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코 스토리 - 세상에서 가장 별난 기업
리카르도 세믈러 지음, 최동석 옮김 / 한스컨텐츠(Hantz)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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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 의심이 아직 생긴다. 확인하고 싶다. 셈코라는 회사를 셈코라는 회사의 재무제표를 그래서, 모두가 주인인 이 회사를 정말 꿈이 아닌지 꼬집어보고 싶다. 그런데, 이 책뿐이다. 아니 한 권 더 다른 책 뿐이다. 그래서, 아직 확신하지 못한다. 정말 이 꿈같은 회사가 꿈이 아닌지.

이 책은 우리 부서 장서 중 한 권이다. 자기계발서에 대한 편견 때문에 별로 안 들여다보던 이 장서들을 동료의 전화선 교체로 내 자리가 번잡해서 들여다 보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회사라길래, 어떤가 보려고 꺼냈는데, 정말이지 신기한 회사다.

인상적인 두 장면

'관리를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라는 이 회사의 경영자는 -경영자가 저자다- 전통적인 가업인 회사를 물려받은 2세 경영자다. 그는 관리를 하지 않는 경영을 하기 시작하는데, 이건 상식 그 이상이다. 출퇴근, 휴가을 원하는 시간에 하라고 모두에게 알리고, 그 반대에 직면해서 하는 대답은 '자유롭게 하라면 회사가 돌아가도록 협의를 할 것이다. 협의도 하지 않고, 자기 편할 데로 행동할 정도로 책임의식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닌가?' 아, 정확히 옮기지 못하겠다. 요는 관리가 아니라, 책임의식. 자명한 진리에 대한 것이다.

이 경영자가 수백명의 팀을 이끄는 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에너지기업의 전문가에 대한 묘사를 하는 것이다. 이 전문가의 임무는 장기 전망을 수립하는 것. 그래서, 묻는다. 십년전 당신의 예측은 맞았습니까? 이 전문가의 예상은 두 배 이상 낮게 책정되어 있었고, 회사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 전문가의 대답은 '나는 틀려도 괜찮습니다. 대신 정해진 규칙에 따라 정확하게 계산한 경우에만 그렇습니다.' 였다. 이 대답을 이 경영자를 통해 전해 들으니, 우리 회사도 다르지 않은데, 참 이상한 조직이구나,라는 자각이 생겼다.

자신의 회사는 6개월의 단기 전망만을 가지고, 누구나 참여를 통해 조직의 방향,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히 현명한 한 사람이란 없기 때문에, 모두의 말을 들어 가는 것이 가장 바르다고 말했다. 그리고, 저항이 컸던 조치가 결국 취해지기로 모두에게 동의를 얻게 된다면, 더 빠르게 진척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논의의 과정에서 이미 문제제기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믿고, 정말로 자율,이란걸 부여한다면 이렇게 될 거라고 말하는 게 신기했다. 아, 나는 그러한 믿음이 있는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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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얼굴 - 총을 들지 않을 자유와 양심의 명령
김두식 지음 / 교양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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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인 책이다. 종교에 퍽 무관심한 나같은 사람이 읽은 이유는 음 종교적일 거라고 예상하지 못해서,이다.

도전받기 전에는 드러낼 필요없는 실천의지, 게다가 도전받을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여성인 내가 '평화의 얼굴'을 읽을 필요는 어디에 있었을까. 지금은 논쟁에서 살짝 벗어난 논쟁이 화닥닥 불붙었다 해도, 뭐라고 입이라도 벙긋하느니 가만 있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되는 여자이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이런 논리정연한 변론서를 왜 읽었을까.

게다가, 도전받지 않아 가만히 있고, 도전받는데도 또 가만히 있고, 논리는 없지만, '양심적 병역거부'를 '지지'하는 사람이면서.

이 책이 나에게 미친 영향이라면, 종교에 대한 생각들을 더 하게 되었다는 것. 밀양을 이야기하던 글들-영화는 안 봤다-에서 시작된 종교에 대한 생각, 친구가 내게 준 책 '예수와 함께 한 저녁식사', 드라마를 통해 구해 본 '거짓의 사람들', 거슬러 올라가 '파이 이야기'까지. 특정 종교를 택하지 않는 나의 태도는 신의 존재가 없다는 것도 아니고, 있거나 없거나 그만이라는 주의-혹은 진짜 신이 있다면 이걸 원할까?-인데.

평화를 실천하는 기독교도-절대 신도가 준다고 '반대'입장에 있는 기독교도가 아니라-들을 보면, 그런 믿음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 삶이란 것, 실천이란 것. 뭐든지.

이 책은 논리정연한 변론서이지만, 주로 설득하려고 하는 사람이 '기독교도 반대자'이고, -뭐, 말미에 조금은 기독교가 아닌 거부자들에 대한 언급도 있지만- 그 논거가 대부분은 '기독교도 거부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 양심적 거부의 기독교적 전통이 얼마나 오랜 것인지, 이런 것이라서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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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창비청소년문학 2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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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너무 재밌잖아!

아기는 자고, 남편은 어디서 술을 먹는지 집에 안 들어 오고. 열시에 하는 드라마를 보자 맘 먹고 아기를 재우려고 누웠건만 눈을 뜨니 열 두시라서, 허무하고 허탈한 마음에 집은 책이다. 그런데, 다 보기 전에는 잘 수가 없었다. 심지어, 잠자리에 누워서는 내가 흘려버린 퍼즐의 한조각이 어디 있었는가, 되짚어 생각해보기까지 했다. 아,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의도와는 다르게, 집시의 돼지를 훔친 셈이 되어버린 고조할아버지 덕분에 억세게도 운이 나빠져 버린 스탠리 옐네츠가 이 이상한 제목을 가진 소설의 주인공이다. 주인공이 독백으로 말한 그대로, 나는 그것이 그저 '자신의 불운을 탓할 대상'이라고 단순히 한 줄로 넘어갈 줄 알았는데, 아니다. '구덩이'라는 이 이상한 제목의 소설은 무엇하나 '단순히' '한 줄'로 넘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고조할아버지의 이야기, 증조할아버지의 이야기, 거기에 소년이 소년원 대신 선택한 이름만 예쁜 '푸른호수 캠프'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리고 거기서 만나는 제로,까지.

 
그런 것이다, 인생이란. 어느 하나 연결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래서, 이야기는 애매한 오컬트, 황량한 서부극, 음침한 노역의 고백, 명랑한 고전적 로맨스, 그러다가 무시무시한 흑백갈등의 잔혹극, 탈주극, 활극 그 모든 모양새를 포함한다. 그것은 딱 알맞은 농도로 전체 안에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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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데이비드 케슬러 지음, 김소향 옮김 / 이레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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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개봉소식에 이런 저런 줄거리를 들려주면, 요새는 이런 생각을 한다. 저 영화가 상정한 관객은 누구일까?

이 책은 누구를 상정해서 만들어졌을까. 상실을 경험한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되라고 만들어졌을 게다.

그렇다면, 나는 이 책을 만나지 않았으면 좋을 때 만난 셈이다. 나는 갑자기 허리가 아파 병원에 입원했을 때 이 책을 읽었다.

인간이 죽는 걸 아는 것처럼 당연히 나도 내가 어느 순간 어떻게 상실을 경험할지 알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이책을 읽는 순간 나는 내가 겪게 될 상실을 준비하는 마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비참한 상황 때문에 내 자신의 상실을 상상하는 지경이 되었던 것이다.  그게 죽는 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난데없이 닥치는 상실-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리는-을 겪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피할 수가 없었다.

'인생수업'을 먼저 읽고 읽은 것이라서, 어떤 이야기를 어디서 읽었는지조차도 헷갈리고, 마음 속에서는 심란한 상상들이 자꾸 솟아나고 책 자체의 평가가 좋아지지 않는다.

심지어 두 권이 무척 비슷하니, 이런 책을 다시 만들 필요가 있을까도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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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사람들
M. 스콧 펙 지음, 윤종석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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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띠지에 'KBS 드라마 마왕의 주인공이 읽던 그 책'이라고 찍혀 있었다.

그렇다. 그 드라마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무척 치밀한 복수극을 연출한 그 주인공이 이 책을 골라 들었기 때문에 알게 된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의 고민은 '승하는 왜 이 책을 읽은 것일까?'였다.

그리고, 이걸 쓰면서 깨닫는 것이다. 누군가 알아차려주길 바랐던 것이로구나. 저자가 예로 든 사람들처럼 뼛속까지 악에 물든 것은 아니라서.  

종교가 없는 나에게 이 책은 기독교 서적이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드라마 작가의 이전 작품도 '기독교적'으로 읽힐 여지가 많았다던 평을 기억해냈다.  '비전과 리더십'이라는 출판사나, 사탄이니 축사니, 악에 대한 정의도 기독교에 기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조심스럽지만 고통스러웠을 고민때문에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진보와 야만'이나, '왜 세상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으면서 하게 되는 인간에 대한 고민, 해답없는 야만성에 대한 고민을 이 사람도 한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직업에 따라 '악'을 질병으로 분류해야만 하고, 그럼으로써 치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자의 주장은 재미있었다. 어찌보면 단순하다고 할 수도 있는 주장이고 논리지만, 어떤 고민에서 나온 것인지도 알겠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런 확신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알겠다.

추가로, 어떤 종교서적을 읽었을 때보다 '하느님'이란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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