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마음 - 썩어빠진 교육 현실을 유쾌하고 신랄하게 풀어낸 성장소설
호우원용 지음, 한정은 옮김 / 바우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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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에 읽은 책인데 이제사 쓰게 된다. 오늘 신문기사를 보니, 이 책이 떠올랐다. 오늘의 신문기사는 '심한 체벌로 자살을 시도한 여고생에게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학교명예실추'로 처벌을 주문했다'는 내용이었다.

아, 슬프다.

다르지 않다. 대만의 현실과 우리의 현실이.

우리 주변의 어떤 학교 내 사건에 대해 '밀착취재'란 걸 한다면 딱 이렇게 진행될 것이다. 이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되고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은 문학적 완성도 때문이 아니라, 현실에 바짝 붙어 있는 그 생생함, 분노, 아픈 마음, 그리고, 바꾸려는 그 마음, 그래서 '위험한 마음', 그 때문이다.

0교시 부활, 방과후 학교의 학원진출 허용, 좋은 대학에 가는 것 말고, 십대가 자신의 가치를 보여줄 수 없는 지금 대한민국의 학교 풍경이 펼쳐진다.

지금 십대들에게 이 '위험한 마음'이 들끓고 있다는 걸 느낀다. 십대 뿐 아니라, 전 국민이, 바꾸고 싶어서, 이 현실을 바꾸고 싶은 '위험한 마음'이 가득하다. 그래 바꿀 수 있다!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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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시 읽었다
    from 뒤죽박죽 뒹굴뒹굴 2016-09-01 13:02 
    교육이 문제,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건, 노동조합이 들고 선 피켓 때문이다.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는 조합 간부가 정부청사 앞에 들고 선 피켓에는 여덟살 쯤 되어보이는 아이가 뚱한 표정으로 '성과연봉제? 그럼 엄마, 아빠는 몇 점이고 몇 등이야?'라고 묻고 있었다. 투쟁소식을 알리는 메일에서 그 피켓을 보는 순간, 나는 죄스러운 마음이 되었다. 지금 내가 반대하는, 절대로 안 된다고 말하는 그걸, 나의 아이는 학교에 들어선 순간 매일, 매일 받고 있구
 
 
 
민주주의, 약자들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 민주주의 Democracy 아주 특별한 상식 NN 7
리처드 스위프트 지음, 서복경 옮김 / 이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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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정치의 계절. 이 책을 읽는다.

환멸이 떠도는 '민주주의'라는 단어 뒤에 '약자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제목이 확 당겨서. 바람구두님의 페이퍼를 따라 열권을 모두 지르고 겨우 시작한 첫 책이다. NN시리즈의.

민주주의,에 대해 쉽게 그러니까 '민주적으로 썼다'고 표현되어 있다. '민주적인 글쓰기'란 표현은 인민이 주인이라면서, 접근이 어려운 표현들로 정작 주인을 내치는 현상들에 대해 묘사한 표현인 거다.

지금의 우리 세계가 '민주주의'라면서, 왜 이 속의 주인인 '민'들은 행복하지 않은지, 쉽고 간결하게 설명해준다.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고, 경제는 시장에, 정치는 약한 민주주의에 의존하는 한, 이 상태-낮은 참여, 냉소, 그래서 결국 '정치를 환멸하며 중요한 위치에 악당들을 집어던지는'-는 바뀌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선명하고 분명하다. 경제적 약자에게 정치에 참여할 공간이 너무 없는 것이다. 사업장 민주주의, 일정 수준의 경제적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한, 무직의 이십대가 투표소에 들어가지 않거나, 명바기를 찍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집했던 마음은 시장경제에 휘둘려 결국 자신의 지지를 배신한 정치가를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하고 많은 정치적 의사결정의 순간에 배제되고, 오직 4년마다, 혹은 5년마다 돌아오는 선거의 순간에만 행사되는 '민주주의'란 세계 어디에나 마찬가지가 된다.

진정한 '민주주의'란 '직접'이 강화된 방식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분명하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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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띠에 -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 만화단편집
최규석 외 지음 / 길찾기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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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불수교 120주년을 기념하여 출판된 만화다. 동생의 방에서 '습지생태보고서'를 재미나게 읽고는 그 만화가의 다른 만화책들을 몽창 장바구니에 넣어 함께 온 책이다.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만화가들이 한꼭지씩을 잡아 그렸다. 한국작가들의 만화를 우수수 보고, 프랑스작가의 만화는 뒤집어서 읽게 되는 구조다.

만화책은 나쁘지 않다. 그런데,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만화,라는 주제가 주어졌을 때, 우리나라 작가는 우리나라에 대해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프랑스 작가는 또 한국에 대해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구나. 이유가 뭘까, 프랑스는 문화적으로 보편이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인가. 그런 것인가. 하는.

프랑스작가들이 프랑스에 대해 그리는 것은 불필요한 행위이기 때문에, 대신 프랑스가 한국과 관계맞는 방식에 대해 말하고-프랑스 만화가의 한국방문기라던지, 한국인 아버지를 가진 프랑스인의 한국방문기라던지, 하는, 아니면 아예 다른 방식의 프랑스 쥐씨의 십이지신 식탁이라던지하는-, 한국의 작가들은 한국에 대하여만 말하는구나. 하는.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만화를 출간할 계획입니다, 만화를 그려주세요'가 아니라,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 만화를 출간할 계획입니다, '한국'에 대한 만화를 그려주세요'였을 수 있겠지.

그래도, 역시 드는 생각은 문화에 대한 무의미한 높낮이 따위, 까끌까끌하다.

(책소개를 다시 읽어보니 오해가 있다, 주제는 '한국'이다.그렇지만, 역시 모르는 채로 본 것이니까, 부끄럽지만, 내버려 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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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서 생긴 일 - SBS 드라마스페셜
하지원 외 출연 / SBS프로덕션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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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비디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드라마에 대해 쓰기 위해서 펼친다. 디비디에는 디비디 구매자에게 적합한 말들을 남겨야 하는 거라고 자중해 왔지만. 이 드라마에 대하여 말하고 싶어져서는 하지 않던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드라마에는 요새는 아주 희박한 무시무시한 현실적 날카로움이 존재한다.

'믿는 만큼 이루어진다'는 성공의 담론들이 넘쳐나는 지금, 이 드라마는 '그 믿음'이란 것을 내팽개치게 만드는 절망의 현실을 보여준다. 정권을 장악한 '성공?한 부자들'은 죽을때까지 모를,  누구도 행복하지 못한 계급의 끝과 끝의 이야기가 폭주한다.  

아무도 그런 불행 믿지도 바라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생겨먹은 현실 때문에 사랑도 사랑이 아니고, 이별도 이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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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이들의 세대 - 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우석훈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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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직 공무원인 동생이 공무원 독서 클럽에서 '두바이 ~'어쩌구하는 '규제완화 예찬론'책을 읽었다고 해서, 이 책을 보내줘야지 마음 먹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책을 선택해 그 독서토론이란 걸 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고, 다시 책에 대하여 생각하다가, 연령대도 다양하고 그런 클럽에서 읽기 적합한가, 회의하게 되었다. 몇 권 더 추려 보내줘야지, 생각하면서 머뭇거리게 되는 이유다.

책의 아이디어들은 충분히 설득력있다. 이명박정부-이렇게 불러도 정말, 된다면(누구 말마따나 정부가 니꺼냐)-가 들어서 건설자본들이 어떻게 얼마만큼 팽창할 지 예측할 수 없는 지금, 무분별한 개발이 미래세대를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에 대한 묘사는 무섭다. PM10이라는 미세먼지농도에 대한 공포, '원인을 알 수 없는'으로 처리되어 버리는 보건상의 문제들. 더하여 전체 산업에서 건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각 국가별로 비교하는 대목은 새롭다. 토목국가로 일컬어지는 일본조차 우리보다 건설업 비중이 낮고, 선진국 최적의 비중은 13%정도라고 했다. 건설업 비중이 과도하게 팽창하면서 국가적 경제 위기가 닥쳤었다고 도표와 그림들로 보여준다. 나는 지금껏 '뉴딜'정책, 그러니까 정부주도의 대규모 토목사업이 경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롭다. 지금껏 나는 심정적으로는 '그러면 안 돼'지만, 경기를 부양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라고 끌려가는 사람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게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논리를 알게 되었다. 여기까지라면 이 책은 내 동생과 동생의 독서클럽에 소개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반지의 제왕에 빗대어 현상황을 풀려던 대목들이 나에게는 너무 어색했다. 저자입장에서 반지의 제왕이 충분히 생명평화에 대한 비유로 읽혔겠지만, 그래서, 국내의 현상에 대한 짧은 언급다음에 바로 반지의 제왕 줄거리를 들려준 거겠지만 그건 독자의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불성실한 게 아닌가 의심하는 것이다. 영화로도 책으로도 수백만이 아는 이야기인데, 뭐 특별한 차별점 없이, 있다면 내가 눈치채지도 못하는 정도로, 기술했다는 것은 종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막연한 저항자였던 나에게 일말의 논리를 제공했다는 면에서 추천하다가, 지나치게 길었던 반지의 제왕 때문에 여전히 망설이면서, 보낼 때는 아마도 동생보고만 읽으라고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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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8-03-01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지하게 읽다가 종이에 대한 예의라는 대목에서 살짝 웃었어요. ^^

별족 2008-03-02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나쁘지 않은데, 그 부분 빼고 문고판처럼 나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