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 무엇이 세계를 움직이는가
수잔 앨리스 왓킨스 지음 / 이두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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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억은 감정과 맞물려 굉장히 역동적으로 남아있다. 숨가쁘고, 힘있는 이미지는 사건에 대한 기사체의 글과 조금은 어지러운 편집과 그림들에 빚지고 있다. 페미니즘의 역사를 아우르는 인물과 사건을 담겠다고 결심했을 때 숨이 차오르고 마음이 바쁜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여왕이 주관하는 경마대회에 말고삐를 잡아채던 투표권 쟁취 투쟁이나,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피임을 가르치던 마거릿 생거에 대해 난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호소하는 격문들, 투쟁의 이미지들, 운동의 역사에 박힌 운동가들의 삶, 지금의 여성지위가 이루어지는 그 지난한 투쟁의 역사를 알았다. 주장들, 논리들, 운동이 이루어지던 상황들, 가까워질 애정없다면 무심해졌을 것들에 애정을 가지게 하는 책이다. 운동으로서의 페미니즘을 알게 한다, 그것도 숨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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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 - 희망의 시절, 분노의 나날
수잔 앨리스 왓킨스 외 지음, 안찬수 외 옮김 / 삼인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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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국에 영화보다 끔찍한 일이 벌어진 다음이라 '더이상 미국의 패권주의는 소용이 없'고, '힘에 의한 평화의 함정이 드러났'음을 밝힌 기사들을 보면서 동의하고 있었기 때문에, 거기 달린 리플에 기분이 상했다. 두번이나 세계적인 전쟁을 치르고도 여전히 무엇 하나 배우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인가 말이다. '힘만 있으면 되는 일'이라거나, '돈도 머리도 없어서 하는 헛소리'라고 하는 말이 그저 잠시 하는 위악이길 바란다. 모두가 동의하는 선한 가치란 아예 사라져 버린 게 아닐까, 의심하게 되는 순간에 '선한 가치'와 '이타심'으로 들끓었던 1968년을 기억하는 것은 힘이 된다. 그런 해가 있었음을 실험과 모험정신으로 가득 차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 했던 시기가 있었음을 추억 이상으로 기억해내려고 한다.

베트남이 미국을 이긴 순간 느꼈을 그 자랑스러움이란 것이, 더 이상 두려운 바 없는 희망이 시작되기를 바란다. 자신이 행하는 그 모든 부당함을 '힘과 권리'로 설명하던 미국의 오만이 그치기를 바란다. 이전에 자신이 행한 얼굴을 가린 테러를 자각하기를, 테러에 대응하는 테러를 이제는 중지하기를, 베트남과 같은 선택을 또다시 하지 않기를, 지금 미국의 기득권세력이 된 68세대가 그 때의 열정을 잊지 않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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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에게 고함
함인희 지음 / 황금가지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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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명쾌하고 글은 쉽게 읽힌다. 그러나, 가정과 일이라는 절대절명의 난제 앞에서는 힘이 딸린다. '가장 자기 자신에 자신있을 때 결혼하라'나, '함께 있어 힘이 되는 사람을 고르라'나, '상황이 열악해도 할 수 있다'는 응원 이상이 못 된다. 삶에 착 달라붙은 인용글들은 너무 구구절절한데, 착취하는 회사의 구조와 '집안'의 구조는 또 얼마나 억압적인지, 육아를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은 또 얼마나 끔찍한지, 답답함이 받친다.

여전히 직장에서는 '여자대표선수'이고-정체성을 설명하는데, '여자'로 충분한-, 가사노동은 불가피하고, 육아문제가 닥칠 때 어찌할 줄 모르겠고, 개별적으로 돌파하기 너무 어렵다. 이 글들 읽고 공감하는 여자들 늘어나기를, 그 여자들 손잡고 바꿔가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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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아이 -하 영원의 아이
텐도 아라타 지음, 김난주 옮김 / 살림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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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우리는 '어른'이 될까? 어느 순간 우리는 '부모'가 되는 것일까? <영원의 아이>를 읽으면서, 그런 순간이 우리 앞에 저절로 오지 않을 것임을 깨닫는다. 아주 많이 노력해야 겨우 짧은 한 순간 정도 그런 자각을 할 수 있으려나. 어린 날의 상처 속에서 간신히 살아내는 아이들이 치닫는 현실은 너무 아파서, 눈돌릴 수 없게 써내려간 작가나 그런 상황에서도 억누를 수 없는 호기심으로 다음 장을 읽어내는 내 자신이 잔인하게 느껴졌다. '재미있어'라는 짧은 말로 누군가에게 권하게 될까, 조심한다.

그러나, 장르가 뒤섞인 흥미진진한 구조는 내용의 진지함을 훼손하지 못한다. 저절로 어른이 될 수도 없고, 부모는 더더욱 그러하다고,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라고 채찍질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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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독재자
레네 아빌레스 파빌라 지음, 권미선 옮김 / 아침나라(둥지)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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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이국적인 인명과 지명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나는 내내 이것이 바다 건너 먼 나라의 일임을 잊었을 것이다. 겹쳐지는 독재의 과거때문에 나는 내내 불편했다. 우리 나라 역사 속에 80년의 기억을 어떤 문학이 재현하려 했을 때의 불편과 같은 종류다. 좀 더 오래 전의 일들에 대한 묘사에 진지하거나 경건하거나 만족하는 것과 달리, 그리 멀지 않은 일이면서 여전히 청산되지 않은 일, 미적지근한 상태로 남아있는 일에는 단호해지기 힘든 그런 심사 말이다. 독재에 대항하다, 어느 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문학적인 어떤 것으로 감상하기에는 아직도 너무 불편하다.

할 수 있는 일은 없어보이고, 난 상황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많았다'라고 묘사하는 이상은 아니고. 소설 속의 상황들, 토막토막나 있지만, 커다란 그림 속의 하나하나인 그 상황들은 너무 슬프기만 한 그림이라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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