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 도시 그리고 추억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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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도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신이 사는 도시를 사랑하는 작가가 자신과 도시에 대해서 쓴 이야기.

이스탄불 여행을 앞두고 산 책을 갔다 온지도 한 참 지난 어떤 날 마쳤다. 책 갈피 갈피 내가 지나온 곳들이 기억나면 피식 거렸다. 그래도, 나는 단기체류 관광객, 그는 나서 자란 이스탄불 토박이, 그가 들려주는 이스탄불에서 내가 본 이스탄불보다 많은 것을 느낀다.

동양의 어느 도시나, 자신의 정체성을 파묻고 따르려던 서양의 모습에서 느끼는 비애라는 감정은, 대한민국에 사는 나도 알겠다. 한번도 거대한 제국인 적 없고, 지금 나름 떵떵거리며-_-;;; 구경다니는 주제라 이스탄불의 비애와는 또 다르겠지만, 자신의 문화란 걸 자부할 거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자꾸 자꾸 만나게 되는, 부자가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마음은 피폐한 지금의 우리 나라에서의 감상이 겹친다.

작가의 삶과 얽힌 이스탄불이란 도시는 여행이 아니라서 좋았다. 자기가 가장 잘 알고, 그래서 사랑하는 '자신의' 도시에 대해 쓰는 작가가 부럽다.

내가 갔던 이스탄불은 햇살이 짱짱하고, 바람이 시원하고, 비탈이 가파르고, 여행자들이 오가는 그런 풍경이지만, 작가의 이스탄불은 눈내리는 겨울, 음침한 폐허, 절정을 맛보고 내려오는 중인,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고 타인을 추구하는, 그래서 슬프고, 그래서 사랑하는, 사랑하지만 깨닫는데 오래 걸리는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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