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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이번 설 나의 시댁행에 동행하였다. 아이들도 없어 놔서 고즈넉한 시댁에서 설거지까지 마치고, 볼 만한 티비프로도 없고, 채널 선택권도 없는 와중에 읽을 심산으로 가져간 것이다. 이런 때 동행하게 되는 책은 가볍고-하드커버 제외-, 술술 잘 넘어가고, 그렇지만, 적당히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해, '저기 어머님, 이것만 마저 읽고 하면 안 될까요?'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이 책은 음,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야기는 얽혀있지만, 또 각각은 별도의 이야기처럼 진행된다. 각 단락은 그대로 연결되지만, 독립적이고, 그 연결은 마지막 순간까지 알 수 없다.
마지막 순간에야, 내가 속았다는 걸 깨닫지만, 또 역시 속지 않을 수 있는 '현대인'이 어디 있을까 싶고.
이런 기막힌 반전에도 불구하고, 이걸 영화로 만드는 건 역시 불가,라고 생각해버린다.
아무도 속이지 않았는데도, 내가 속은 이유는 내가 편견에 사로잡혀 상상해버렸기 때문이다. 나의 상상과 어긋나는게 반전이라면 기막힌 반전이지만, 책 속 그 어디에도 이것을 반전으로 장치해놓은 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