론가의 일면만 강조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별족 2016-07-05 09:27   좋아요 0 | URL
문명과 자연,은 균형을 잡아야 하는 문제 같습니다.
다르지 않은데, 왜 그렇게 페미니스트,를 적대하시는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만 ^^

마립간 2016-07-05 11:27   좋아요 1 | URL
별족 님은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셨는데, 제가 별족 님을 적대시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런 느낌을 받으셨다면 사과드리면서 오해를 푸시라고 말씀드려야겠네요.

제 글이 (적대적보다 더 적합할지 모르는) 공격적이었다면, 상대의 더 거칠은 공격에 방어하기 위한 반작용이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페미니즘의 반대하는 사람은 (세련된) 여성 혐오자라는 글도 있고, 제 글을 통해 `일간베스트`나 `컴밍아웃`이란 용어도 튀어나왔으니까요.

제 의견은 별족 님의 다른 페미니스트를 선언한 분에 동의하지 않는 것과 같이 제가 그 분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별족 2016-07-05 12:11   좋아요 0 | URL
저,를 적대시한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마립간 님이 언제나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써서 묘사하시니까, 페미니스트인 저도 그런 느낌을 받는 거죠. 일반화가 가지는 폐해죠, 머.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기호 지음, 박선경 그림 / 마음산책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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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이걸, 십대의 내가, 이십대의 내가, 삼십대의 내가 알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인생이 결국 지나가버리고, 웬만해서는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끝까지 싸울 열의,가 안 생기는 거다.

선의로 시작한 일들이 초래한 끔찍한 결과들을 보고, 강경한 주장들의 강경함에 뒷걸음질치면서, 그저 사람들이 자기 마음에 정직해질 수 있기를 바라는 거다.

 

아침에, 네 살 딸래미가 일곱살 아들래미에게 '삐뽀사루 겟츄'라는 게임설명서를 들고는 거기 주인공캐릭터 '스파이크'를 '손오공'이라고 주장하다, 싸움이 났다. 세살이나 더 먹고, 손오공은 원숭이라는 걸 아는 아들래미가 눈을 커다랗게 뜨면서 '아니라고!!! 손오공은 꼬리가 있다고!'하는데도, 아득바득 소리치더니 결국 주먹질을 주고 받길래 뜯어놨더니, 아들래미만 억울하다며 울었다. 그 와중에도 여전히 손오공이라고 주장하는 딸래미는 와, 정말이지 쥐뿔도 모르면서 강경하다. 아들에게, 모르면서 우기는 사람을 이길 방법은 없다고, 설명해도 모르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주먹다짐을 할 일도 분해서 울 일도 아니라고 말해 준다.

 

무언가 극단적인 이야기들,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무언지 모를 이야기들을 읽다가 더는 못 읽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겨우 한 두쪽 짧은 이야기들에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그렇지, 사는 게 그렇지,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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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의 연장통 - 당신을 지키고 버티게 하는 힘
신인철 지음 / 을유문화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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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가 셋이고, 직장 생활이 이십년차에 육박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장,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나와 공명할 여지가 거의 없다.

 

책 속에서, 중용,은 회사생활 5년차?즈음 될 법한 대리가, 회사에서 시끌벅적하게 과장?과 싸우고는 10년차?즈음 되는 차장과 함께 이른 아침 직원고충 상담실,에서 함께 읽는 책이다. 이 사람의 고민이란, 나보다 진급이 빠른 동기, 후배에게 멋진 일을 맡기고 자신에게 그저 노가다를 시킨 것처럼 보이는 상사, 술자리의 다툼, 들이다. 중용을 함께 읽는 차장은, 회사에서 평판좋은 능력남으로 묘사되고, 문제적 대리는 울뚝불뚝 아직 사회생활에 미숙한 것처럼 묘사되고, 그러니까 중용은 이 미숙한 자를 이끌어, 회사 내 성공을 가져오는 어떤 '도구'처럼 묘사된다. 그 도구,로서의 연장통,인 거다.

 

나는 책을 성공하기 위해서 읽지 않는다. 나는 책이 나를 성공,으로 이끄는 존재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식의 접근이 '마음의 학문'인 유학,에 대한 모욕이라고도 생각한다.

 

한자어로 쓰여진 짧은 고전은 수백년,을 내려오며 갑론을박이 가능할 만큼 해석의 여지가 많고, 다른 인생에 다른 결로 읽힐 만한 텍스트겠지만, 이 책이 특정한 상황을 설정하여 해석한 그 결은 오히려 밀어내고 싶었다. 후배가 총괄하는 프로젝트에 보조업무를 맡고 자존감에 상처입은 상황에 '아무리 사소한 것에라도 정성을 다하라'라는 중용을 텍스트가 올라앉으면, 그래, '유학은 기득권자를 위해 복무한다'는 말이 그대로 사실 같아서, 살펴보고 싶지 않아진다.

 

아무도 아무런 상황도 설정하지 않은 중용을 읽어야 겠다. 우선, 지금은 미운 맘이 생겨서 안 되고,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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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천도룡기 1~8 세트 - 전8권
김용 지음, 임홍빈 옮김 / 김영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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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해경,을 보다가 머리없는 귀신 하경이 천제가 남녀를 만들고 사랑을 만들었다며 분개하여 일장연설을 하는 장면에서 웃었다. 애초에 남녀를 만들어놓으니, 세상이 이지경이 아니냐며 말하는 그러니까 머리잘린 귀신 하경은, 천상의 혁명분자,라고 언급된다. 

 

의천도룡기,를 읽다가 산해경의 그 이야기가 생각났다. 

 

의천도룡기는 온갖 사람들의 온갖 이야기가 있어서, 사랑이나 의리나, 정의로움이나 민족적 감정이나, 그 무엇이라도 이야기할 수 있다.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로 이어지면서 중국 한민족의 협사이던 주인공이, 단 한 사람의 정인이었다가, 네 명의 여인을 모두 아내삼고 싶어하는 주인공이 된다. 민족적 색깔도, 옳고 그름에 대한 태도도 불분명해진 남자 주인공은, 그래도 나쁘지 않다. 내가 나이먹는 것처럼, 책들을 통해 책속의 사람들이 나이먹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이먹으면서, 그렇게 모호해지고, 그런데도 싫지 않았다. 

 

나는 이미 마음 속에 이런 태도가 있었던 거다. 문제는 이미 있고, -천제가 남녀를 만든 순간에- 그 문제를 없애겠다는 그 모든 해결책은 그래, 모두 쓸모없다,라는. 우리는 그저 혼돈의 한 생을 살아가고 마는 존재라는 생각 말이다. 그걸로 족하다는 생각. 

죽음이 휭행하는 무협지를 보고 있자니, 죽고 사는 게 사람의 일이 아닌 것처럼도 느껴지고, 살면서 하는 어떤 일들도, 그저 다 장난처럼 느껴진다.

 

나는, 서양이 말하는 것처럼 동양이 야만적이어서 덜 문명화되어서 식민지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사람이 나고 죽는 것처럼, '문명'이 성숙하다는 것은 '생명'이나 '삶'이나 어떤 것들과 되려 멀어져서, 결국 '야만'에게 밀리는 거라고도 생각하는 거다. 쭉 위로만 뻗을 수는 없는 거라고, 죽지 않겠다고 용맹정진하는 어떤 태도들-의료나, 보안산업 들-에 뚱해져서는, 은하철도 999의 철이에게 '네가 살리려는 어머니의 기계몸을 네 어머니가 정말 원하실까?'라고 묻고 싶은 지경이다.

 

몽고가 금과 싸우던 사조영웅전의 시대에서, 다시 원이 망하고 명이 싹트는 의천도룡기의 시대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들 가운데서, 그렇게 나는 쇠락을 수용하는 성숙한 문명으로의 동양을 본다. 영웅,이 등장한다고 해도 한계가 명확한 이야기 속의 세계가 그래, 나의 세계고 나의 마음이지 싶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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