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의 다른 방법 - 모습들 눈빛시각예술선서 7
존 버거 지음, 장 모르 사진, 이희재 옮김 / 눈빛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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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지고 있었던 책은 이게 아니다. 그 책은 더 멋진 표지였다. 사진으로 가득채운 표지에 멋부리지 않은 글씨체로 '말하기의 다른 방법'이라고 쓰여있었다. 그 사진은 흑백사진이었는데, 흑판에는 글자가 가득하고, 어린아이는 팔을 뻗어 무언가를 보태고 있다. 그 책에는 멋진 표지에 어울리는 안 사고는 못 배기게 하는 정말 끝내주게 멋진 서평이 걸려있었다. 그걸 보고 홀랑 반해서 나는 그 때 그 책을 샀다. 다시 그 서평을 본다면, 이 서평을 쓰겠다고 마음먹지 않았을 텐데, 찾을 수가 없었다. 구판정보조차 없다. 아, 모두 과거형이고, 그 책을 다시 볼 수 없다니 왜 이렇게 안타까운지 알 수가 없다.

서평에 홀랑 넘어가 책을 산 게 2002년 8월 31일이고, 그 때 읽으면서 바로 한 생각은 '음, 나는 그만큼 안 좋네'였고,  훨씬 좋게 느껴질 책이 나를 만나서 홀대받는다는 생각 때문에 그 다음부터 누군가 '사진'이란 걸 한다고 하면, 아, 그 사람에게는 더 좋겠는걸, 뭐 이런 식이었는데, 막상 사진을 한다는 누군가에게 선물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다시 꺼내니, 표지의 사진부터 나를 당겼다. 그래서, 선물하기로 마음먹고 다시 책을 펼쳤었다.흑백의 사진들, 사진에 대한 짧은 이야기들, 말미에 사진에 대한 긴 이야기-그때도 못 읽었고, 다시 볼 때도 역시 못 읽었다-. 사진을 볼 때마다, 아 역시 주고 싶지 않아, 가 닥쳐서 심난했다.  심난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2005년 12월 선물하기는 했다.

지금 들어와, 나를 유혹했던 서평조차 다시 읽어볼 수 없고, 그 애틋하던 표지사진마저 볼 수 없다는 걸 알고 다시 후회가 닥친다. 긴 글을 못 읽겠다면, 그저 그 사진들만 다시 봤어도 좋았을 텐데, 바보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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