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1 - 하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밀레니엄 (아르테)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언제나 스릴러나 미스터리가 조금씩 깔깔했다. 그건, 어린 어떤 날 아빠가 추리소설 읽던 나에게 뭐가 되려느냐고 걱정을 날렸기 때문이기도 하고, 태백산맥을 읽다가 마주친 '어린 혁명가 소년이 추리소설 읽던 소년을 경멸하던 장면'때문이기도 하다. 무언가, '재미있기만 한 어떤 것'을 보고 있다는 죄책감에 더하여 또 하나 죄책감을 보태는 것은, 그런 소설들이 쌓여 내 마음이 어두워지고, 사람들을 두려워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책 속의 정황들이었다. 악인을 사회구조적 모순으로 설명하는 것은 무책임해보이고, 그렇다고 이유없는 살인자를 보고 있자면 마당있는 단독주택의 꿈은 무모하게 느껴진다.

이 책에도 광기로 휩싸인 살인자가 나온다. 나의 고민대로 지금껏 삶에서 그 원인을 찾아주려는 사람도 주인공이고, 그건 무책임하다고 말하는 이도 주인공이다. 두명의 주인공은 내 마음 속 두가지 고민을 그대로 말하고, 그것은 그대로 유효하고 그대로 진지하다.

범죄를 따라가는 경로는 고전적이라-피범벅의 현장 대신, 오래된 사진과 자료들로 따라가는 머릿속의 추리가 전부다- 다행스럽고, 현실 속의 범죄는 말끔하다. 공원의 노숙자에 삶의 공포를 투사하기를 바라는 정말 범죄자들-금융사기꾼, 양복을 빼입고 뇌물을 챙기는 사람들, 진실대신 쉬운 찬양으로 쉬운 위치를 얻는 언론인들-이 이 소설에는 등장한다. 그래서, 좋았다. 편견에 편견을 보태지 않아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다. 재밌어서 정신없이 읽었다. 아직 두 개의 시리즈가 남아 있어 좋고, 또 그게 전부라서 아쉽다. 너무 깔끔하게 딱 떨어져서, 내가 작가의 이력을 듣고는 오독했는가 싶기도 하다. 어린이용 영웅물의 소년탐정과 말괄량이 삐삐가 아마도 어른이 되었다면, 싶은 것이 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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