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이번 설 나의 시댁행에 동행하였다. 아이들도 없어 놔서 고즈넉한 시댁에서 설거지까지 마치고, 볼 만한 티비프로도 없고, 채널 선택권도 없는 와중에 읽을 심산으로 가져간 것이다. 이런 때 동행하게 되는 책은 가볍고-하드커버 제외-, 술술 잘 넘어가고, 그렇지만, 적당히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해, '저기 어머님, 이것만 마저 읽고 하면 안 될까요?'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이 책은 음,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야기는 얽혀있지만, 또 각각은 별도의 이야기처럼 진행된다. 각 단락은 그대로 연결되지만, 독립적이고, 그 연결은 마지막 순간까지 알 수 없다.

마지막 순간에야, 내가 속았다는 걸 깨닫지만, 또 역시 속지 않을 수 있는 '현대인'이 어디 있을까 싶고.

이런 기막힌 반전에도 불구하고, 이걸 영화로 만드는 건 역시 불가,라고 생각해버린다.

아무도 속이지 않았는데도, 내가 속은 이유는 내가 편견에 사로잡혀 상상해버렸기 때문이다. 나의 상상과 어긋나는게 반전이라면 기막힌 반전이지만, 책 속 그 어디에도 이것을 반전으로 장치해놓은 건 아닐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만두 2006-01-31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드라마로 칼라와 흑백으로 보여주면 좋을 듯도 싶고... 저도 그 생각했습니다.

별족 2006-01-31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그렇죠?
 
올드 미스 다이어리 박스 세트 (6disc) - KBS 일일시트콤
김상미 외 감독, 임현식 외 출연 / KBS 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TV에서 올미다,를 할 때, 나의 하루는 올미다를 중심으로 돌았다.

매일매일 올미다가 시작하는 시간까지는 어떡해서든 집에 들어가야 했고, 올미다가 끝나야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었다.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것만 같던, 내 친구같던 세 처녀와, 할머니들, 부록과 우현삼촌까지, 지피디와 정민군과 동직이까지 그렇게 오래 잘 알던 사람들을 못 보게 된 지 여러 날이 지났다.

지난 시월 말에 예쁘게 막을 내린 이 프로를 디비디로 다시 만나서 보고 있자니, 애틋한 마음에 웃음도 나고, 눈물도 난다.

서른 개의 에피는 1년동안 알던 친구를 추억하기에는 아쉽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인가, 싶고. 부록으로 붙은 토크쇼, 제작과정, NG스페셜은 그 많고 사랑스러운 에피소드들을 내가 매일매일 만날 수 있도록 이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깨닫게 했다.

사는 것에 초라하거나, 화려하거나 그런 거 없고, 내 곁의 누구나, 무엇이나 소중하고 귀하다고 말해주던 이 따뜻한 시트콤을 오래 곁에 두고 계속 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나버린 청춘의 날들은 후회스럽기 마련이다. 어른인 척 했던 것에도, 무심한 척 했던 것에도.

이건 고3 마지막 학교의 행사 - 아침에 출발하여 다음날 아침에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80킬로의 행군-에 참여하는 친구들이 그런 아쉬움들을 만회하려고 애쓰는 그런 이야기이다.

밤이 가져다 주는 감상과 어둠과, 지친 몸을 빌어 용기를 내는.

밤 속에 흩어지는 비밀은, 입 밖으로 튀어나온 비밀은 갇혀 있을 때보다 가벼워지고, 소설의 빛깔은 맑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비호와 아마존호 네버랜드 클래식 23
아서 랜섬 글 그림, 신수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늘 하는 생각이지만, 난 좀 순화될 필요가 있다. 이런 책들에 대한 반응에 항상 시큰둥하다. 피가 튀고 절대적인 위기 따위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역시 좀 민숭맨숭하다고 느끼게 되어 버린 것이다.

온갖 미덕에도 불구하고, 그런 인상이 먼저 나를 차지했다. 어린이의 모험물이 그런 식이면, 얼마나 끔찍한가, 아이들은 약하고 어린 존재인데, 나쁘고 교활하기까지 한 악당이 등장한다면 이야기가 시작도 하기 전에 피투성이일텐데. 그런데도, 어른들의 모험물, 심각한 하드 보일드들에 길들어져서는 이런 모험물에 시큰둥한 어른이 된 것이다.

자신들의 항해를 기획하는 독립적인 아이들, 아이들의 항해를 지지하는 멋진 어른들, 괴팍한 아저씨, 허술한 악당이 등장하는 멋진 모험물인데도. 

아무래도, 이 책도 좀 더 좋아할 아이에게 선물한 다음 안타깝게 책장 앞에 서성이게 되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하기의 다른 방법 - 모습들 눈빛시각예술선서 7
존 버거 지음, 장 모르 사진, 이희재 옮김 / 눈빛 / 200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가지고 있었던 책은 이게 아니다. 그 책은 더 멋진 표지였다. 사진으로 가득채운 표지에 멋부리지 않은 글씨체로 '말하기의 다른 방법'이라고 쓰여있었다. 그 사진은 흑백사진이었는데, 흑판에는 글자가 가득하고, 어린아이는 팔을 뻗어 무언가를 보태고 있다. 그 책에는 멋진 표지에 어울리는 안 사고는 못 배기게 하는 정말 끝내주게 멋진 서평이 걸려있었다. 그걸 보고 홀랑 반해서 나는 그 때 그 책을 샀다. 다시 그 서평을 본다면, 이 서평을 쓰겠다고 마음먹지 않았을 텐데, 찾을 수가 없었다. 구판정보조차 없다. 아, 모두 과거형이고, 그 책을 다시 볼 수 없다니 왜 이렇게 안타까운지 알 수가 없다.

서평에 홀랑 넘어가 책을 산 게 2002년 8월 31일이고, 그 때 읽으면서 바로 한 생각은 '음, 나는 그만큼 안 좋네'였고,  훨씬 좋게 느껴질 책이 나를 만나서 홀대받는다는 생각 때문에 그 다음부터 누군가 '사진'이란 걸 한다고 하면, 아, 그 사람에게는 더 좋겠는걸, 뭐 이런 식이었는데, 막상 사진을 한다는 누군가에게 선물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다시 꺼내니, 표지의 사진부터 나를 당겼다. 그래서, 선물하기로 마음먹고 다시 책을 펼쳤었다.흑백의 사진들, 사진에 대한 짧은 이야기들, 말미에 사진에 대한 긴 이야기-그때도 못 읽었고, 다시 볼 때도 역시 못 읽었다-. 사진을 볼 때마다, 아 역시 주고 싶지 않아, 가 닥쳐서 심난했다.  심난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2005년 12월 선물하기는 했다.

지금 들어와, 나를 유혹했던 서평조차 다시 읽어볼 수 없고, 그 애틋하던 표지사진마저 볼 수 없다는 걸 알고 다시 후회가 닥친다. 긴 글을 못 읽겠다면, 그저 그 사진들만 다시 봤어도 좋았을 텐데, 바보같으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